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률칼럼] 원정출산…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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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률칼럼] 원정출산…①
  • 차규근 변호사
  • 승인 2016.05.03 08: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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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차규근 변호사(법무법인 공존)

“사회지도층이라 한들 원정출산이 뭐가 문제입니까. 남에게 피해를 주는 것도 아닌데….” 국내 유명 사립대 로스쿨 교수는 미국 국적 취득을 위해 원정출산하는 문제를 지적하는 기자 질문에 이렇게 반문했다. 그는 “범법행위도 아니고 자식에게 정당한 방법으로 기회를 주는 것인데 비난할 필요는 없어 보인다”고 잘라 말했다.

한국 사회에서 혜택을 누리고 있는 지도층들이 자식들에게는 미국 국적을 물려주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지만 저명한 교수조차 이를 문제라고 인식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김문조 고려대 명예교수는 “(도덕적인 문제뿐 아니라) 원정출산은 인력 국외 유출이라는 측면에서 국익에 해가 되는 행위”라며 “한국에서는 기회가 없다고 생각해서 원정출산을 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매일경제 2016.3.31.자 기사)


원정출산(遠征出産). 사전적 의미는 ‘다른 나라나 다른 지역으로 이동하여 아기를 낳는 일’이다.  과거 사회적으로 비난을 많이 받았던 원정출산을 하는 사례가 여전히 적지 않다는 언론 보도가 있었다. 왜 원정출산을 할까? 원정출산을 하게 되면 어떤 이익이 있길래 하는 걸까?  원정출산은 병역기피의 수단으로 활용되고 있는가? 오늘은 여기에 대하여 살펴보기로 하자.

2005.5.24. 소위 ‘홍준표 국적법’이 공포되어 시행되었다. 그런데, 이 법이 2005.5.24.부터 시행된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그 직전에 출입국관리사무소 국적 담당 부서에는 우리 국적을 포기(이탈)하려는 선천적 복수국적자들이 대거 몰렸는데, 이들 중 대부분이 사회지도층인사의 자녀나 손자라는 사실이 알려지게 되면서 많은 사회적 비난이 일어난 적이 있다. 도대체, ‘홍준표 국적법’의 구체적인 내용이 무엇이길래 그랬을까?

‘홍준표 국적법’은 그 이전에 우리 국민들이 괌이나 미국 본토 등에 가서 아이를 출산하여 미국 시민권을 취득하게 한 후 얼마 되지 않아 들어오는 원정출산이 사회적으로 많은 비난을 받게 되자, 홍준표 당시 국회의원이 이에 대하여 적극적으로 대처한다고 하면서 만든 법이다.  그 주된 내용은 소위 ‘원정출산자’의 경우는 병역의무를 해결하지 않으면 우리 국적을 포기(이탈)하지 못하도록 하는 것이었다.  구체적인 내용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제12조(복수국적자의 국적선택의무)
③직계존속이 외국에서 영주할 목적 없이 체류한 상태에서 출생한 자는 병역의무의 이행과 관련하여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때에 한하여 제14조의 규정에 따른 국적이탈신고를 할 수 있다.
1. 현역·상근예비역 또는 보충역으로 복무를 마치거나 마친 것으로 보는 때
2. 병역면제처분을 받은 때
3. 제2국민역에 편입된 때


즉, ‘직계존속이 외국에서 영주할 목적 없이 체류한 상태에서 출생한 자’는 병역의무가 적극적으로든 소극적으로든 해결되기 전에는 우리 국적 포기(이탈)를 할 수 없도록 하는 것이 소위 ‘홍준표 국적법’이었다.

그 전까지는 출생 기타 국적법의 규정에 의하여 만 20세가 되기 전에 대한민국의 국적과 외국 국적을 함께 가지게 된 자(복수국적자)는 만 22세가 되기 전까지, 만 20세가 된 후에 복수국적자가 된 자는 그 때부터 2년 내에 하나의 국적을 선택하여야 하는데 대한민국의 호적에 입적되어 있는 복수국적 남자도 병역법의 규정에 의하여 제1국민역에 편입(만18세가 되는 해의 1월 1일)되기 전까지는 우리 국적을 포기(이탈)할 수 있었다(제1국민역에 편입된 후에는 병역의무가 해소된 때로부터  2년 내에 하나의 국적을 선택해야 했음).

그런데, 2005. 5. 24.부터 ‘직계존속이 외국에서 영주할 목적 없이 체류한 상태에서 출생한 자’, 즉 소위 원정출산자는 제1국민역에 편입(만18세가 되는 해의 1월 1일)되기 전에도 우리 국적을 포기(이탈)할 수 없게 되었으며, 어떻게 해서든지 병역의무가 해소되어야만 우리 국적을 포기(이탈)할 수 있도록 만든 것이 홍준표 국적법의 내용이었다.

그런데, 홍준표 국적법은 원정출산자를 염두에 두고 만든 법이었지만 실제의 법안 문구는 전형적인 원정출산자와는 좀 거리가 있었다.  왜냐하면, 유학이나 상사 주재원, 공무상 파견 등으로 외국에서 중·장기간 근무하다가 자녀가 태어나는 경우는 전형적인 원정출산이라고 보기는 어려운데, 위 ‘직계존속이 외국에서 영주할 목적 없이 체류한 상태에서 출생한 자’ 문구에는 이러한 경우도 모두 포함되기 때문이다.

(다음 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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