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외동포사회를 대변할 총선후보가 거의 없는 이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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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외동포사회를 대변할 총선후보가 거의 없는 이유는?
  • 박정연 재외기자
  • 승인 2016.03.29 13:3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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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외유권자 200만명중 고작 8%만 참여해서는 동포사회 목소리 결코 높일 수 없어

▲ 박정연 재외기자

20대 총선을 앞두고 그동안 재외동포사회를 대변해 온 의원들이 모두 여야 공천에 탈락, 재외동포사회가 큰 실망감에 빠진 상태다. 재외동포위원장을 맡고 있는 김성곤 더불어 민주당 의원이 비례대표 후보공모에서 탈락한 뒤 야당으로선 험지에 가까운 서울 강남갑에 공천됐을 뿐이다.
 
새누리당 심윤조 의원의 경선 탈락도 마찬가지로 재외동포사회에는 충격으로 받아들여진다. 서울 강남갑에서 재선을 노리던 심윤조 의원은 당내 경선에서 이종구 전 의원에게 패해 20대 국회 입성이 무산됐다. 심 의원은 2014년 새누리당 재외국민위원장에 임명돼 2년여 동안 재외동포의 권익 신장에 앞장섰던 인물이다. 19대 총선 비례 대표로 당선된 새누리당 양창영 의원 역시 이번 비례대표 명단에서 탈락하고 말았다.  
 
특히, 그동안 재외동포사회를 대변해온 김성곤 의원과 양창영 의원의 경우 대륙별 한인회장단, 각국 한인회장단으로부터 대대적인 비례대표 추천을 받았음에도 이번 공천에서 탈락해 그 충격과 파장이 더 크다. 그나마 미국 시카고한인회 진안순 회장이 새누리당 재외동포 직능분야 비례대표로 공천을 받아 다소나마 위안을 삼는 분위기이지만, 순번이 당선권과 거리가 너무 먼 43번으로 사실상 비례대표 자리를 기대하기는 힘들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재외동포전문가들을 비례대표에 우선 추천하겠다는 말만 내세웠을 뿐, 정작 어느 정당도 현실성있는 약속을 제대로 지키지 않았다며 분을 삼키지 못하는 재외동포들도 적지 않다. 
 
하지만,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발표한 재외유권자수를 자세히 들여다본다면 우리 재외동포사회도 반성할 부분이 적지 않아 보인다. 선관위측은 이번 20대 총선 전체 재외유권자 198만명중 8%인 약 15만 8천명이 재외국민선거 등록을 마쳤다고 발표했다. 지난 19대 총선에 비해 27% 늘어난 수치다. 하지만, 사실상 재외선거인 15만 8천명은 전체 유권자수를 감안할 때 총선에 영향을 주기는 터무니없이 미미한 숫자다. 이렇듯 막대한 국가예산이 투입되는 데 비해 이처럼 낮은 투표율이 계속되자 일각에서는 아까운 국민의 세금만 낭비하는 것이라며 ‘재외선거 '폐지론'마저 나오는 실정이다. 
 
돌이켜 보면, 재외국민선거가 무려 40년 만에 다시 실시됐던 지난 19대 총선 당시는 각 정당들의 관심이 재외동포 유권자표에 쏠린 적이 있었다. 재외부재자를 포함해 200만 가까운 재외 유권자중 절반만 움직여도 총선은 물론이고 향후 대선 판도에 막대한 영향을 초래할 것이란 자체분석 때문이었다. 그런 탓에 여야 할 것 없이 모든 정당이 앞다퉈 재외동포사회에 러브콜을 보낸 적이 있다.
 
심지어 최소 2명 이상 비례대표 국회의원 자리를 주겠다고 호언장담한 정당도 있었다. 재외동포사회를 지지를 이끌어내기 위한 정당들의 공약도 쏟아졌고, 여야 할 것 없이 총선을 앞두고 소속 국회의원들까지 전세계를 돌며 재외유권자들의 표심잡기에 매달렸다. 이에 재외동포사회마저 부화뇌동해 ‘국회배지’라는 달콤한 유혹에 흔들리기 시작했다.
 
특히, 재외유권자들이 많이 거주하는 미주사회에서는 하늘에서 혹시 감이라도 떨어질까 하는 막연한 기대감에 스펙관리차원(?)에서 한인사회 각종 단체장 감투자리를 두고 서로 싸우는 이전투구까지 벌어져 재외동포사회가 한동안 몸살을 앓기도 했었다. 
 
그러나, 역시 지난 19대 총선결과에서 드러났듯이 막상 뚜껑을 열자 분위기가 급반전되고 말았다. 재외동포 유권자들의 선거참여율은 예상보다 훨씬 저조했고, 표도 거의 여야 비슷하게 반반으로 갈리자 여야 어느 정당 할 것 없이 어느 순간부턴가 동포사회에 대한 관심이 급속도로 식어버리고 말았다. 이미 우리가 알고 있던 현실이다. 
 
이번 다가올 20대 국회에서 720만 재외동포사회를 대변할 국회의원이 단 한명도 없게 되었다는 사실이 참으로 유감스럽다. 하지만, 그렇다고 망연자실하고 있을 수만은 없다. 우선은 우리 재외동포사회가 우선순위에서 밀린 이유에 대해 우리 스스로의 뼈 아픈 자기반성이 필요하다. 원인을 안다면 해결방법도 찾기 어렵지 않기 때문이다. 
 
우선 전체 720만 재외동포사회를 대변하고 아우를만한 참신한 인물이 없었던 것은 아닌지에 대해서 심각하게 고민해봐야 한다. 또한, 대륙별 한인회장단, 각국 한인회장단의 비례대표 추천이 충분한 대의명분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혹시나 특정 인물이나 특정 정당을 지지하는 모양새로 외부에 비춰지지 않았는지에 대해서도 반성할 필요가 있다. 재외선거로 말미암아 현지 동포사회가 정치적으로 분열되는 결과만 낳고 있다는 날선 지적도 겸허히 받아들일 필요가 있다.
 
하지만, 무엇보다 우리 재외동포사회가 가장 반성해야 할 부분은 따로 있다는 생각이다. 이번 총선에서도 드러난 형편없이 낮은 재외국민선거참여율이다. 가정이기는 하지만, 만약 재외유권자 200백만명중 절반 가량인 100만표가 이번 20대 총선에서 움직였다면, 과연 이렇게까지 우리 재외동포사회가 공천과정에서 철저히 홀대를 받고 외면당했을까 곰곰이 반성해볼 필요가 있다.  
 
모름지기, 스스로 노력하지 않으면 아무도 나의 권리를 가져다주지 않는다. 이건 너무나도 당연한 만고의 이치이자 진리이다. 이번 20대 총선 공천 결과를 지켜보며 우리 재외동포사회가 스스로 반성해야 할 부분이기도 하다. 까마득히 먼 4년후 다음 총선까지 기다릴 필요조차 없다. 2년후 다가올 대선에서만이라도 우리 재외동포 유권자들의 힘을 제대로 보여주자. 유권자로서의 당당한 권리와 의무를 행사하는 것, 이것이 바로 우리 재외동포사회가 잃어버린 권익과 제목소리를 되찾을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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