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후'의 나라, 김기석 그리스 한인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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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후'의 나라, 김기석 그리스 한인회장
  • 김운하 해외편집위원
  • 승인 2016.04.12 09: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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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에서 한국을 빛내는 한인회장들 ①

▲ 아테네 다바니 아크로폴리스 호텔에서 만난 김기석 회장(사진 김운하 편집위원)
인기 드라마 ‘태양의 후예’ 촬영지인 그리스의 김기석 한인회장은 네 가지의 큰 이야기를 가진 사람이다.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진행된 결혼식의 주인공, 빈털터리로 용감하게 아테네로 들어와 선박음식 제공사업으로 유명해진 성공담, 300여 명 한인들의 복지안녕을 위한 교포 봉사 사업, ‘태양의 후예’의 명성을 활용한 그리스 한인관광사업 진흥계획의 실천이다.

지난 3월 11일부터 13일까지 아테네에서 열린 유럽 한인 총연합회 2016년도 총회와 제5회 한인 차세대 한국어 웅변대회 기간 동안, 이번 집회를 준비한 김기석 회장을 기회가 있을 때 마다 틈틈이 대화를 나누었다. 부부가 경영하는 이름난 ‘귀빈’식당에도 세 번이나 들려 부인 박경자 씨의 이야기도 들었다. 보충할 것은 아테네에서 돌아와서 서면질의로 받았다.

그리스 사람이면 다 안다는 그 유명한 결혼이야기를 먼저 들려주시지요.

“하, 하! 그 소문을 들으셨군요. 젊은 나이에 외국 가서 돈 벌어 오겠다는 용기 하나로 네덜란드로 먼저 갔었지요. 선박에 음식을 공급해 주는 분과 친하게 되었어요. 그리스로 가면 성공할 거라 권고를 해서 28살 나이에 무작정 달러 몇 푼 손에 쥐고 아테네로 들어 왔어요.”

단단한 체구로 용기와 배짱이 강하게 보이는 김기석 회장은 아테네로 무작정 왔어도 그 특성을 발휘했다.

“선박에 필요한 식료품, 면세품, 엔진 부속품, 중고매매 등을 다루는 아테네 선식회사를 찾아갔어요. 아테네로 많이 들어오는 한국선박들을 상대로 하는 파트너 동업을 제의했지요. 그 일을 한참 하고 있을 무렵, 한국에서 유학을 온 전도사님을 저의 집에 거하게 하면서 유학생활을 좀 도와 드렸어요. 그 전도사님이 귀국하면서 고마움으로 한국 나오면 예쁜 여자를 아내로 소개해 주겠다고 했어요.”

▲귀빈식당 카운터에서 손님들을 맞이하는 김기석 회장 부인 박경자 씨
김기석 회장은 1988년도 한국을 잠깐 다니러 나갔다. 그때 그 전도사가 생각나 전화를 했다. 전도사는 당장 만나자고 했다. 만나자는 곳으로 나갔더니 웬 아름다운 여인이 함께 있었다. 전도사는 자신의 사돈처녀라면서 소개했다. 그 여인은 공무원 생활을 하고 있다면서 인사했다.

“아, 이 여자다! 하는 느낌이 들었어요. 당장 결혼하자고 말했지요. 백화점으로 함께 가서 반지 하나 사서 끼워 주고 약혼식을 대신했어요. 2주 만에 결혼식을 올리고 돌아왔어요. 몇 년 후에 장인님과 손위 처남이 결혼 승낙과 결혼식을 빨리 하도록 해준 내막을 알게 되었어요. 경찰서장인 장인과 경찰관인 처남이 저의 신분증을 보고 1분 만에 범죄사실, 결혼유무를 확인하셨던 것이에요.”
아내 박경자 씨의 이야기도 재미있다. 자신은 소개받은 청년의 처음 인상이 솔직하고 진실하게 느껴진 데에다 태백시 출신이라고 하여, 정선 출신인 자신과 강원도 동향인 것이 마음에 들었다고 말했다.

“아테네로 빨리 오라는 연락이 왔어요. 첫날 밤 지나고 훌쩍 떠난 남편의 얼굴이 잘 생각이 나지 않았어요. 지금처럼 카카오톡이나 인터넷이 있었으면 좋았을 테지만…. 걱정하는 내게 남편은 아테네 공항에 내려서 얼굴이 까만 동양인만 찾으면 된다는 연락을 보내왔어요. 혼자 공항에 도착했는데, 멀리서 남편인가 하고 느낀 사람이 갑자기 사라졌어요. 낭패라고 생각이 들 때 키가 큰 안현기 사범님만 불쑥 나타났어요. ‘아, 이 사람은 아닌데’하고 있을 때 남편이 슬그머니 나타났어요. 남편은 꽃다발을 들고 나왔는데, 안현기 당시 한인회장님이 먼저 환영하러 나와 있어서, 부끄러워 꽃다발을 자동차에 넣어 두고 오느라고 사라졌었다는 것이에요. 호호”

이 이야기는 결혼생활 28년을 한결같이 서로 사랑하며 살아왔다는 귀빈식당 안주인 박경자 씨가 좀 친해진 사람들에게 털어 놓고 한 바탕 웃는 이야기라고 했다.

김기석 회장은 선식사업체 <Aenos Transit S.A>가 발전해 나가면서 사교력과 비즈니스 센스를 겸한 아내가 들어오자 일차적으로 한국선원들과 관광객들을 상대로 하는 ‘귀빈식당’을 차렸다. 두 가지 사업이 잘 됐다. 김 회장은 아들이 태어나자 어릴 때부터 마침 생긴 아테네 한글학교에 보내 한글을 가르쳤다. 이런 덕택으로 그리스 초등학교 졸업 후 영국 사립 중, 고등학교를 나온 아들이 서울 서강대학으로 유학, 한국 며느리까지 보게 되었다. 서울 홍대입구에 3층 집도 마련하고 금년 1월 30일 외동아들 혼사도 치렀다고 했다.

▲ 귀빈식당
▲귀빈식당 내부
▲ 아들 태형 씨와 며느리가 아테네를 방문했을 때 찍은 가족사진

한국과 한인사회를 위해 많은 기여를 하고 계신 것으로 알고 있는데요?

“그리스는 대한민국과 목숨을 함께 나눈 형제나라 입니다. 한국동란 때 그리스는 파병을 하여 우리를 도왔어요. 186명의 용사들이 목숨을 잃었지요. 해마다 6월 25일이 오면 주 그리스 한국대사관 주최로 아테네 중심지 국회의사당이 있는 신다그마 광장에서 기념식이 거행되고 있어요. 아테네 생활 초기부터 이 기념식에 참석하면서 그리스와 한국을 위해 보람 있는 일을 해야 하겠다는 생각을 굳게 했지요.”

김기석 회장은 그리스가 우리나라 선박을 가장 많이 구입하는 등 한국경제발전에도 크게 기여한 국가라고 지적하면서 양국을 위하는 첫 단계로 구심체 역할을 할 수 있는 한인사회 단결과 조직화에 착수했다고 한다. 봉사활동이 먼저였다.

“15년 전 제가 민주평통 그리스 자문위원으로 있을 때 유럽 민주평통 총회를 아테네에 초치하여 100여 명이 모인 대회를 개최한 추억이 납니다. 한국서 평통 수석부의장님 등 귀빈들도 참석하였는데 그리스 한인회 역사상 가장 큰 행사였지요. 이번에도 역시 한인회 회장으로서 유럽한인 총 연합회 제15차 총회를 대의원 80여 명과 함께 150여 명이 참석하는 큰 대회로 개최하게 되어 감회가 매우 깊어요.”

김기석 회장은 한인회 이사, 한글학교 이사 등으로 시작한 한인사회 봉사이력을 말했다. 그는 현재도 그리스 한인회장을 비롯해 아테네 한글학교 이사, 유럽 한인 총 연합회 이사로서 한인사회 봉사를 하고 있다. 강원도 명예 협력관으로 강원도와 그리스와의 경제, 문화교류에도 힘쓰고 있다.

요즘 한국을 비롯한 32개 국가에서 드라마 ‘태양의 후예’가 인기리에 방영되고 있어요. 그 해외촬영지인 그리스가 관심의 대상으로 부상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그 드라마의 가상국가 ‘우르크’에 살고 있는 현지 한국교포들의 반응은 어때요?

“한 마디로 대단합니다. 저는 이곳 한인교포들 중 20%에 해당하는 50여 명이 관광 가이드 업에 종사하고 있는 사실을 감안, ‘리사여행사’ 김미경 사장님과 함께 한국관광가이드 20여 명을 데리고 ‘태양의 후예’ 로케 지역을 돌고 왔어요. 송중기와 송혜교 ‘송송 커플’이 보트를 타고 접근하여 로맨스를 벌인 자킨토스섬의 나자지오 비치, 담배 밀수 난파선, 그리고 서대영 상사와 군의관 윤명주의 ‘구원 커플’(진구-김지원 커플)이 마지막 사랑을 속삭이고 떠난 곳 등을 답사 했어요. 그리스에 33년간 살았는데도 이렇게 관광 상품으로 꾸밀 수 있는 명승지들이 있는 줄 미쳐 깊은 생각을 못했어요. ‘태양의 후예’가 우리를 도와주어서 고맙게 생각합니다.”

▲ 자킨토스 난파선 앞, '태양의 후예' 관광상품선전 프로젝트 준비를 위해 현지를 방문한 김기석 회장 일행
김기석 회장은 ‘태양의 후예’ 촬영지-자킨토스-그리스 관광 상품이 리사여행사에 의해 곧 발표될 것이라고 했다. 그는 이 프로젝트가 그리스 한인동포들의 경제향상뿐만 아니라 어려움에 놓여 있는 형제국가 그리스의 경제를 살려 주는 데에도 큰 기여를 할 것으로 내다보고 본국인들의 많은 관심과 참여를 당부하기도 했다.

앞으로의 계획은?

“저는 2017년 12월 31일로 이번 한인회장 임기를 마칩니다. 주재 상사 직원들과 관광업에 종사하고 있는 대부분의 회원들, 30여 명의 다문화 가정주부들, 선교사들, 그 자녀들로 구성되어 있는 그리스 한인사회의 복지안녕을 위하여 최선을 다할 생각입니다. 계획되어 있는 행사들도 많아요. 회장임기를 잘 마치도록 여러분들이 도와주시기를 바랍니다.”

그리스 경제가 국가 채무의 증가로 파산위기에 몰렸다가 EU와 유럽연합 중앙은행 등의 구제금융으로 일단 위기를 면하게 되자 김기석 회장은 새로이 선박부동산중개업을 시작했다고 말했다. 한국 사람들이 많이 그리스로 와서 관광을 즐기기도 하면서, 동시에 그리스 경제도 돕고, 경제적인 이득을 누릴 수 있는 기회도 잡아 보길 권했다. 보영선식을 자랑으로 삼는 귀빈식당을 찾아주면 맛있는 음식을 대접하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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