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금융기업들, 캄보디아 진출 경쟁 치열한 이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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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금융기업들, 캄보디아 진출 경쟁 치열한 이유는?
  • 박정연 재외기자
  • 승인 2016.03.18 15: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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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은행의 프놈펜상업은행 인수에 이어 국내은행들 현지 대출전문은행 인수전까지 가세

▲수도 프놈펜 중심가에 현재 5개 지점망을 개설해 운영 중인 신한은행 다운 펜 지점의 모습. 지난해 말 문을 연 프놈펜 스텅민페이 지점을 포함해 신한은행 측은 해외 글로벌 네트워크를 19개국 140개로 늘렸다.(사진 박정연 재외기자)
최근 우리나라 은행들의 캄보디아 진출이 두드러진다. JB금융그룹 전북은행(은행장 임용택)이 프놈펜상업은행(PPCB) 인수에 성공한데 이어 웰컴저축은행이 현지 소액대출회사인 그린 마이크로 파이낸스를 인수했다. 웰컴금융그룹이 해외로 진출한 건 2014년 필리핀 현지 법인을 세운 이후 두 번째이며, 늦어도 5월 초에 모든 인수합병 절차가 마무리될 전망이다.

전북은행의 프놈펜상업은행 인수는 오는 6월까지 한국과 캄보디아 정부의 승인 절차를 거쳐 마무리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 2008년 현대스위스저축은행과 일본 SBI가 공동출자 설립한 프놈펜상업은행은 현재 캄보디아 36개 상업은행 중 자산규모 10위권 은행으로 총자산 5000억 원, 직원 250여 명, 주요 거점도시 13개 지점을 보유하고 있다.

특히 연간 56.5%의 높은 자산성장률에, 총자산이익률(ROA)이 국내은행(평균 0.5%) 보다 높은 2.1%를 기록하고 있으며, 연체율 0.3%, 담보위주의 대출구성 등 성장성·수익성·건전성 지표가 모두 우수하해 JB금융그룹의 수익성을 높이는 데 크게 기여할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매각가는 1,600~1,700억 원 수준으로 알려졌다.

한편, ‘러시앤캐시’로 잘 알려진 대부업체 아프로파이낸셜대부 역시 최근 캄보디아 현지 진출이 눈에 띈다. 이 회사는 JB금융그룹과 함께 프놈펜상업은행 인수경쟁에 컨소시엄 형태로 뛰어들어 40% 지분을 확보한 데 이어, 또다시 국내외 8개 기업체들 간 치열한 입찰 경쟁에 뛰어들어 현재 캄코특수은행 인수우선협상대상자로 최종 선정됐다.

캄보디아 수도 프놈펜 중심가에 위치한 이 은행은 지난 2007년 부산저축은행이 캄보디아에 우리나라 금융기업 중에서는 최초로 설립한 여신전문금융회사다. 캄코저축은행의 현 자산은 2014년 말 기준 1,190만 달러, 자본은 1,010만 달러로 알려져 있다. 매각 예상가는 100억 원 수준이다. 

KB국민은행, 신한은행, 우리은행 등 이미 수년전 캄보디아에 진출한 국내 대형 은행들 역시 최근 들어 보다 공격적이고 다양한 방식으로 추가 진출을 꾀하는 모습이다. 최근 〈한국경제신문〉에 따르면 이들 은행 중 KB금융과 하나금융, 우리은행은 현재 캄보디아 1위 소액대출회사인 ‘프라삭(Prasac)’ 인수를 놓고 경쟁을 벌이고 있는 상태다.

▲지난 2008년 캄보디아에 진출한 KB국민은행 프놈펜 본점 전경.
프라삭은 국내의 캐피털회사와 비슷한 고금리 소액대출을 취급하는 서민대출전문 금융회사(MFI)다. 현지 총 39개 소액대출전문회사들 가운데 예금 수신까지 가능한 소액대출회사는 총 7개인데 그중 규모가 가장 큰 이 금융회사는 지난해 6월 말 기준 캄보디아 시장점유율 28.8%로 전체 1위에 올랐으며, 총자산은 지난해 6월 말 기준 약 1조 300억 원 규모다.

현재 전국에 176개 지점망을 두고 있으며 높은 저축 이자율 때문에 교민고객 사이에서도 이미 입소문이 자자한 금융기업이다. 국내 모 경제신문 보도에 따르면 KB금융과 우리은행은 현재 프라삭 지분 50% 이상을 인수한 뒤 은행업으로 전환해 현지 법인과 합병을 추진할 계획이다. 

지난 2014년 캄보디아의 중소형 마이크로 파이낸스인 ‘말리스’를 인수, '우리 파이낸스 캄보디아'를 출범시킨 우리은행 측 역시 ‘프라삭’을 더해 현지 소액대출시장 장악력을 높인다는 전략을 세우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통해 베트남, 인도네시아, 캄보디아를 잇는 금융벨트를 구축한다는 계획이다. 우리 파이낸스 캄보디아의 작년 10월말 기준 총자산은 1,900만 달러로 인수 당시보다 134.6% 가량 늘어났고, 영업수익도 200만 달러로 185.7% 증가했다. 8개 지점으로 네트워크를 늘린 가운데, 현재 본격적인 은행업 진출도 모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하나금융 역시 프라삭의 소수 지분을 인수한 뒤 업무 제휴를 추진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지난해에도 하나금융은 KEB하나은행을 통해 캄보디아 최대 은행인 아클레다(Acleda)은행과 전략적 제휴를 맺은 바 있다.

이렇듯 국내 주요 대형은행 세 곳이 동시에 해외 금융회사 인수 경쟁에 뛰어든 것은 일찍이 전례가 없는 일이다. 그렇다면 인구 1,500만 명, 1인당 국민소득이 불과 1,100불에 지나지 않은 동남아의 가난한 이 나라에 우리나라 굴지의 대형금융기업들이 앞을 다퉈 진출하려는 이유는 과연 뭘까?

우선은 국내경제의 침체에 따른 저금리가 가장 큰 원인으로 손꼽히지만, 좀 더 다른 시각으로 본다면 지금 캄보디아 금융시장이 우리나라 금융기업들이 매력을 느끼기에 충분한 여러 가지 메리트와 조건을 갖추기 때문으로 볼 수 있다.

지난해 말 기준 국내 은행권 순이자 마진(NIM)은 1.56%로 사상 최저 수준을 기록했지만, 상대적으로 동남아시아 은행들의 순이자 마진은 대략 3~5%로 국내보다 2~3배 이상 높다. 특히 지난해 말 기준 캄보디아 MFI업계 순이자 마진은 15% 남짓으로 알려졌다.

▲최근 JB금융그룹 전북은행에 인수된 프놈펜상업은행(PPCB) 본점 내부 모습.
외국인 투자환경도 상대적으로 좋은 편이다. 외국 자본 진입에 대해 정부정책이 매우 우호적이라 외환거래도 비교적 자유롭다. 향후 시장 잠재력도 크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캄보디아는 높은 경제성장률에도 불구하고 국민 대다수가 아직 금융시스템을 제대로 이용하지 않아 향후 성장 잠재력이 매우 크다”고 말했다.

또한, 자국화폐가 있지만 사실상 달러경제라는 점도 큰 장점이다. 외환금융거래에 따른 환차손 리스크도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제도상으로 특별한 규제가 없어 소액대출회사 등 금융회사 설립 및 인수도 상대적으로 자유롭다. 경제도 10년째 7%대 높은 성장률을 기록하고 있어 큰 장점이다. 금년 동남아 경제공동체(AEC)의 출범도 향후 시장성장 잠재력에 더 큰 힘을 실어줄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불안요소도 어느 정도 존재하는 게 사실이다. 2년 후 다가올 총선을 앞두고 정치적으로 불안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빈부격차에 따른 사회적 갈등도 늘 시한폭탄 같은 존재다. 세계경제위기나 급격한 경기 변화에 매우 취약한 종속경제이라는 점도 단점이다. 공무원들의 부정부패도 발목을 잡는 한 요인이다. 프놈펜을 중심으로 수년 사이 부동산가격이 너무 빠르게 올라 만약 거품이 꺼질 경우 등 위험 리스크도 존재한다.

그러나 이는 캄보디아뿐만 아니라 비슷한 경제수준의 이웃 주변 국가들도 겪고 있는 일종의 ‘동남아 리스크’다. 다행스럽게도 이러한 불안요소는 아직은 가능성 수준이며, 지금으로선 당장 현지금융시장에 타격을 줄 만큼 우려할만한 수준은 아니라는 게 현지전문가들의 대체적인 평가다.  

우리나라 주요은행들의 캄보디아를 비롯한 동남아 진출에 대해 교민사회 역시 반기는 모습이다. 한 교민사업가는 “그동안 일부 국내 대형은행들이 교민기업만을 상대로 한 영업 전략으로 별다른 수익을 못 내고 고전을 면치 못한 것으로 알고 있는데, 우리나라 금융기업들이 다수 진출해 캄보디아 금융시장 전체를 주도하게 된다면 현지 진출 교민기업들 입장에서도 자부심을 느끼게 되고, 투자대출도 편해질 뿐더러 더 나은 선진국형 금융서비스를 받게 되는 등 여러모로 좋을 것 같다”며 기대감을 표시했다. 

반면, 현지 금융전문가들 사이에서는 한국금융기업들의 잇따른 현지진출에 대해 지속되는 경기침체 및 저금리 기조로 수익성이 악화되는 상황에서 국내시장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한 또는 국내 은행들의 살아남기 위한 자구책 전략에 지나지 않는다는 부정적 시각과 우리나라 금융 회사들 간 과당경쟁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일부 존재하는 게 사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금융전문가들의 대체적인 의견은 장기적인 투자관점에서 본다면 우리나라 금융회사들의 해외진출이 균형 있는 포트폴리오 구축을 통해서 수익구조를 다변화해 지속적인 성장기반을 마련키 위한 긍정적 신호가 되는 동시에 캄보디아를 비롯한 동남아 지역 진출이 세계금융시장에서 우리 금융기업들이 국제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는 교두보가 될 수 있다는 긍정적 평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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