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말로 깨닫다] 해님과 달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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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말로 깨닫다] 해님과 달님
  • 조현용 교수
  • 승인 2016.02.09 13: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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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과 가까워지려는 마음

▲ 조현용(경희대 교수, 국제교육원 원장)
우리나라의 시간관념은 모두 자연과 관련됩니다. 그중에서도 대부분 천체와 관련됩니다. 1년을 ‘해’라고 하고, 1개월을 ‘달’이라고 합니다. 하루를 뜻하는 ‘날[日]’도 해의 의미입니다. 날이 밝았다고 하고, 날이 샜다는 표현도 합니다. 날이 저물었다는 표현도 해가 졌다는 의미가 되는 것입니다.

 ‘날’과 관련이 있는 시간인 ‘낮’도 해와 관련이 됩니다. 옛말에는 저녁을 뜻하는 ‘나조[夕]’라는 말도 있었습니다. ‘나조’도 해와 관련이 됩니다. 우리는 해와 달의 움직임에 따라 시간의 흐름을 알았던 것입니다.

 한 달은 달의 모습이 바뀜에 따라 초승달과 그믐달로 나누어집니다. 15일을 나타내는 ‘보름’이라는 시간 단위는 다른 언어에는 거의 나타나지 않습니다. 보름도 달과 관련이 있는 단어로 보입니다. 달이 가득 찬 ‘보름’을 우리는 넉넉하게 바라보았습니다. 모든 우리의 소망을 다 들어줄 것 같은 마음이 생겼던 것입니다. 정월 대보름이나, 추석날이 음력 보름인 것은 우리 민족의 달 사랑을 보여줍니다.

 우리말에서 자연은 존중의 대상이었습니다. ‘해님, 달님, 별님, 하느님’은 우리가 하늘을 바라보는 태도를 보여줍니다. 자연에 존칭을 나타내는 접미사 ‘-님’을 붙인 것입니다. ‘-님’을 붙여서 이야기하면 더 친근한 느낌이 듭니다.

 또한 우리는 비나 눈이 내리는 것도 사람의 행위처럼 주체가 있는 것으로 보았습니다. 그래서 ‘비가 오신다’를 사용하기도 하였던 것입니다. 많은 언어에서 ‘비가 온다’는 표현을 하지 않습니다. 단순히 비가 내린다는 표현만 있는 언어도 많습니다. 한자어에서는 ‘비가 온다(來雨)’라는 표현은 쓰지 않습니다. 물론 비를 존대하는 언어는 거의 없습니다.

 ‘하느님 맙소사’라는 표현에서는 하늘에 대한 두려움을 볼 수 있습니다. 하늘의 행위를 두려워하며, 우리를 벌하지 말기를 비는 것입니다. 또한 병 중에 천연두는 두려운 마음에 ‘마마’라고 극존칭으로 표현하기도 하였습니다. 천연두를 ‘손님’이라고 하기도 하는데, 이것은 두려움과 친근함이 동시에 표현된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우리는 호랑이를 산신으로 생각하기도 하였습니다. 산신도를 보면 늘 호랑이가 등장합니다. 하지만 호랑이 그림이 민화에서 매우 귀여운 모습으로 친근하게 표현되기도 하는 것으로 봐서는 두려운 존재만은 아닌 듯합니다. 자연을 두려워해서는 두려움을 이겨낼 수 없다는 생각이 있었던 것입니다. 자연과는 친근해져야 한다는 조상들의 생각이 담겨있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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