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률칼럼] 북한이탈주민의 국적…③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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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률칼럼] 북한이탈주민의 국적…③
  • 차규근 변호사
  • 승인 2016.03.31 16: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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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차규근 변호사(법무법인 공존)

(지난 호에 이어서) 한편, 당시 이순영은 대한민국에 입국할 때 중국국적을 취득한 자에게만 발급되는 것이 원칙인 중국여권을 소지하고 입국했으므로, 이순영이 1992년 3월 중국정부로부터 외국인 거류증의 연장을 받은 이후 1992년 7월 중국정부로부터 중국여권을 발급받기 이전까지의 기간 동안 중국국적을 취득한 것은 아닌지 의심이 갔는데, 처분청 또한 이를 근거로 이순영이 중국국적을 가졌다고 주장했으며,

국적법은 대한민국의 국민으로서 자진해 외국의 국적을 취득한 자는 대한민국의 국적을 상실하는 것으로 규정하고 있으므로, 과연 이순영이 소지하고 있던 중국여권이 1992년 3월 이후 중국국적을 취득함으로써 정당하게 발급된 것인지 여부가 문제가 됐다.

이에 대해, 법원은 다음과 같은 사정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해 이순영이 중국 국적을 정상적으로 취득한 적이 없으며, 따라서 중국 여권도 정상적으로 발급받은 것이 아니라고 판단했다.

즉, 이순영은 함께 입국한 남편 서 모 씨가 1993년 11월 취객에게 맞아 사망했을 당시 가해자 측과의 합의금 수령 문제로 남편 서 모 씨와 부부관계인 사실을 입증할 필요가 있어 중국에 거주하는 서 모 씨 전처의 딸에게 이순영이 위 서 모 씨와 결혼했음을 증명하는 결혼증명을 보내줄 것을 부탁했는데, 서 모 씨의 딸은 이순영이 중국국적을 보유하고 있지 않기 때문에 위 합의금의 정당한 수령권자가 될 수 없고 중국국적을 보유하고 있는 직계비속인 자신이 위 합의금의 정당한 수령권자라고 주장하면서 이순영의 부탁을 거절하고 그 남편과 함께 1994년 2월 대한민국에 입국했다.

그러자 이순영은 다시 중국에 거주하는 친아들 소외 황 모 씨에게 연락해 이순영이 위 서 모 씨와 결혼했음을 증명하는 결혼증명과 함께 중국 주재 북한대사관으로부터 발급받은 해외공민증 및 중국정부로부터 발급받은 외국인 거류증을 우편으로 전달받은 후, 남편 서 모 씨의 전처 딸과 함께 대한민국 주재 중국영사관에 찾아가 위 합의금의 정당한 수령권자가 누구인지에 대해 유권해석을 구했는데, 이순영이 국적에도 불구하고 배우자의 자격에서 합의금을 수령할 수 있다는 유권해석을 받아 가까스로 위 합의금을 수령할 수 있었다.

남편 서 모 씨는 중국에서 공무원으로 33년간 근무하다가 1991년 안도현 재정국 경리부장으로 정년퇴직했으므로, 여권발급 권한이 있는 공안책임자 등에게 청탁해 부정한 방법으로 중국여권을 발급받기가 용이했으며, 한편 법무부에서는 1994년 4월 대한민국 주재 중국대사관에 대해 이순영의 국적과 이순영이 중국 거주허가를 받았는지의 점에 관해 조회 했는데 중국대사관에서는 위 조회일로부터 1년 반이 넘도록 아무런 회답이 없었다.

법원은 이러한 사실들을 모두 종합해, 이순영이 소지하고 있던 중국여권이 이순영이 중국국적을 취득함으로써 정당하게 발급받은 것이라고 인정하기 어렵고, 오히려 위 중국여권은 이순영의 남편인 서 모 씨가 중국의 관계공무원들을 통해 부정하게 발급받은 것이라고 인정함이 상당하다고 판단했다.  

그리하여, 법원은 이순영이 이처럼 부정하게 발급받은 위 중국여권을 소지하고 있었다는 점 하나만으로 중국국적을 취득했다고 볼 수는 없고, 따라서 여전히 대한민국 국민으로서의 지위를 가진다고 판단했다. 그리하여, 법원은 이순영에 대해 내려진 강제퇴거명령과 이에 따른 보호명령을 취소하는 판결을 했다.  

이 사건에서 이순영은 강제퇴거명령과 보호명령이 무효임의 확인을 구하는 청구도 했으나, 이는 기각됐다. 왜냐하면, 하자있는 행정처분이 당연무효가 되기 위해서는 그 하자가 법규의 중요한 부분을 위반한 중대한 것으로서 객관적으로 명백한 것이어야 하며 하자가 중대하고 명백한 것인지 여부를 판별함에 있어서는 그 법규의 목적, 의미, 기능 등을 목적론적으로 고찰함과 동시에 구체적 사안 자체의 특수성에 관하여도 합리적으로 고찰함을 요하는데,

위 강제퇴거명령이나 보호명령은 그 처분의 대상이 될 수 없는 대한민국 국민에 대해 행해진 처분으로서 그 하자는 중대하다고 할 것이나, 이순영은 중국여권을 소지하고 있어 일응 중국 국적을 보유하고 있는 자라고 판단될 만한 외관을 가지고 있었던 이상 그 하자가 객관적으로 명백한 것이라고는 할 수 없다 할 것이므로, 위 강제퇴거명령 및 보호명령을 당연무효로 볼 수는 없다는 이유에서였다.

지금까지, 또 다른 북한이탈주민 이순영의 눈물겨운 모국 체류기를 살펴보았다. 1937년생이므로, 지금 생존하고 있다면 우리 나이로 80세가 됐을 것이다. 강제퇴거명령과 보호명령이 취소되어 석방된 지도 벌써 20년이 흘렀다. 이렇게 이순영을 비롯한 대부분의 북한이탈주민은 어떻게든 한국에 입국해 계속 거주하기를 소망한다.  그런 점에서, 다시 북한으로 돌려보내달라고 하는 북한이탈주민 김련희 씨의 사연은 매우 이례적이다. 그래서, 국내외 언론들이 주목하는 모양이다. 향후 어떻게 될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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