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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디오북과 다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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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디오북과 다청
  • 김영우 (국제영어대학원대학교 교수)
  • 승인 2016.06.13 0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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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디오북으로 듣기 능력 키우기
▲ 김영우 (국제영어대학원대학교 교수)

우리나라에서 오디오북(audio book)은 유아나 어린이의 언어 능력을 키우기 위해 쓰는 책 정도로 여겨지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생각하기 나름이다. 미국 트럭 운전사 중에는 혼자 장거리를 운전할 때 오디오북을 애용하는 사람들이 많다. 오디오북 구매에 꽤 많은 돈을 썼다는 운전자들도 있고, 특별한 경우이기는 하지만 커뮤니티 칼리지와 협의해 수업을 녹화해서 듣고 인터넷으로 시험을 봐서 학위를 받은 운전자도 있다고 한다.

이처럼 성인들도 오디오북을 유용하게 사용할 수 있다. 자기 계발 전문가들 중에도 유휴 시간을 활용하는 학습 방법으로 오디오북을 적극 추천하는 사람들이 있다. 책 읽기의 하나의 방법인 다독(extensive reading)처럼, 부담 없이 흘려듣는 다청(extensive listening) 방식으로 오디오북을 활용해 외국어 듣기 능력을 키우는 자기 계발도 꽤 괜찮은 방법이다.  

오디오북을 통해 다청을 할 수 있게 된 것은 19세기 후반 에디슨(Edison)의 축음기 발명 이후 소리 관련 기술의 눈부신 발전 덕분이다. 문자의 역사가 고대 이집트, 고대 중국까지 거슬러 올라가는 것에 비해 인류가 소리를 저장(축음)할 수 있게 된 것은 아주 최근 일이라고 할 수 있다. 

축음기 이후 아날로그 방식으로 소리를 저장할 수 있는 LP, 카세트테이프, 오디오 CD 등이 개발돼 쓰였고, 이런 기기를 이용해서 사람들은 장소와 시간의 제약에서 벗어나 음악을 들을 수 있게 됐다. 소리와 관련한 첫 번째의 혁명적인 변화다. 오디오북의 발전 또한 같은 경로를 따랐다.

다음으로 컴퓨터의 등장 및 콘텐츠의 디지털화는 또 다른 혁명적인 변화를 가져왔다. 아날로그 시대의 오디오북과 같은 소리 콘텐츠는 LP, 카세트테이프 등과 같은 특정 매체에 저장되는 방식이었다. 그러다보니 특정 오디오북을 듣기 위해서는 그 오디오북을 재생할 수 있는 장비가 필요했다.

하지만 오디오북 콘텐츠가 디지털화되면서 콘텐츠와 매체의 단단한 결합은 사라졌다. 그 결과 같은 오디오북을 책상에 있는 컴퓨터로 들을 수도 있고, 이동하면서 스마트폰으로도 들을 수 있게 된 것이다. 이런 콘텐츠의 디지털화는 오디오북을 다청하기 아주 편리한 환경을 만들어줬다.

오디오북 다청에서 꼭 고려해야 할 점은 ‘부담 없이 꾸준히’ 듣는 것이다. 오디오북을 들을 때, 들리면 들리는 대로 들리지 않으면 들리지 않는 대로 부담 없이 듣는 것이 중요하다. 이런 방식으로 시간 날 때 틈틈이 최소 몇 달, 아니면 1년 이상을 듣는다.

단기간에 듣기 능력을 키우기 위해 오디오북을 시험 공부하듯이 들으면 성과도 얻기 쉽지 않고 쉽게 지치게 된다. 일상생활에서 지치지 않고 꾸준히 오디오북을 들을 수 있는 방법을 마련하는 것이 중요하다. 미국 트럭 운전사들이 혼자 장거리 운전할 때 오디오북을 듣는 것처럼.

다청을 위한 오디오북을 고를 때 몇 가지 참고할 사항은, 첫째, 자신이 관심 있는 주제의 오디오북을 고르는 것이 좋다. 내 경우에는 시간 관리라는 주제에 관심이 많아 관련 영어 오디오북을 여러 권 구입해서 들었다. 자신이 잘 알거나 관심 있는 주제의 오디오북은 관련 배경 지식 덕분에 상대적으로 쉽게 이해할 수 있다. 심리학, 교육학 분야에서 많이 다루는 인지적 틀인 스키마(schema)의 효과를 활용하는 것이다. 스키마는 사람들이 갖고 있는 구조화된 선행 또는 배경 지식으로, 새로운 정보나 지식을 접하게 될 때 활성화된다. 

둘째, 번역서를 먼저 읽고 해당 영어 책의 오디오북을 듣는 것도 도움이 된다. 역시 스키마 효과를 활용한다고 볼 수 있다. 번역서를 읽었기 때문에 책의 내용을 알고 있는 상태라 영어 오디오북의 내용을 이해하기가 한결 쉬워진다. 

셋째, 같은 오디오북을 여러 번 듣는 것이다. 같은 오디오북을 50번 정도 듣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다. 250페이지 분량의 영어 책의 오디오북은 대략 7시간 정도이고, 출퇴근 시간이 1시간 정도 걸린다고 하면 1주일에 오디오북을 한 번 들을 수 있다. 1년은 52주이니 50주 동안 계속 들으면 1년 동안 같은 오디오북을 50번 듣게 되는 셈이다. 그렇게 오디오북을 반복해서 듣다보면 해당 책의 내용이 보다 많이 들릴 것이고, 영어 책을 읽게 되면 영어 글자에서 소리가 들리는 착각이 생길 수도 있다. 

넷째, 오디오의 품질도 고려해야 한다. 그림의 경우 색깔이 좀 이상하다든지, 일부분이 선명하지 않아도 그런대로 볼만하지만, 소리의 경우 잡음이 있거나 음량이 일정치 않을 경우 생각보다 신경이 많이 쓰인다. 처음에 오디오북을 구할 때 유·무료 사이트를 두루 알아보고 샘플을 들어보는 것이 좋다. 

참고로, 구텐베르크 프로젝트(www.gutenberg.org)에서 많은 영어 오디오북을 무료로 내려 받을 수 있다. 또한 거주하고 있는 지역의 공공도서관에서 오디오북을 서비스하는지 알아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최근에는 도서관 서비스가 다양화되면서 오디오북을 서비스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 또한, 밤에 잠이 오지 않을 때 오디오북은 눈에 피로를 주지 않는 충실한 벗이 될 수도 있다.

‘1만 시간의 법칙’이라는 말이 있다. ‘1만 시간’의 의미는 어느 분야의 전문가가 되기 위해서는 많은 시간의 노력을 들여야 한다는 것이다. 다청 방식으로 오디오북을 들어 영어와 같은 외국어의 듣기 능력을 키우기 위해서는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 이런 시간을 찾기 위해 자신이 하루를 어떻게 보내는지 분석해보는 것도 좋겠다.

특별히 하는 일 없는 자투리 시간이 있을 경우나 이동하는 시간, 청소하는 시간처럼 특별히 귀 기울여 집중하지 않아도 되는 시간이 있을 경우, 원래 하려는 일을 하면서 오디오북을 다청하는데 활용해보자. 마치 우주의 시간을 몰래 훔쳐 오디오북을 듣는데 쓰는 기분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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