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情)을 나눠줄 수 있는 교사들이 필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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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情)을 나눠줄 수 있는 교사들이 필요합니다”
  • 김민혜 기자
  • 승인 2016.02.05 17: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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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외동포재단 동북3성 조선족학교 파견 강사 6인과의 대화
▲ 2일, 조선족학교 파견교사들이 재외동포신문을 방문해 간담회를 가졌다. (사진 박세정 기자)

흑룡강성 통하현 교육국은 1월 15일, 중국 조선족학교에 민족교육을 지원한 것에 감사하다는 의미로 재외동포재단에 감사패를 보냈다. 

 재외동포재단은 2015년 10월 14일부터 올해 1월 13일까지 3개월 간 중국 동북 3성(흑룡강성·길림성·요녕성) 소재 조선족학교에 한국어와 한국무용, 전통음악 전문 강사 6명을 파견했다. 재외동포신문은 2일, 동포학생들의 정체성 함양과 모국과의 유대 증진에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은 6명의 파견교사들과 함께 '조선족학교 강사 파견 사업'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어 보았다. 3월에 재 파견을 앞두고 있는 이들을 통해 현장의 목소리를 느낄 수 있었다.

※ 참가자 : 
김가영 / 흑룡강성 통화현 조선족학교 (조선어), 문성희 / 흑룡강성 가목사 조선족학교 (조선어), 박종은 / 하얼빈 도리 조선족 중심 소학교 (한국어), 황해리 / 요녕성 철령시 조선족고급중학교 (한국어)
최선미 / 길림시 조선족중학교 (한국무용), 정우성 / 길림성 통화시 조선족학교 (한국음악) 
(정우성씨는 일정상 인터뷰를 따로 진행)


시설 문제로 고생이 많으셨을 것 같은데요, 가장 부족하다고 느꼈던 기자재는 어떤 것이었나요?

▲ 박종은 교사

박종은 : 초등학교 시설이기 때문에 환경 자체는 아주 나쁘지는 않았습니다. 다만 멀티미디어를 활용할 수 있는 시스템은 갖추어져있지 않았습니다. 아이들에게 동요나 애니메이션을 보여주려면 미리 준비를 해가야 했죠.

김가영 : 저희 학교는 처음에 교실도 없었어요. 컴퓨터는 당연히 없어서 개인 노트북을 사용했습니다. 나중엔 도서실로 옮겨서 수업을 진행했는데, 도서실에는 또 판서할 수 있는 칠판이 없어서 애를 먹었습니다.

황해리 : 저도 개인 노트북을 사용했습니다. 인터넷 사용은 어려웠기 때문에 미리 준비해가거나 인터넷 없이 사용할 수 있는 수업자료들을 써야 했죠.

문성희 : 사용할 수 있는 기기들은 있었지만 ‘소프트웨어’ 측면에서 부족함이 컸습니다. 주로 한국에서 만든 자료들을 사용해야 했는데, 사전 준비가 부족했던 점이 안타까웠습니다. 어느 학교로 배정될지 알 수 없었기 때문에 대상이 되는 학생들 중심으로 준비할 수 있는 시간이 별로 없었거든요.

정우성 : 시설이 다른 학교에 비해 나쁜 편은 아니었습니다. 영상을 볼 수 있는 프로젝터도 있었습니다. 다만 장구를 가르쳐야 하는데 처음에는 악기가 많이 없는데다가 있는 장구도 상태가 좋지 않아 소학교 6학년이 15명인데 3조로 나눠서 수업을 해야 했습니다. 악기가 부족해 수업을 아예 진행할 수 없는 경우도 있어서 악기 지원이 더 많이 필요한 실정입니다.


학생들이 어떤 수업을 가장 즐거워하던가요?

▲ 김가영 교사

김가영 : 중간고사 이후나 토요일 시간을 이용해서 한국어 멀티미디어 자료를 보여줬어요. 중국 설화를 바탕으로 한 이야기라서 그런지 <뮬란>을 특히 좋아하더라고요. 평소에 수업할 땐 K-POP가수들을 예시로 들어 설명하면 관심들을 많이 가지는 것 같았습니다.

황해리 : 저는 TOPIK(한국어능력시험)을 준비하는 학생들을 대상으로 한국어를 가르쳤기 때문에 발음 훈련에 중점을 두고 수업을 진행했습니다. 본문에 있는 대로 주고 받으며 소통하려고 노력했습니다. 1, 2학년 아이들과는 가끔 야외활동으로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나 ‘둥글게 둥글게’를 해보기도 했어요. 3학년 아이들에게는 <쉬리>나 <편지> 같은 한국 영화를 보여준 적이 있습니다. 

문성희 : 교재를 바탕으로 효과적으로 수업하려는 데 중점을 뒀습니다. 교과서 앞쪽의 단원설명과 소단원을 연결해서 설명했는데, 타 교과 선생님들도 보시고 좋은 방법인 것 같다고 말씀하시더라고요. 그리고 학생들이 한국어와 친해지게 하기 위해서 ‘한자’를 활용했습니다. 한국어 발음을 번체에서 간체로, 다시 한글로 적어 익숙해지게 만들었죠. 

박종은 : 저는 소학교 학생들을 가르치다보니 같이 놀아준다는 마음으로 함께했습니다. 우리 역사나 문화를 자연스럽게 접하게 하기 위해서 <한국을 빛낸 100명의 위인들> 이나 비보잉으로 재탄생한 <아리랑> 영상 등을 보여주면서 따라 부르게 했더니 학생들이 매우 좋아하더군요. 종이접기로 한복을 만들어보거나, 하회탈 색칠해보기 등도 함께 했습니다. 

최선미 : 토요일에 편성된 특별반 수업으로 무용에 관심이 있는 학생들 30명 정도를 가르쳤어요. 그런데도 아이들이 우리 전통 무용에 대해서는 전혀 모르고 있더라고요. 대부분은 중국이나 평양 춤에만 익숙한 상태였습니다. 학생들이 처음 접하는 ‘한국’의 춤과 의상·도구에 대해 호기심을 많이 가졌습니다. 1, 2학년 학생들 전체와 집체무용을 할 때는 관심도를 높이기 위해 빠른 템포의 곡을 선택하고 ‘소고’라는 도구를 이용했습니다.

정우성 : 학생들에게는 반주 장구와 민요, 단소를 가르쳤습니다. 민요 <밀양아리랑>과, 단소곡 <아리랑>이 특히 인상적이었습니다. 저는 이번 파견에서 주로 선생님들을 지도했는데요, 장구 앉은반과 반주장구, 그리고 단소를 지도했습니다. 교사분들 중에는 집에서 단소를 연습하는 영상을 보내주실 정도로 열심히 개인연습을 하시는 분도 계셨습니다. 


파견교사로 일하기 전의 경력들이 다양한데, 교사 모집에 신청한 계기는 어떻게 되시나요?

▲ 황해리 교사

김가영 : 국문학을 전공하고 라디오방송작가로 7년 정도 일했습니다. 그 때 한류 아이돌 스타와 작업을 하다 보니, 게시판에 와서 글도 남기고 가는 외국 팬들의 반응을 보면서 흥미가 생기더라고요. 외국인들에게 한글을 가르치면서 교류해보면 재밌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한국어 교원 양성과정을 이수했고 자격증을 취득하게 됐습니다.

황해리 : 저는 이태원에 있는 여행사에서 근무했습니다. 외국인 손님이 많은 곳이다 보니 한국어를 알려주게 되는 경우도 많았습니다. 단순히 모국어라서 알려주기 보다는 좀 더 체계적으로 배우고자 하는 마음이 생겨 한국어문화학과로 편입해 수업도 듣게 됐습니다.

박종은 : 직장생활을 하던 중 사이버대학교 한국어학부에 편입해 공부를 다시 시작했습니다. 한국어 교원자격증 2급을 취득한 후에 교육부에서 파견하는 한국어 교사로 태국에서 2년간 근무했습니다. 2015년 3월에 귀국한 이후, 조선족학교 강사 파견 사업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지원하게 됐습니다.

문성희 : 저는 고등학교 국어교사로 22년간 근무했습니다. 대안학교를 만들고 싶어서 퇴직을 했는데 여의치 않았고, 국제학교 교사를 해보고 싶다는 생각은 예전부터 가지고 있었던 상태여서 조선족학교 강사 파견 사업에 지원하게 되었습니다.

최선미 : 한국무용을 전공했는데, 젊은 층에서는 고전 무용에 관심을 갖지 않다보니 부전공이었던 발레교습을 주로 해왔습니다. 미국 미시건주 한인회에서 한국무용 강사로 초대돼 일했는데, 다른 민족들은 대부분 자기 나라 전통문화부터 가르치는 것을 보고 놀랐어요. 중국인들에게 한국 무용을 가르치다보니 중국에도 관심이 생겼는데, EMU(미국 이스턴미시건대) 교수님의 추천으로 지원하게 됐습니다. 

정우성 : 2000년에 시드니 올림픽 때 전통악기 응원을 위해 3개월간 파견 간 적이 있습니다. 이때 만났던 교민분들께서 정말 우리 전통음악을 배우고 싶은데 가르쳐줄 사람이 없다는 이야기를 많이 하셔서 관심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2013년부터 본격적으로 해외 교육사업을 준비하기 시작했습니다. 그 동안은 미국을 주로 다녀왔었는데, 마침 재단에서 중국에 파견사업을 진행한다고 하셔셔 지원했습니다.


한국에서의 교사생활과 어떤 차이점이 있나요?

▲ 문성희 교사

문성희 : 학생들은 물론이고 한국어(조선어)를 가르치고 있는 교사들조차 한국어인지 중국어인지 파악을 못하고 있는 부분들이 많았습니다. 조선족 사회에 이미 중국어가 많이 흡수되었기 때문인데, 그래서 소통능력을 키워주려고 노력했다는 점이 가장 큰 차이점이었던 것 같네요.

박종은 : 소학교의 경우는 각 반의 담임선생님들이 조선어와 수학을 강의하는데, 이 수업 시간에도 반 이상은 중국어가 사용됩니다. 저 역시도 현지어 부족이 가장 안타까웠습니다.

정우성 : 저는 한국에서는 ‘교사국악회’에서 현직 교사들을 오래 지도했습니다. 의사소통이 어려운 분이 있었다는 걸 제외하면 비슷한 점도 많았습니다. 중국에서도 전통음악에 대한 기본 상식 정도는 알고 계시는 분들이 많으셔서 놀라기도 했습니다. '정보습득의 한계'가 있다는 부분이 차이점인 것 같습니다. 한국에서는 인터넷을 통해서 다양한 정보들을 얻을 수 있는데, 중국에서는 차단되어 있는 사이트들이 많아 어려움을 겪는 분들을 많이 봤습니다.


보다 체계적인 교육이 될 수 있도록 바뀌어야 할 점이 있다면요?

▲ 정우성 교사

문성희 : 재단이나 교사의 노력만으로 해결될 문제는 아니지만 학생들을 위해서 해결해야 할 문제가 있습니다. 조선족 학교 학생들은 정책상 한어(중국어)와 조선어문 시험을 둘 다 봐야합니다. 현실적으로는 교류 가능성이 높은 한국어를 배우는 게 유용하지만 그러면 3가지 언어를 공부해야 하는 셈이 되는 거죠. 학생들이 한국어와 조선어 중 하나를 선택할 수 있게 하도록 외교적 노력이 필요하고, 지속적으로 한국어 교사를 파견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정우성 : 장기적 계획과 전략적 접근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어떤 장르를 어떤 과정으로 가르칠 것인가 같은. 기초, 심화, 고급 과정 등으로 발전시키는 방법을 예로 들 수 있겠죠.  적절한 단계를 수립한 후, 그에 맞는 강사들을 파견하는 것이 필요할 것으로 보입니다. 그리고 장기적인 관점에서 본다면 교사 교육을 통해 2차 교육이 가능하도록 진행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합니다.

(※ 재외동포재단은 2016년부터는 ‘조선어문’ 과목이 아닌 ‘한국어’로 교사들을 파견한다.)


현재 강사를 파견하고 있는 과목 외에 추가적으로 파견이 필요하다고 생각하시는 과목이 있나요?

최선미 : 정말 열악한 환경에서 생활하는 아이들이 많습니다. 학교 수업 외에 다른 경험은 접하기도 힘든 여건에 있는 학생들이 대다수입니다. 특히 문화 쪽으로는 접할 기회가 절대적으로 부족합니다. 아이들의 마음을 하나로 모으는 데에도 한국 문화를 접하게 해주는 것은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문성희 : 고등학교 아이들은 거의 기숙사생활을 합니다. ‘가정’ 자체가 붕괴된 조선족들이 정말 많습니다. 부모의 정이 결핍된 학생들이 많다는 얘깁니다. 학생들은 자연히 꿈을 가지기 보다는 빨리 돈을 벌고 싶어 합니다. 교과 과목 수업도 중요하지만 더 절실한 것은 학생 자체에 대한 지원입니다. 그리고 학생들의 마음을 보듬어줄 수 있는 카운슬러가 필요하다고 느꼈습니다.


학생들을 가르치면서 보람을 느낀 점이라거나, 교사로서 성장한 점이 있으신가요?

▲ 최선미 교사

황해리 : 처음에는 이론과 실제 교습 사이에서 혼란을 겪기도 했습니다. 감정적으로 힘들 때도 있어서 경험자에게 고민 상담을 하기도 했습니다. “고민하는 것 자체가 발전의 밑거름” 이라는 조언을 들었어요. 마음의 여유가 생기기 시작하니 마인드 컨트롤도 훨씬 잘 되더라고요. 

김가영 : 저도 이론과 실제의 차이에서 어려움을 겪었습니다. 그래도 학생들과 교감하면서 쌓는 ‘정’이 큰 힘이 되었습니다. 교사 입장에서는 학생들이 버팀목이 돼주었습니다.

박종은 : 소학교에서 아이들을 가르치다보니 아이들과 놀았던 게 기억에 많이 남아요. 아이들을 많이 안아주고, 쓰다듬어주려고 노력했습니다. 나중에는 멀리서 달려와 안기는 학생들도 많았습니다. 사랑을 많이 주고 받은 것 같아서 행복했습니다.

문성희 : 한국아이들을 가르치는 것과는 다른 경험을 할 수 있어 의미 있었습니다. 피상적으로만 생각했던 ‘조선족’에 대해서도 제대로 알게 됐고요. 3달 동안 교습했던 ‘조선어’가 우리 한국어와 다른 점이 많아 당황스러운 점들도 있었지만, 재미도 있었습니다. 언어이질화 현상에 대해서 생각해 볼 기회가 되기도 했고, 양쪽 언어를 비교하는 눈도 생겼습니다.

최선미 : 처음에는 환경에 적응하는 게 쉽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힘든 환경에서도 티 없이 밝은 학생들을 보면서 큰 감동을 받았습니다. 마음을 열고 다가오는 아이들과 교감을 나눌 수 있었던 점도 행복했습니다. 처음에 세웠던 교습계획을 고수하기 보다는, 아이들을 이해하고 맞춰가며 잠재력을 일깨워줄 수 있는 교사가 필요하다는 점을 깨달았습니다.

정우성 : <아리랑>처럼 한국에서는 누구나 알고 있을 음악들을 처음 접하는 사람들에게 어떻게 전달할 것인지에 대한 공부를 할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제 표현 하나하나가 학생들에게는 표준어로 들릴 수 있다는 생각에 최대한 단어 선택을 신중하게 하기도 했습니다. 외래어나 용어 사용에 대한 부분들이 한국과 많이 다르다는 것들도 배울 수 있었습니다. 


앞으로 조선족학교 강사 파견에 지원할 교사들을 위해 한 마디 남겨주세요.

김가영 : ‘사람’을 좋아하고 포용할 줄 아는 선생님들이 많이 오셨으면 좋겠습니다.

박종은 : 학생들과 교감하는 것이 우선입니다. 국적은 다르지만 우리 동포 아이들인 만큼 사랑하는 마음으로 관심 갖고 끌어안아 주는 것이 중요한 것 같습니다.

최선미 : 교습능력도 중요하지만 정말 필요한 건 때로는 말벗이 돼줄 수도 있는, 정을 나누는 선생님이었습니다. 나라를 사랑하는 마음을 기본으로, 아이들의 상황을 잘 이해하고 파악해서 마음을 함께해줄 수 있는 교사들이 지원하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정우성 : 전통음악은 아무래도 교육보다는 공연, 연주 등에 관심이 큽니다. 외국에서도 공연을 성대하게 끝내고 돌아오시는 분들도 계시죠. 공연을 보고 그 악기에 대해서 배우고 싶어 하는 사람들도 너무나 많다는 점을 기억해 주시길 바랍니다. 물론 당장 가야금, 대금, 해금 등의 악기를 보급할 수는 없겠지만 기초국악부터 씨앗을 뿌려간다면 점점 저변을 넓혀갈 수 있고, 나아가 전통음악의 세계화로도 발전시킬 수 있을 것입니다. 많은 분들이 많은 곳에서 당신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 간담회가 끝난 후 재외동포신문 이형모 발행인과 기념촬영


[재외동포신문 김민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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