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메가-FTA 열풍과 4차 산업혁명 (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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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메가-FTA 열풍과 4차 산업혁명 (하)
  • 엄인호 경제학자
  • 승인 2016.03.28 1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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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엄인호 경제학자
과거 10여 년간, 한국은 15개의 양자 간 FTA를 맺어(전 세계시장의 약 4분의3에 해당하는 51개국) 일본 보다 빠르게 경제영토를 확장했다. 그러나 한국이 빠진 TPP가 2017년 발효되면, 일본을 비롯한 TPP 회원국들에 의해 한국의 시장선점효과가 서서히 희석될 것이다.

일본은 한국에 비해 기술비교우위와 엔저로 국제경쟁에 유리하며 동남아와 중남미 등으로 투자를 다변화 한 까닭에, TPP의 경제효과(관세 하락으로 유발될 교역창출 및 교역전환효과)가 첨가되면, 최대 수혜국 중 하나로 부상할 것으로 예상된다. 역내에서 부품을 생산하고 조립하면 모두 자국산으로 인정해주는 TPP의 ‘누적원산지’규정 때문이다.

‘누적원산지 규정’이란 TPP 회원국이 다른 회원국에서 생산한 부품 소재 등 중간재를 사용해 최종제품을 만들 경우, 중간재의 원산지를 자국산으로 인정해주는 제도다. 한국이 맺은 15개의 양자 간 FTA에는 나라마다 각각 원산지 규정이 다르므로 중소기업이 활용하기에는 상당한 행정비용이 들어, 주로 대기업에서만 활용해 왔다. ‘누적원산지’ 개념은 다자 간 FTA에만 해당된다. 

한국과 TPP 12개 회원국이 거래한 무역액(2014년 기준)은 한국 전체 무역액의 약 32.4%에 이른다. 최근 미국의 싱크탱크 피터슨 국제경제연구소(PIIE)에서 발표한 ‘TPP의 경제적 효과’ 보고서에 의하면, TPP가 2017년 발효된 후, 2030년경 수출증가율로 볼 때, 회원국 중 최대의 수혜국은 베트남(30.1%), 일본(23.2%), 말레이시아(20.1%) 등이라고 예측하고 있다.

미국(9.1%)과 캐나다(7.0%)가 일본에 뒤쳐진 이유도 누적원산지 활용도에 차이가 있다고 보인다. 역외국인 한국(-1.0%)은 태국(-1.6%) 다음으로 수출증가율에서 손해를 많이 보는 국가로 꼽혔다. 즉, TPP 가입을 서두르지 않으면, 글로벌경제영토 경쟁에서 일본에 뒤질 것은 분명하다. 

대외수출의존도가 높은 한국의 메가-FTA 참여는 선택이 아니라 생존의 문제다. 미국과 일본이 주도한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에 참여하기 위해 현재 신청 중이며, 중국이 주도한 역내포괄적 경제동반자협정(RCEP), 아시아태평양 자유무역지대(FTAAP), 그리고 한중일 FTA에는 참여국으로서 협상이 진행되고 있다. 

다가오는 무한경쟁시대에 살아남기 위해 한국경제는 총체적으로 체질 개혁을 해야만 메가-FTA시대에 필요한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 한국경제 주력산업들의 노후화 징후가 나타나는 상황에서 기업구조조정, 산업구조개편과 노동개혁을 통한 생산성 향상과 비용절감 없이는 무한경쟁시대에 지속적인 성장을 이룰 수 없다.

외국기업들이 한국을 떠나는 가장 큰 이유가 노동 환경 때문이라는 것은 이미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또한 생산성이 낮은 기득권세력에 의한 일자리가 점유될 때, 기업과 국가경제 전체에 큰 피해를 주게 될 것도 명확하다. 

무한경쟁시대에 필요한 경쟁력제고를 위해서는 4차 산업혁명의 산물(예를 들어 로봇, 인공지능, 사물 인터넷(IoT), 웨어러블, 모바일, 3D 프린터, 드론, 자율주행차 등)을 도입하지 않을 수 없다. 제조 및 서비스업 등 모든 분야에서 컴퓨터화, 로봇화, 인공지능화가 폭발적으로 이뤄져, 소비자들은 일상생활에 필요한 기계를 스마트 기계(스마트 폰, 스마트 카, 스마트 홈 등)로 대체할 것이며, 기존의 공장들은 모두 스마트 공장으로 대체될 것은 시간문제다. 그에 따라 생산성과 효율성이 비약적으로 높아질 테지만, 기술 실업자 양산이라는 잠재적 위험이 따른다. 

기술 실업의 위협은 2가지 루트로 다가올 것이다. 첫째, 국내시장에서 기계(로봇, 인공지능 등) 에 의한 인력대체현상이 더 활발해져 빠른 속도로 실업자가 양산될 것이다. 둘째, 메가-FTA시대에는 기업의 해외생산 증가와 부품의 글로벌 소싱(sourcing)이 더욱 증가하여 제조업 중심국가에서는 국내 고용감소가 불가피하다. 국내 공장들이 해외로 나갈 가능성이 커져(예, 자동차, 반도체, 전자, 등), 국내의 일자리가 사라질 것이다. 미국, 독일, 일본, 중국 등 세계 제조 강국들이 기업을 자국 내에 머물게 하기 위해 노력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메가-FTA시대가 불러올 무한경쟁과 4차 산업혁명이 맞물려 수많은 기존 일자리는 파괴 될 수밖에 없다. 신기술이 요구하는 일자리가 어느 정도 창출되지만, 신기술 일자리를 채울 인력은 부족 해 ‘미스매치’ 현상으로 인한 실업자 증가도 불가피해진다.

20년 안에 세계 일자리 50%가 사라진다는 경고는 세계 석학들(예, Oxford대학, MIT대학의 연구)에 의해 이미 여러 채널(channel)을 통해 널리 알려진바 있다. 기계(특히 로봇과 인공 지능 혁명)에 의한 노동 대체 현상이 예상 보다 빨리 다가오고 있는 것을 유의해야 한다.

최근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린 세계경제포럼(금년 1월 18일)에서 발표된 ‘일자리의 미래 보고서’에 의하면, 전 세계 일자리 중 5년 내 약 500만 개(순 감소)가 사라질 것으로 전망했다. 머지않아 사라질 것으로 예상되는 직업군은 사무행정직군, 제조업 생산직, 건설·채광업 직종 등이고, 신규직종으로 인력이 더 필요한 직종은 재무관리, 매니지먼트, 컴퓨터, 수학 등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한편, 맥킨지 연구소는 4차 산업혁명으로 인해 2030년까지 지구상에서 현존하는 일자리의 약 80%가 사라진다고 비관적인 미래를 예측하고 있다. 예를 들면, 자율주행차의 출현으로 운전기사(트럭, 택시, 버스, 등)의 일자리가 사라 질것이고, 교통 사고율이 감소돼 자동차 보험업이 대폭 축소될 것이다. 3D프린터는 제조업과 운송업을 축소, 그리고 드론은 배달업을 축소시킬 것이다.

디지털교육은 교사의 필요성을 대폭 감소시킬 것이다. 그뿐 아니라, IoB(Internet of Brains)에서 비롯되는 고도의 인공지능은 화이트칼라 전문직들(예, 회계·세무, 약사, 의료, 금융, 법률, 경제 전문직, 스포츠담당기자, 등)의 수요를 대폭 감소시킬 것은 시간문제일 뿐이다.

미국에서는 최근 몇 년간 회계사와 세무사 등의 수요가 실제로 8만 개 이상 줄었다. 영국의 로열 뱅크 오브 스코트랜드(RBS)는 경비 절약을 이유로 ‘투자와 보험상품자문역’ 500명을 감원, ‘로보 어드바이저(Robo Advisor) 서비스’로 대체한다고 파이낸셜 타임즈가 3월13일 보도했다.    

기술의 눈부신 발전으로, 미래의 인력 수요를 정확히 예측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그러나 미래의 수요에 부합되는 교육개혁을 하루 속히 시도 하지 않으면, 한국 대학에서 배출하는 인력은 미래에 필요한 인력 보다는 앞으로 없어질 직종 군에 집중된다.

엄청난 사회 비용을 지불하고도 결과적으로 대졸 실업자(특히 인문사회 계열)를 양산하게 될 것이 우려된다. 지난 10년 동안 한국의 대졸 실업률이 6.2%에서 9.6%로 늘어난 사실로 볼 때, 적절한 교육개혁 없이는 2030년경 대졸 실업률이 더 악화 될 것은 명확하다. 

로봇과 인공지능혁명으로 눈앞에 다가온 인공지능시대, 인공지능을 어떻게 통제하고 활용할지 에 대한 진지한 논의와 국가 전략이 반드시 필요하다. 인공지능에 대한 ‘실직 공포’가 현실화 될 것이 우려되는 이때, 기술 실업에 관한 중장기적 대응 정책이나 일자리 재조정에 관한 정책 및 전략도 거의 전무 상태라는 것은 심각한 불안요소다.  

엄인호(전 캐나다 연방정부 국제무역위원회 수석경제학자, 전 오타와 상록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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