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말로 깨닫다] 인공감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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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말로 깨닫다] 인공감정
  • 조현용 교수
  • 승인 2016.03.21 15: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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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현용(경희대 교수, 국제교육원 원장)

인공지능이 세상을 떠들썩하게 했다. 바둑은 그 수가 오묘해서 절대로 인공지능이 이길 수가 없다고 했었다. 그런데 결과는 한 판을 이긴 인간 이세돌에게 축하가 돌아갈 정도로 인공지능은 완벽했다. 세상은 충격에 빠졌고, 인공지능이 보여줄 미래에 대해서 걱정을 하거나 환호했다. 아무래도 걱정이 많았던 것이 사실인 듯하다. 인공지능에게 지배당하는 세상이 두려웠을 것이고, 인공지능에게 일자리를 빼앗길 걱정이 들었을 것이다.

인공지능은 우리의 생각이나 상상의 속도보다 훨씬 빠르게 우리 곁에 있다. 다양한 기술과 함께 인공지능의 시대가 열리고 있다. 자동차 내비게이션에 감탄하던 우리에게 스스로 운행하는 자동차는 놀라움 그 자체다. 벌써 운전하는 사람이 없어도 움직이는 기차는 우리의 삶 속에 들어와 있다. 인공지능의 한계를 연구해 보는 게 무의미할 정도로 우리 앞의 새로운 세상은 인공지능이 지배하는 세상이다.

아무리 인공지능이 지배해도 인간이 필요한 영역은 있을 거라고 학자들은 이야기한다. 우리들도 서로에게 인간이 해야 할 역할을 강조하며 위안을 삼는다. 하지만 곰곰이 따지고 보면 다 인공지능이 할 수 있는 일이라는 생각이 들어 씁쓸하다. 사람들은 아무리 인공지능이 발달해도 ‘선생님’이라는 직업은 남아있을 거라고 나를 위로하지만 정말 그럴까?

어떤 학자들은 인공지능이 절대로 따라올 수 없는 영역은 ‘감정’의 분야라고 말하기도 한다. 인간의 복잡하고 따뜻한 감정을 기계가 이해할 수 없으리라는 입장이다. 기계와 인간의 차이점을 ‘감정’으로 보는 것이다. 약간의 안도감도 든다. 인간이 할 수 있는 일이 있다는 말이 내 존재의 이유를 설명하는 듯해서 기쁘다. 하지만 한편을 생각해 보면 기계가 감정을 갖는 것은 정말로 불가능할까?

나는 인공지능의 놀라운 능력을 보면서, 인공감정도 가능하지 않을까 하는 엉뚱한 생각이 들었다. 인공지능으로 실타래처럼 얽혀있는 세상의 문제를 풀 수 있다면 인공감정으로 마음이 다친 사람들을 위로해 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 것이다. 인공지능이 수많은 복잡한 계산을 빠르게 해내는 것처럼 인공감정은 상대의 감정을 잘 파악해서 상황에 맞게 대처할 수 있지 않을까?

가만히 생각해 보니 인공감정이 있어서 우리의 마음을 어루만져주면 좋지 않을까 하는 마음도 든다. 내가 슬퍼하면 나의 마음을 알고 위로해 주고, 가만히 나를 안아준다면 얼마나 좋을까? 내가 기뻐하면 얼른 맞장구를 쳐 주고, 자기 일처럼 기뻐한다면 얼마나 고마울까? 내가 낙심해 있을 때 아무 말 없이 다가와 어깨를 토닥여 준다면 얼마나 힘이 될까? 잔소리가 아니라 내가 듣고 싶은 격려의 말을 해 주고, 아부가 아니라 정말 내 장점을 발견하여 칭찬을 해 준다면 정말로 기쁘리라. 이런 인공감정이 있다면 가까운 친구들보다 차라리 낫지 않은가? 어쩌면 가족보다도 낫지 않을까? 친구나 가족도 나를 위로하지 못하고, 내 기쁨에 충분히 기뻐하지 않고, 오히려 상처를 주는 일도 많지 않았던가?

하지만 인공지능은 인간이 절대로 따라할 수 없는 일이겠지만 인공감정은 원래 인간이 하던 일이라는 차이가 있다. 인공지능처럼 복잡한 계산을 순식간에 해낼 수는 없겠지만, 따뜻한 위로와 우러나오는 칭찬은 우리도 얼마든지 할 수 있다. 서로에게 상처를 주지 않으려는 노력은 우리가 늘 하여야 하는 일이다. 인공감정을 상상하다 보니 사람이 귀하다는 생각이 든다. 서로의 마음을 보살피고 어루만져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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