착시현상 지적에 외교부 특수성 들어 반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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착시현상 지적에 외교부 특수성 들어 반발
  • 김진이기자
  • 승인 2004.06.04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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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간컨설팅사 프로젝트 최종보고
“우리가 착시현상을 갖고 있다고 지적했는데 오히려 외교부를 보는 외부 시각에 오해가 있지 않나. 외부의 착시현상이 더 심각하다고 생각하지 않나.”
“특수한 외교 업무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다. 민간기업과 비교하기 전에 외교 업무에 대한 이해가 우선돼야한다. 국가이익을 방어하는 외교 업무는 개별기업과 비교할 수 없는 영역이다.”

5월 21일 외교부 2층 강당에서 열린 ‘새 외교부 프로젝트 최종보고회’가 끝나자 참석했던 외교부 직원들의 항의성 질문이 쏟아졌다. 점심시간을 넘어서도 질문이 이어졌다. 직원들은 민간경영컨설팅사인 ADL측의 보고에 대해 반감을 감추지 않았다.

외교부로부터 용역을 맡은 전문 컨설팅 업체인 ADL과 네모 컨소시엄은 이날 최종 보고서에서 외교부의 가장 큰 문제점은 조직내에 ‘착시(착시한자로!!!! optical ---)현상’임을 강조하며 강력한 혁신 시스템 구축이 시급하다고 진단했다. 결과와 실적으로 과정이 평가되지 않는 공공기관의 문제점이 착시현상을 일으키고 있다는 것.

“현재 외교부는 걸리버여행기에 나오는 라퓨타의 천공의 섬처럼 중력을 받지 않고 떠있는 상태라고 설명할 수 있습니다. 공공기업은 구조조정의 필요성이 조직성과와 괴리돼있습니다. 민간기업이라면 조직성과가 부실해 월급도 못받게 되고 당장 구조조정을 실행해야 하는 단계인데 공공기업의 경우 때가 되면 예산이 들어오고 바로 이러한 구조적인 원인이 현재의 착시현상을 가져왔다고 평가하고 싶습니다.”

그러나 외교부 직원들은 진단을 쉽게 수긍하지 않았다. 재외국민담당 오갑열 심의관은 “이미 개혁과 관련된 사업아이템은 수십개 진행해봤지만 국민들이나 재외동포들의 불편감은 계속되고 있다”며 “엄청난 방안이 무슨 소용이냐”고 말했다. 오심의관은 “혁신이 너무 먼길처럼 느껴진다”며 자조적인 발언을 하기도 했다.

외교부에 대한 국가의 지원이 부족하고 인력, 예산면에서 자율권이 없어 개혁이 가능하겠냐는 의견도 있었다. 착시현상보다 “근본적인 빙산의 끝에 들어가보면 예산, 인력의 열악함이 있다”는 것.

외교부 직원들의 반발에 대해 ADL의 신용규이사는 “외교부 업무도 내부 자원의 글로벌화, 극대화를 통해 대국민 서비스를 최대화한다는 점에서 소니나 시티그룹 같은 글로벌 기업과 무슨 차이가 있습니까"라고 반문했다. 신이사는 공공기관의 특수성 운운은 시대착오적인 생각이라며 수요자중심의 고려는 민간기업과 공기관이 다를 수 없다고 강조했다.

해외공관의 ‘밥장사 비리’, 외교부 직원들의 말실수 사건 등 내부 문제가 불거진 이후 개혁과 혁신을 외치고 있는 반기문 장관은 전문 컨설팅 회사에 현상 진단을 의뢰해 눈길을 끌었다. 컨소시엄 형태로 컨설팅을 맡은 ADL사와 NemoParthners의 전문가 12명, 남관표 혁신담당관을 팀장으로 한 외교부 내부 태스크 포스팀이 올해 2월부터 5월까지 총 14주에 걸쳐 외교부의 조직적 문제점을 진단하고 통합혁신 관리조직 설계, 혁신과제 선정과 단기 과제 실행계획을 수립해 이날 보고회를 갖게 됐다.

현상 진단결과 외교부 전반에 걸친 근본적 혁신이 시급하며 외국 외교부는 물론이고 국내외 기업과 비교해서도 가치창출 역량이 매우 부족한 것으로 나타났다. 시티그룹, GE, IBM, 삼성전자 등 유명 기업과는 매우 큰 격차를 나타냈고 한국전력, 영국, 네덜란드, 호주 등 해외 외교부와 비교해도 낙제점수를 받았다. 특히 전체 업무의 약 60~70%가 가치무관 업무라고 분석됐다. 설명을 맡은 김상현 팀장은 해외 공관에서 귀빈을 영접하기 위해 공항에 나가고 식사대접을 하는 업무를 가치미창출 업무라고 설명했다.

외교부의 현재 문제점은 강력한 혁신 드라이브에 의해 극복될 수 있는데 이를 위해 중장기와 단기 과제 23가지가 선정됐다. 단기 과제는 ▲통합혁신 관리주체 설립 ▲콜센터 구축 ▲KM시스템 구축 ▲GTM 구축 ▲대내외 커뮤니케이션 활성화 ▲IT 효율화 방안 ▲전문인력 특별채용 방안 ▲후진국 공관근무 불평등 해소 ▲재외공관 최소규모 재조정 ▲교육프로그램 강화. 일관성있는 자금관리 전략 하에서 규정, 조직, 프로세스, 시스템을 통합적으로 관리하는 체계로 GTM 시스템이 거론됐다. 이를 통해 재외공관 출납 담당의 생산성을 26%이상 증가시키고 업무의 투명성을 확보하라는 조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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