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시민권은 무엇이 다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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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시민권은 무엇이 다른가.
  • 안동일 논설위원장
  • 승인 2004.06.0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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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은 우리에게 어떤 존재인가. 미국과 우리는 무엇이 다른가.
미국 이민 생활 20여년을 청산하고 고국에 영구귀국 한지 1년을 바라보고 있는 이
즈음에도 필자의 뇌리를 떠나지 않는 화두이다.
지난 11개월 동안 필자에게 가장 어려웠고 신경을 쓰게 했던 일은 미국 시민권을
반납하고 한국 국적을 회복하는 일이었는데  이 과정에서 나라가 그 소속 국민을
생각하고 배려하는 역할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되었다.
국적회복, 내가 태어난 내 나라에 돌아와 다시 조국의 국민으로 살겠다는데, 또
내 자유 의사에 따라 취득했던 시민권을 포기하겠다는데 그게 무슨 문제가 될 것
인가  싶었는데 막상 부딪혀 보니 만만한 일이 아니었다. 특히 물리적으로 꽤 긴
시간이 요하는 일이었던 것이다.
결과적으로는 가까스로 주민등록증을 발급 받아 선거권 까지 행사 하기는 했지만
그 기간이 피를 말리는 긴장과 초조의 연속이었다.
현행법상 우리 국적을 회복하려면 먼저 법무부로부터 국적회복 허가를 받아야 한
다. 이 과정에서 필요한 서류들을 구비하는 일이 만만치 않다. 회복 신청을 하고
신청서를 첨부해 호적을 되살리고 그리고 신원조회 절차를 밟아야 했다. 신원조회
만도 시경 관할서 국정원등 서너 기관이 개재되어 있기에 별다른 문제가 없다 하
더라도 몇 개월의 시간이 요하는 일이었다.
이 복잡한 과정을 거쳐 국적 회복 허가서를 받은 뒤 이 허가서를 영문으로 번역
해 미 대사관에 제출해야  미 정부 발행의 미국적 포기확인서를 받을 수 있다. 이
를 다시 우리 법무부에 제출해야 관할 동사무소에서 주민등록을 해주고 주민등록
증이 발급된다.
문제는 미국 대사관에서의 미국적 포기 절차, 포기확인서를 발급받는 과정이다.
필자의 경우에는 특별한 사정을 인정받아 전폭적인 협조 속에 신속하게 진행돼 인
터뷰도 약식화 됐었지만 대개의 경우 2달 정도의 간격을 놓고 3차례 진행 된다.
담당 영사는 몇 차례나 되묻곤 한다. ‘정말 미 시민권을 버리려 하는갗 ‘다
른 사람의 강요나 강제는 없었는갗 그리곤 두달 뒤 또 불러 ‘ 마음이 변하지
않았는갗
이런 몇 차례의 심문과도 같은 면담이 진행 된 뒤에야 ‘당신의 행운을 빈다’며
포기 확인서를 떼어 준다.

각 나라의 미대사관에 가면 시민과라는 부서가 있다. 해당 나라에 와 있는 시민
들의 안전과 편의를 담당하는 부서다. 필자야 말로 이 시민과의 신세를 톡톡히 진
적이 있었다. 지난 90년의 일이었는데 그때 한국계 기자로는 최초였던 북한 취재
를 마치고 서울에 들렀을 때의 일이다.  공항에서부터 대하는 태도가 심상치 않았
는데 아니나 다를까 3명의 건장한 남자들이 타고 있는 검은 승용차가 필자를 졸졸
따라 다니는 것이었다. 나중에는 서로 인사도 하고 그랬지만 유쾌한 일은 결코
아니었다. 지인 하나가 이를 대사관에 알려야 한다 해서 시민과를 찾았더니 그렇
게 친절하게 대해 줄 수가 없었다. 만약의 경우까지 대비한 철저한 준비들이 있다
는 것을 알 수 있었고 다음날엔 필자의 숙소에까지 담당자가 찾아왔는데 그 후부
터 따라 다니는 청년들이 없어졌다. 그래서 편한 마음으로 당시로서는 야권 인사
들이었던 만나고 싶은 사람들을 만날 수 있었다. 철권 군사독재가 횡행했고 아직
도 그 잔재가 남아있는 중남미 각국의 경우 이 시민과의 활약은 눈부시다고도 할
수 있을 정도다. 본국 정부의 정책과 성향에 구애받지 않고 시민과 소속 영사들은
경찰서로 법정으로 열일을 제치고 뛰어 다닌다. 또 이런 활동은 본국 언론을 통
해 상세히 소개되면서 미국 시민들의 고개를 끄덕이게 하고 있다. 최근만 해도 페
루의 차가운 돌 감옥에 있던 활동가들을 본국 추방으로 매듭짓게 한바 있다.  
미국 수정헌법 1조는 의회(권력)가 국민의 제반 자유를 침해하는 법안을 만들 수
없다고 명시하고 있다.  자유가 보장 된다, 권익은 지켜져야 한다는 식의 선언적
인 수사가 아니라 구체적이며 실용적인 지침인 것이다.
이런 전통과 기저가 어디에 있건 미국의 정부 기관들이 자국민을 보호하고 자국
민의 권익을 최우선으로 하면서 어찌 됐건 자국민들에게는 자부심과 긍지를 심어
주고 있는 것이다.
자국민의 권익, 특히 해외에 나가 있는 재외 동포며 단기 체류 하고 있는 여행자
나 주재원 유학생의 권익 보호나 편의 제공을 위해 우리 정부 공관이 얼마나 큰
힘을 쏟고 있는가 생각 하면 크게 비교되면서 부러움을 금할 수 없다.
하긴 대사도 공사도 영사도 투표권을 행사 하지 못하는 나라가 바로 대한민국이
라고 생각 하면 그렇게 초조한 과정을 거쳐 미국 시민권을 버렸던 필자의  선택이
미국 영사들의 눈에 얼마나 초라해 보였을까 싶기도 하다.
나는 평화주의자 이지만 뉴욕의 경찰서에서, 심양의 법정에서, 오사까의 체류자
수용소에서 언성을 높이고 핏대를 올리며 주먹을 불끈 쥐는 우리 영사님들을 보고
싶다. (04-6-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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