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국제학교에 대한 잘못된 인식과 편견부터 버려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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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국제학교에 대한 잘못된 인식과 편견부터 버려야
  • 박정연 재외기자
  • 승인 2016.02.25 11: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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캄보디아 한국국제학교 설립을 바라보며

▲ 박정연 재외기자
요즘 캄보디아 한국국제학교 건립이 화두다. 만나는 이들마다 한국국제학교에 대해 묻는다. 자녀들이 이미 출가한 교민들이 더 관심을 갖고 묻는다. 다들 교민사회의 미래를 걱정하기 때문이다. 바람직한 현상이 아닐 수 없다.

 최근 캄보디아 대사관이 발 벗고 나서 한국국제학교 설립을 위한 설명회를 가졌다. 지도층인사들로 구성된 설립추진위원회도 조만간 구성될 예정이다. 금년 하반기부터 학교를 시작할 수 있다는 장밋빛 전망도 쏟아져 나오고 있다. 지금 당장 서두른다면 전혀 불가능한 일도 아니다.

 하지만, 국제학교 건립을 위해선 생각보다 해결해야 할 문제가 많다. 우선 재원마련이 시급하다. 교육부 정식인가를 받으면 최대 50% 지원을 받을 수 있다고 한다. 그러나 그것만으로는 턱없이 부족하다. 기업들의 후원은 물론이고 십시일반 교민사회의 후원기금 조성도 필요하다. 그렇다고 해서 해결책이 없는 건 아니다. 학생수가 적어서 문을 닫는 경우도 봤어도 운영자금이 부족해 문을 닫는 한국국제학교는 아직 단 한 번도 본 적이 없다. 찾아보면 반드시 길은 있기 마련이다.

 가장 큰 해결 과제는 따로 있다. 한국국제학교를 바라보는 일부 교민들의 그릇된 시각과 편견이다. 거기에는 국제학교에 대한 전반적인 이해 부족도 포함된다. 국제학교 설립의 필요성을 절감하면서도 교육부인가가 왜 필요한지에 대해서 모르는 교민들이 의외로 많다. 교육부 인가를 받은 학교를 졸업해야만 국내 학교에 입학하거나 진학할 수 있다는 사실조차 모르는 부모들도 더러 있다. 정보공유가 덜 된 탓도 있지만, 솔직히 관심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알고는 있지만, 생계를 꾸려가느라 타이밍을 놓치고 뒤늦게 허둥대는 부모도 의외로 많다. 자식의 대학입학을 위해 중학교 검정고시부터 다시 치러야 하는 경우가 허다하니 부모나 자식이나 돈 걱정에 마음고생 하기는 마찬가지다.

 심지어 교민사회에는 한국국제학교 무용론(無用論)을 주장하는 이들도 적지 않다. 가장 위험한 케이스다. 글로벌 시대에 영어교육이 필수인데 굳이 한국어와 한국의 주입식 교육을 굳이 가르칠 필요가 있냐는 게 그들의 논리다. 정말 맥 빠지는 말이 아닐 수 없다. 일부 학부모들은 비싼 현지 국제학교에 대한 맹신에 가까운 신뢰를 갖고 있다. 하지만, 이 나라 국제학교에서 가르치는 교육 수준이 어느 정도인지 아는 사람이라면 감히 그런 말을 못할 것이다.

 캄보디아에 국한된 얘기이기는 하지만, 연간 학비가 수만 불에 달하는 이 나라 일부 국제학교 교육의 질은 다른 나라와 비교해 솔직히 크게 기대할 바가 못 된다. 미국의 명문대학교 진학률이 이를 말해준다. 현지 국제학교들 중 대외적으로 진학률을 자랑삼아서라도 공개하는 곳은 단 한곳도 없다. 몇 군데 문의해봤지만 대부분 답을 피했다. 그런 비싼 학교를 졸업한 학생들 중 좋은 SAT 성적을 받아 미국 명문대학에 입학하는 학생들의 비율이 과연 얼마나 되는지 조사해본다면 그런 얼토당토 없는 주장은 감히 못할 것이다.

 한국국제학교를 보내면 영어를 배울 기회를 놓쳐버릴 것이란 학부모들의 불안감도 문제다. 이는 모국어인 한국어를 제대로 배울 기회를 놓칠 수 있다는 단순한 사실을 간과한 것이다. 모름지기 모국어에 대한 이해와 독해력이 기본이 되어야 다른 외국어도 잘 할 수 있다. 그런데도 일부 부모들은 영어교육에만 몰두 할 뿐 한국어 교육의 중요성에 대해선 전혀 깨닫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통상적인 의사소통만 가능한 수준인데도 자녀들이 한국어를 무척 잘한다고 착각하는 부모들도 적지 않다. 평소 영어 때문에 겪은 스트레스와 콤플렉스를 자식들에게서 보상받으려는 심리도 저변에 깔려 있다.

 그런데 더 큰 문제는 그렇게 영어만 잘하는 아이들은 나중에 커서 한국에선 소위 반쪽짜리(?) 신세로 전락한다는 사실이다. 영어권 국가 현지기업에 취직한다면 모를까 국내 대기업에 취직해도 문서기안 한 줄 제대로 작성하지 못하고 통번역은 고사하고 한국어로 된 서류 한 장을 이해 못해 버벅댄다. 한마디로 제대로 살아남기 힘들다. 이건 전적으로 부모의 책임이다.

 자녀들이 유창하게 외국어를 잘하게 만들기 위해선 무엇보다 모국어에 대한 완벽한 수준의 이해와 활용교육이 필수다. 모국어에 대한 체계적이고 탄탄한 기초가 잡힌 다음 외국어를 배워야 언어논리의 체계가 잡히고 언어를 담당하는 사고능력도 향상된다. 이는 언어학자들도 늘 입버릇처럼 강조하는 말이다. 다만 자식을 미국이나 영어권 국가 대학에 입학시킬 계획과 이를 뒷받침할 수 있는 대단한 경제력을 갖춘 부모들은 논외의 문제로 삼겠다.
 
 그렇다면 거꾸로 한국국제학교를 설립할 경우 좋은 점은 뭘까? 우선 정식으로 교육부 학력인증을 받을 수 있다는 게 큰 장점이다. 우리나라 교육부의 재정지원은 물론 정교사 파견까지 지원을 받을 수 있다. 이를 통해 교육전문가들로부터 한국교과서로 양질의 한국교육을 받을 수 있다. 한국의 교육을 ‘주입식 교육’이라고 폄하하는 이들도 일부 있는데 요즘 우리나라 초등학교 교육이 어떤 수준인지 당최 모르고 하는 소리다. 과거 암기식 교육을 받아온 세대에게 쉽게 이해가 되지 않을지 모르지만, 창의력을 키워주는 교육시스템으로 바뀐 지 이미 오래다. 미국 등 선진국과 비교해도 손색이 없는 수준이다.

 그 외에도 장점은 수도 없이 많지만, 한국인으로서의 정체성유지이니 문화이해니, 세대 간 소통원할이니 이런 말들은 이미 귀에 못이 박힐 정도로 들어온 소리이니 더 이상 언급하지 않겠다.

 예로부터 교육은 백년대계(百年大計)라고 했다. 우리 자녀들에게 재산을 물려주는 것보다 훌륭한 교육을 시키는 것이 우리의 미래를 담보하는 일임은 다 아는 사실이다. 최근 캄보디아 대사관 주최로 열린 재외동포 간담회에서 김원진 대사가 이런 말을 한 적이 있다.

 “개천에서 용이 나던 시절은 이미 지났다. 자녀의 교육에 대해 보다 많은 관심을 쏟아야 우리가 부모로서 책임을 다했다 할 수 있다. 이건 부모로서 의무이기도 하다. 그래야 우리 자녀뿐만 아니라 우리 교민사회에도 미래가 있다.”

 맞는 말이다. 우리의 미래는 결국 우리 다음세대들의 교육에 달려 있다. 비단 캄보디아에만 국한된 게 아니다. 아직 국제학교가 없거나 현재 추진 중인 전세계 다른 재외동포사회도 귀담아들어야 할 금과옥조(金科玉條)라는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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