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산책] 한라산의 어원은 고대 몽골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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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산책] 한라산의 어원은 고대 몽골어
  • 이형모 발행인
  • 승인 2016.03.07 08: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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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형모 발행인

단재 신채호의 <한국상고사>를 현대 한국어로 옮긴 박기봉 선생의 경험담을 소개한다.

개인적으로 알고 지내는 몽고족 출신의 한 인사가 중국 심양의 요령민족출판사에서 <몽고경전>의 한역 편집을 맡고 있었다. 그는 고대 몽고어를 전공한 학자이다. 하루는 그의 집에 초대를 받아 갔는데, 그 자리에는 북경대학에서 현대 몽고어를 가르치는 교수 한 분도 동석했다.

그날 저녁 식사 후에 우리는 술이 거나하게 취하여 돌아가면서 노래를 불렀는데, 북경대학의 몽고어과 교수가 부르는 몽고어 노래가사에서 “할라”라는 단어가 자주 나왔다. 평소 제주도의 한라산(漢拏山)이 무슨 뜻인지 알 수 없어 궁금하게 여겨왔던 나는 노래가 끝난 후 노래가사에 나오는 “한라”라는 말의 뜻이 무엇인지 물어봤다.

그의 대답인즉, “저 멀리 구름 위로 우뚝 솟아있는 검푸른 산”이라는 것이었다. 긴 설명이 필요 없었다. 제주도는 고려시대 때 몽고인들이 말을 기르던 곳이었던 것이다. 그 때부터 우리들은 노래 부르기를 그만두고 몽고어와 우리말의 음과 뜻이 같거나 비슷한 단어 찾기에 나섰다.

그러다가 나는 문득 우리 고대사의 명칭들 가운데 평소 그 뜻을 궁금하게 여겨왔던 것과 같은 음의 몽고어가 있는지 알아봤다.

그 첫째가 신라 시조 박혁거세의 왕호인 “거서간(居西干)”이었다. 내가 “거서간”, “쥐쉬간(거서간의 중국발음)”을 반복해서 말하자, 나의 친구가 손짓으로 말을 중단시키고, 몽고 고대어에 그와 비슷한 음의 단어를 생각해 냈다고 했다. 기대에 부푼 내가 그 뜻을 묻자, 그가 말했다. “대여섯 명의 사람들이 둘러앉아서 그 중에서 한 사람을 대표로 뽑을 때, 그 대표로 뽑힌 사람을 쥐시간(居西干)이라고 했다.” “거서간”을 ‘귀인을 부르는 호칭’이라고 설명하고 있는 <삼국사기>의 주석보다 훨씬 명쾌했다.

그 다음으로 알아낸 것은 “마립간(麻立干)”이었다. “마립간”과 “마리간(마립간의 중국 발음)”을 되풀이하는 나에게 말을 멈추라고 하면서 그가 설명했다. 몽고 고대어에 우리말 “마립간”과 비슷한 음을 가진 단어는 ‘강력한 힘을 가진 왕’, ‘명실상부한 권력자로서의 왕’이란 뜻의 단어라고 했다.

신라왕의 칭호가 “니사금(尼師今)”에서 “마립간(麻立干)”으로 바뀐 시기는 신라의 왕권이 확립된 시기와 일치하는바, “마립간”을 “말뚝을 왕의 칭호로 사용했다”는 <삼국사기> 주석의 설명보다 훨씬 설득력이 있었다.

마지막으로 알아낸 것은 연개소문의 직위인 “막리지(莫離支)”였다. “막리지”와 “모리즈(막리지의 중국발음)”을 되풀이하는 나를 멈추게 하고 그가 말해준 고대 몽고어는 “모글리지”라는 음의 단어로서, 왕 밑에서 실질적으로 모든 권력을 행사하는 ‘수석대신’으로서, 현대에서 그 예를 찾는다면 “국무총리”와 비슷한 것이라고 했다.

단재 신채호 선생이 <조선상고사>에서 설명한 ‘이두문자를 통한 해석’과 함께 ‘고대 몽고어를 통한 해석’ 두 가지 방법을 이용한다면, 우리 고대사와 관련된 인명, 관직명, 지명 등의 문제를 해결하는데 큰 참고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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