캄보디아 교민들, 북한 핵실험 규탄 성명 내고 현지 정부 압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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캄보디아 교민들, 북한 핵실험 규탄 성명 내고 현지 정부 압박
  • 윤기섭 캄푸치아신문 편집위원
  • 승인 2016.01.12 1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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캄보디아 정부, 뒤늦게 북한 비판 입장 표명

 

▲ 로이터가 제공한 캄보디아 한인들의 행사 사진을 첨부하여 북한의 수소폭탄 실험을 기사화한 싱가포르 채널뉴스아시아(channelnewsasia)의 웹사이트 캡처 왼쪽), 오른쪽은 현지 영자일간인 크메르타임즈의 기사 캡쳐.
“스톱 노스 코리아즈 뉴크 테스트.”

 지난 8일 오후 3시(현지시간) 캄보디아 수도인 프놈펜의 한 고층 오피스빌딩에서 난데없이 북한의 핵폭탄 실험을 중단하라는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목소리의 주인공은 재캄보디아한인회 양성모 회장과 임원 6명, 국가유공자협의회 지용재 부회장, 한국자유총연맹 이상일 지부장, 해병대전우회 김주형 지부장 등  10명. 이들은 이날 기자들 앞에서 북한의 수소폭탄 실험을 규탄하는 성명서를 낭독하고 ‘북한의 핵실험을 중단하라’(Stop North Korea's Nuke Test!)라는 플래카드를  들었다.

 “한반도와 세계 평화를 해치는 북한의 수소폭탄 실험을 맹렬하게 규탄한다”로 시작하는 한글과 영어로 된 성명서는 △평화를 사랑하는 캄보디아 국민과 프놈펜에 거주하는 외국인과 함께 호전적인 북한에 대해 강력한 추가 제재를 가할 것을 국제사회와 유엔에 촉구한다 △북한은 심각한 경제난에도 불구하고 한민족의 공멸을 가져올 수 있는 핵폭탄 실험이나 할 것이 아니라, 책임 있는 정상국가로 국제사회에 복귀하라는 3개항으로 되어 있다.

 원래는 100여명의 교민들이 프놈펜 주재 북한대사관을 찾아가 홍기철 대사에게 성명서를 전달하고 행사를 가지려고 했으나, 현지 당국과의 마찰을 피하기 위해 대표자들만 모여 한인회 사무실에서 행사를 갖기로 최종 결정됐다.

 단출한 행사였음에도 캄보디아가 친북 성향의 국가 가운데 하나라는 점에서 현지 영자일간 3개사(크메르타임즈, 프놈펜포스트, 캄보디아데일리)를 포함하여 코상테피업과 PNN TV 등 주요 현지 언론과 세계 3대 통신사 가운데 하나인 로이터 등 20여명의 기자들이 관심을 갖고 취재했다. 특히 현지 영자 일간지는 캄보디아에 거주하는 외국인들이 구독층이라는 점에서 북핵 문제가 캄보디아 현지인 사회뿐 아니라 외국인 커뮤니티에도 반향을 일으켰을 것으로 보인다.

 행사를 마친 후 기자회견장으로 걸어가던 한 현지인 기자는 타국에서조차 고국의 안위를 걱정하는 한인들의 모습이 대견하다는 의미로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웠다. 

 기자회견에서 양성모 회장은 왜 캄보디아에서 이 같은 행사를 기획했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캄보디아도 유엔 회원국이라는 점과 북한의 핵실험이 바로 이 유엔 안보리 결의를 위반한 것임을 강조했다.

 캄보디아데일리는 교민신문 캄푸치아신문 안길현 편집주간의 말을 빌려 “캄보디아를 선두로 하여 각국에 있는 한인회도 규탄 성명서를 발표할 것으로 보인다”며 “한국과 마찬가지로 북한과도 친한 캄보디아 정부가 (북핵 문제에 있어) 평화적인 해법을 찾는데 도와주길 희망한다”고 보도했다.

 1997년 우리나라와 재수교하기 전까지 캄보디아는 북한과 매우 밀접한 관계를 유지해왔다. 최근에는 많이 엷어졌다고 해도 이런 기조가 계속 유지되면서 북한이 2006년 1차 핵실험을 했을 때 캄보디아는 공보장관 명의로 “북한의 핵실험에 대해 반대하지만, 이 문제는 외교적으로 해결되어야 하며 미국이 공개적으로 ‘북한을 침공하지 않겠다’고 밝혀야 한다”는 식의 양비론적인 입장을 취했다.

 6일 북한의 수소폭탄 실험에도 침묵하던 캄보디아 정부는 교민들의 행사가 열린 후 몇 시간이 지나 “(북의 수소폭탄 실험은) 유엔안보리 결의를 위반한 것이자 지역의 평화와 안보·안전을 위협하는 것”이라면서 “북한은 비핵화를 하겠다는 (앞선) 약속을 지켜야 한다”는 외무부 대변인의 논평을 뒤늦게 내놓았다. 1차 핵실험 때와 달리 일방적인 비판조이다.

 소식을 전해들은 교민들은 한결같이 해외에서 규탄 성명서라도 발표하여 여론을 환기시켜 고국을 돕는 것이 교민의 도리가 아니겠냐고 말했다.

 캄보디아에는 7000여 명의 한인들이 봉제·금융·관광·선교 등의 목적으로 거주하고 있다.

 [윤기섭 캄푸치아신문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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