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조선학교가 사라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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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조선학교가 사라지고 있다.
  • 강성봉 편집위원장
  • 승인 2004.06.04 00:00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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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필자는 얼마전 일본을 다녀왔다.

일본에서 만난 동포들은 하나같이 동포교육의 위기에 대해 말했다. 특히 총련계 민족학교인 조선학교의 위기가 심각한 것으로 보였다. 90년대 1백49개에 이르던 조선학교가 거의 절반이나 줄어 이제 77개 남았다는 말을 들었다. 2002년 고이즈미 총리의 북한방문 이후 학생들이 줄어들어 폐교하는 학교가 줄을 잇고 있는 것이다.

재외동포교육 역사상 가장 민족교육이 잘되어 온 곳은 조총련계 산하의 조선학교들이다. 한국정부가 여러나라 현지에 세운 한국학교들은 학력을 인정받기 위해 대부분 현지어로 수업을 진행한다. 반면에 조선학교는 우리말로 우리역사, 우리문화를 가르치고 있다. 중국 연변의 조선족 학교들도 우리말로 수업을 하기는 하지만 가르치는 내용은 중국의 역사 중국의 문화이다.

만일 일본에 조선학교가 없었다면 현재의 동포사회가 어떤 모습일까? 생각만 해도 아찔하다. 지금과는 아주 다른 모습일 것이다. 일본에 훨씬 더 동화되었을 것이고, 아마도 동포사회 자체가 존재하지 않게 되었을지도 모를 일이다.

그동안 민단계든 총련계든 재일동포들은 자녀들에게 민족교육을 시키고 싶으면 조선학교를 다니도록 할 수 있었다. 그러나 조선학교가 줄어들게 되면 동포들의 선택의 여지는 줄어들 수밖에 없다. 조선학교의 붕괴는 재일동포사회의 위기를 반영하며, 역으로 조선학교의 붕괴는 재일동포사회의 해체를 촉진할 것이다.

  이러 저러한 이유 다 떠나자. 어떻게 세운 학교들인가? 전후에 입을 것 먹을 것 부족한 상황에서 자식들 제대로 가르치겠다는 일념으로 동포들의 피와 땀으로 세운 우리 민족의 자산 아닌가? 폐교를 하게 되면 학교의 재산은 일본정부에 고스란히 넘어가게 된다.  학교를 새로 세워도 부족한 판에 그냥 앉아서 피땀으로 세운 동포들의 학교가 문을 닫는 것을 지켜볼 것인가? 어떻게 해야 조선학교를 살릴 수 있을 것인가?

  이 문제의 당사자는 일차적으로 재일동포들이다. 당사자들이 나서서 문제를 해결하고자 노력하지 않으면 주변에서 아무리 도와 주려해도 도울 수가 없다. 우선 뜻 있는 분들이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민단계니 총련계니를 떠나서 동포사회 전체를 망라한 '범민족 조선학교 대책회의'를 구성하고 모금도 하고 학생들도 유치하는 등의 노력을 해야 한다.

남북의 정부는 재일동포 교육문제를 이데올로기 차원에서 접근하지 말고 민족의 미래라는 차원에서 조선학교가 우리 민족의 학교라는 점을 직시해야 한다. 경제, 군사 문제보다 더 중요한 게 교육문제이다. 후손들의 교육에 우리 민족의 미래가 달려 있기 때문이다. 남북협상 테이블에 조선학교 문제를 하나의 의제로 상정하여 적극적으로 머리를 맞대고 상의할 필요가 있다.

또한 동포사회, 동포교육에 관심이 있는 모든 사람, 모든 단체가 나서서 힘을 모아야 한다. 정부의 무관심을 지적하고, 국회가 조선학교를 지원하기 위한 특별 법안을 만들도록 우리 모두 나서야 한다. 이미 있는 학교를 지키는 것이 쉽겠는가? 없는 학교를 새로 세우는 것이 쉽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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