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엠립 한인회, 공항 금품요구 관행 근절 캠페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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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엠립 한인회, 공항 금품요구 관행 근절 캠페인
  • 박정연 재외기자
  • 승인 2016.05.30 11: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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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류작성 부실 빌미 금품 요구 막기위해 관련 정보 공유
▲ 비자신청서 작성요령 등 안내공지문을 비치해 우리라나 여행객들의 편의와 각종 안전사고를 대비해 애쓰고 있는 캄보디아 씨엠립 한인회의 모습 (사진 박정연 재외기자)

앙코르와트로 유명한 캄보디아 씨엠립 국제공항은 외국관광객들에게 급행료 명목으로 금품을 뜯기로 유명하다. 그동안 국내신문과 방송언론들도 여러 차례 이 문제를 지적한 바 있다. 이 나라를 다녀간 한국 관광객들 중 상당수는 현지 공항경찰의 1~2달러 요구에 피해를 본 경험을 갖고 있다. 

모름지기, 어느 나라건 간에 국제공항은 그 나라의 첫 이미지를 좌우하는 곳이다. 그런데 이 나라 국제공항은 도착하자마자 금품을 요구하는 바람에 나쁜 인상부터 주기 일쑤다. 현지 공항공무원들의 부정부패 탓이다. 하지만, 최근 일부 잘못된 언론 보도로 인해 현재는 불똥이 난데없이 엉뚱한 데로 튀고 말았다. 

일각에선 이런 못된 관행이 생긴 건 한국 관광객들이 워낙 성격이 급해 뒷돈을 먼저 찔러주고 먼저 빠져나오는 바람에 현지경찰들이 한국인을 봉으로 여기면서부터 라고 주장한다. 이에 편승해 일부 방송언론들도 정확한 사실 검증도 없이 일부 경험자의 말만 믿고 방송에 내보내는 바람에, 오직 한국 관광객들만 노린다는 설득력 부족한 ‘자기비하 식’ 주장과 오해가 겹쳐 현재는 마치 ‘정설’처럼 굳어져 버리고 만 상태다. 심지어 “우리나라 대사관이 힘이 없어서 우리만 당하고 있다” 는 근거 없는 소문마저 떠돈 지 오래다. 

하지만, 이는 전혀 근거 없는 낭설일 뿐이다. 캄보디아를 찾는 한국 관광객수는 대략 매년 40만 명에 육박한다. 중국에 이어 2번째로 많은 관광객 수다. 실제로 국제공항에서 관찰해보면 급행료 명목으로 뒷돈을 요구받는 것은 비단 한국인뿐 만 아니라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중국인 관광객들도 피해를 보기는 마찬가지다. 

공항경찰들이 노리는 범죄의 대상은 비자신청서나 출입국신고서를 제대로 작성하지 않거나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우왕좌왕하는 모든 외국관광객들이다. 종종 서양 관광객들이 유유히 공항을 빠져나가는 모습을 보고 우리 한국사람 만 차별을 받거나 봉으로 취급받는다고 오해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은 데 실제로는 전혀 그렇지 않다. 

다만, 서양 관광객들의 공통점은 거의 대부분 비자신청서나 세관신고서 등 각종 서류를 꼼꼼히 살피고 열심히 작성한다는 사실이다. 노랑머리 푸른 눈의 서양 관광객들이라고 해서 모두가 영어권 출신이 아니며, 그들이 모두 영문 독해능력이 뛰어난 것은 아님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기자는 공항에 업무상 볼일로 장시간 공항 내에 머물 경우가 종종 있다. 그 과정에서 다양한 부류의 관광객들의 모습을 자주 목격하게 된다. 한국인 뿐만 아니라 중국인 관광객도 많다. 그런데 관광객들 중 일부는 국적에 상관없이 서류작성을 할 줄 알아도 그냥 대충 이름만 쓰고 휙 집어던지고, 출국장을 빠져나가려는 사람도 심심치 않게 보게 된다.

서류작성이 미비하다고 지적하면 상대 말을 듣지 않고 언성부터 높이는 관광객도 적지 않다. 자국 공항출국장 심사대에서는 감히 끽소리 한번 못 내면서, 밖에 나오자마자 마치 한풀이라도 하듯 언성을 높이며 갑질(?)을 하는 것이다.

그러다보니 말도 통하지 않는 수천 수만 명의 외국관광객들을 매일 상대해야 하는 현지공항 직원들의 입장도 이해 못할 바가 아니다. 영어도 서툴고 말도 안 통하는 외국인을 상대로 일일이 서류작성요령을 설명하기도 무척이나 고달프고 힘들다. 같은 일을 매일 반복해야 하는 이들 입장에서도 무척이나 답답할 노릇이다. 결국 참을성 부족한 일부 관광객들은 기다리지 못하고 곧바로 폭발해버린다. 

제대로 설명도 듣지 않고, 소리부터 지르거나 짜증부터 낸다. 결국 “그냥 1~2불 줄 테니 네가 대신 작성해줘” 라고 누군가 말하면 현지 경찰입장에서도 솔직히 일이 무척 수월해진다. 게다가 경찰입장에선 서류를 대신 작성해준 대가로 부 수익도 챙길 수 있다. 이러한 과정이 거의 매일 반복적으로 일어나다보니, 지금처럼 뒷돈 거래관행이 굳어져 버려 경찰들이 먼저 돈을 요구하고 나선 것이다. 결코 한국인만 봉인 것은 아니다. 

물론 서류를 제대로 작성해도 딴지를 걸며, 노골적으로 금품을 먼저 요구하는 못된 현지경찰도 더러 있다. 하지만, 최근 수년 사이 그런 막무가내 식 금품요구는 상당히 많이 근절된 상태다. 공항당국도 경찰공무원들에게 무턱대고 무리한 돈을 요구해 문제가 생길 경우 징계하겠다고 엄포를 놓았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대사관을 포함해 중국, 일본 등 주재 대사관들의 입김도 어느 정도 작용한 상태다. 한국 관광객들 중에도 이런 관행에 대한 정보를 인터넷이나 블로그, 신문 등을 통해 미리 알고 오기에 현지경찰의 요구를 당당히 거부하고 빠져 나오는 사람들이 요즘 더 많아졌다. 국격은 스스로 세우는 것이란 사실을 우리나라 국민들도 이미 인식하고 있다. 그만큼 우리의 여행문화가 성숙해졌다는 반증이기도 해 그저 반가울 따름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지 국제공항 내 금품요구 관행이 완전히 사라진 것은 절대로 아니다. 한 달 월급이 고작 200달러 남짓한 경찰공무원들 입장에선 부족한 월급을 메꾸기 위해 나름의 방법(?)을 찾으려 들기 때문이다. 따라서 금품요구관행은 갈수록 보다 은밀해지고 교묘해지고 있는 추세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결국 이를 참다못한 현지 한인회가 드디어 발 벗고 나섰다. 유명관광도시 씨엠립의 한인회(한인회장 정복길)가 금년 초부터 공항뒷돈 거래 관행을 근절하기 위한 캠페인을 대대적으로 전개하기 시작한 것이다. 국제적인 관광도시에 덧씌워진 오명을 벗자는 취지도 포함되어 있다. 한인회측은 금품요구 관행을 막기 위해 공항 등 관계당국에 시정을 공식 요구하는 한편, 이런 관행을 현지 가이드가 방조하지 않도록 현지 여행사에도 협조를 구한 상태다.

그 외에도 한인회 사무실에 출입국 관련서류와 비자신청서 양식 기재 방법 등을 설명하는 자료들도 비치해 관광객뿐만 아니라 일반 교민들과도 관련 정보를 공유하는 노력을 꾸준히 기울이고 있다. 최소한 서류작성이라도 제대로 해서 공항 공무원들에게 뒷돈요구 빌미만큼은 주지 말자는 취지다. 한인회가 작성한 출입국관련 신청서 기재방식은 현재 주 캄보디아 대한민국 대사관(대사 김원진) 홈페이지 공지사항에도 올라와 있는 상태다. 

참고로, 캄보디아는 지난해 국제투명성기구(TI)가 조사발표에 따르면, 전체 조사국 167국 중 150위를 차지할 만큼 부정부패가 매우 심한 나라다. 공무원들의 부정부패 문제는 비단 현지 씨엠립 국제공항경찰에만 한정된 얘기는 아니다. 다시 말해 중앙정부는 물론, 전국단위 크고 작은 거의 모든 공공기관이 부패로 만연되어 있다는 얘기다. 

그러한 만큼, 한인회의 이러한 작은 노력이 공항부패근절에 얼마나 실효를 얻고 도움이 될지 장담할 수는 없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인사회의 이러한 작은 노력들을 꾸준히 지속되고 이 나라 공무원들도 각성할 수 있도록 계기가 마련된다면, 머지않아 이 나라도 부패가 척결되고, 보다 성숙된 국민의식과 품격을 갖춘 국가로 조금씩 성장 발전해 갈 수 있을 것이다.

아울러, 재외 한인사회의 이러한 작은 노력들이 뭉치고 전방위적으로 확산된다면, 거시적인 관점에서 볼 때, 해외 다른 나라에서 살고 있는 우리 역시 스스로의 권익을 보호하는 길이 될 뿐더러, 민간외교관으로서 우리 고국 대한민국의 국위를 선양하는 길이 되지 않을까 싶다. 다시 한 번 캄보디아 씨엠립 한인회의 노력에 격려와 감사의 박수를 보낸다.

[재외동포신문 박정연 재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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