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중동포 차별에 앞장선 법무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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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중동포 차별에 앞장선 법무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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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04.05.2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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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대학로서 중국동포 차별행위 및 인권침해 중단 촉구대회

▲ 재중동포들이 재외동포법 시행령 개정을 통해 자유왕래와 불법체류 전면사면을 촉구하고 있다.  

ⓒ2004 오마이뉴스 조호진

'재외동포 불법체류 사면청원 운동본부(이하 운동본부)'는 23일 오후 3시부터 서울 대학로 마로니에 공원에서 오충일 운동본부 공동대표, 최서연 외국인이주노동자대책협의회 공동대표, 임광빈·김해성 운동본부 공동위원장을 비롯해 재중동포 12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제1차 중국동포 차별행위 및 인권침해 중단 촉구대회'를 열었다.

운동본부는 대회장 주변에 '동포차별 중단하고 자유왕래 보장하라', '재외동포법 개정하라 불법체류동포 사면하라' 등의 플래카드를 부착했으며, 조선족연합회준비위는 "미국·유럽 동포는 동포의 권리를 행사하는데 조선족은 왜 차별하나요?" 등의 피켓을 들고 동포에 대한 차별정책을 항의했다.

이날 참석자들은 불법체류 동포에 대한 대통령의 전면 합법화와 사면조치와 법무부의 재외동포법 하위법령 즉각 개정을 촉구했다. 또한 '늙은 군인의 노래'를 개사한 '조선족의 노래'와 '바위처럼'을 부르고, 양면에 '자유왕래/동포사면'이라고 새겨진 종이 카드를 흔들었으며 "동포법 개정됐다 자유왕래 보장하라" 등의 구호를 외쳤다.

법무부, 재외동포법 시행령 개정 외면하며 재중동포 법적 권리 외면

특히 정부가 김구 선생을, 법무부가 안중근 의사를, 출입국관리사무소가 윤동주 시인을 포승줄로 묶는 퍼포먼스를 연출했다. 이들은 항일투쟁과 일제치하 압제에 의해 고국을 떠날 수밖에 없었던 조상과 후손들에게 차가운 냉대와 극심한 차별을 하는 고국을 상징적으로 비판했다.

임광빈 공동위원장은 "부잣집에 시집 간 딸만 딸이고 가난한 집에 시집간 딸은 딸이 아니냐"고 미국·유럽 등지의 동포와 달리 중국·러시아 동포들에 대한 차별을 항의하며 "법무부와 정부관계자에게 재외동포법 법령 개정을 요구하며 동포들의 자유왕래와 불법체류자 사면을 위해 힘을 모으자"고 참석자들의 단결을 호소했다.

이날 참석자들은 대회를 마친 뒤 혜화동 로타리를 거쳐 종로5가 기독교백주년기념관까지 거리행진을 했다. 운동본부는 28일 오전 10시 재중동포들의 진정서를 모아 집단으로 국가인권위에 동포차별과 인권침해에 대해 진정할 계획이다.



▲ 재중동포들이 카드와 구호로 '자유왕래' 외치고 있다.  

ⓒ2004 오마이뉴스 조호진



▲ 집회를 마친 재중동포들이 혜화동 로타리 방면으로 거리행진을 하고 있다.  

ⓒ2004 오마이뉴스 조호진

국내 재중동포들은 지난해 석 달 동안 집단농성과 단식농성 등을 전개하며 재외동포법 개정과 불법체류 전면사면을 요구한 결과 지난 2월 재외동포법 개정안이 국회에서 통과돼 불법체류의 딱지를 뗄 수 있게 됐다.

개정된 재외동포법의 '외국국적동포' 정의는 "대한민국 국적을 보유하였던 자(대한민국정부 수립 이전에 국외로 이주한 동포를 포함한다) 또는 그 직계비속으로서 외국국적을 취득한 자 중 대통령령이 정하는 자'로 바뀌면서 정부수립 이전에 국외로 이주한 재중, 구 소련지역 동포들이 동포 범주에 포함됐다. 개정되기 이전의 재외동포법에는 정부수립 이후에 국외로 이주한 재미·재일·유럽 동포 등이 그 대상이 됐다.

재미·재일동포처럼 자유로운 출입국 및 국내 취업활동 요구

하지만 재외동포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했지만 법무부가 시행령을 개정하지 않고 있어 재중동포들은 법적 혜택을 받지 못하고 있다. 법무부를 비롯한 관련부처들은 재외동포법 개정돼 재중동포 등의 자유왕래가 허용되면 ▲국내 노동시장 교란(노동부) ▲안보문제 허점 발생(국정원) ▲중국과의 외교마찰(외교통상부)이 우려된다며 법 개정을 반대했다.

지난 11일 재중동포 100여 명은 국가인권위원회에 ▲재외동포법 시행령 개정을 추진하지 않아 심각한 차별행위와 인권침해 조장되고 있다 ▲불법체류자로 분류된 동포들도 동포로 인정되어야 함에도 체포당하여 추방되고 있다 ▲동포들의 자유왕래와 법적 지위가 보장되지 않고 있다며 집단으로 진정서를 제출했다.

기독교 개신교 및 재외동포단체가 참여한 '재외동포 불법체류 사면청원 운동본부'는 재외동포법 시행령과 출입국관리법 시행령 등의 개정을 통해 재미·재일동포들과 마찬가지로 재중동포들도 자유로운 출입국 및 국내 취업활동을 요구하고 있다.

운동본부는 "국내 3D업종이 필요한 노동인력은 45만 명으로, 불법 체류중인 재외동포 및 외국인이주노동자 30만 명으로도 노동인력이 부족한 상태"라며 정부의 노동시장 교란 주장을 반박했다. 또한 "재외동포법을 가진 11개 나라의 경우 타국에 정주하는 자국의 민족구성원들에게 외국인과는 다른 포괄적인 우대정책을 실시하고 있다"고 사례를 들며 평등한 재외동포법 시행을 촉구하고 있다.


"법무부가 헌법정신과 정통성을 외면하고 있다"  
[인터뷰] 김해성(중국동포의집 대표) 공동위원장  


  

▲ 재중동포들의 호소를 듣고 있는 김해성 목사.  

김해성(중국동포의집 대표) 공동위원장은 23일 <오마이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법무부가 시행령 개정을 외면하면서 재중동포들을 차별하는 것은 헌법의 정신과 정통성을 외면하는 것이라고 밖에 볼 수밖에 없다"며 "나라와 민족을 위해 희생한 재중동포들은 동포가 아니고 경제적 능력을 갖춘 재미교포만 동포라고 한다면 누가 조국을 위해 싸우겠는가"라고 반문했다.

다음은 집회 현장에서 김 공동위원장과의 일문일답.

-재외동포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했는데 시행되지 않는 이유는 무엇인가.
"법무부는 지난해에 이미 재외동포법 시행령을 개정했다고 강변하고 있다. 그 내용은 50만불 이상 투자한 기업에 소속된 관련자나 일부의 동포에게만 지위와 출입국을 배려하겠다는 내용으로 가난한 재중동포와 구 소련지역 동포를 정면으로 차별하겠다는 의도가 담겨 있다.

법무부는 출입국과 법적 지위를 보장하면 중국의 200만, 구 소련 지역의 50만 여명의 동포들이 대거 입국해 노동시장을 교란할 염려가 있다며 시행령 개정을 미루고 있다. 이에 재외동포법 개정 운동본부는 시행령을 개정하지 않는 것은 재중동포에 대한 차별행위 및 인권침해라는 판단에서 국가인권위원회에 집단으로 진정서를 제출했다."

-국가인권위원회는 재중동포들의 진정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있는가.
"국가인권위원회는 개정되기 이전의 재외동포법이 재중동포를 차별해 헌법재판소로부터 헌법불합치 결정과 개정명령을 받은 사실과 국회가 재외동포법을 개정한 사실을 잘 알고 있다. 이러함에도 법무부가 재외동포법 시행령을 개정하지 않는 것은 차별행위이고 인권침해를 한 것이라는 입장을 조심스럽게 나타내고 있다."

-재중동포 차별의 근본적 문제는 무엇인가.
"대한민국 헌법전문에는 '대한민국은 3.1만세운동과 상해임시정부의 법통을 계승한다'고 되어 있다. 법무부가 시행령 개정을 외면하면서 재중동포들을 차별하는 것은 헌법의 정신과 정통성을 외면하는 것이라고 밖에 볼 수밖에 없다. 또한 헌법 2조2항에 국가는 재외국민에 대한 보호의무를 가진다고 밝히고 있다.

재중동포와 구 소련지역 동포들은 일제 식민통치하에서 나라와 민족을 위한 항일투쟁과 강제징용, 징병, 정신대로 끌려간 분들이다. 이 분들은 분단과 냉전에 의해 돌아오지 못하고 어쩔 수 없이 현지 국적을 취득한 동포들이지 외국인이 아니다. 가난한 시절에는 이들을 대우할 수 없어 받아들이지 못했지만 지금은 충분히 받아들일 수 있는 경제적 조건을 갖추었다. 정부가 이들을 외면하는 것은 대한민국의 정통성과 법질서를 부인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재미와 재중동포의 차별문제가 지적되고 있다.
"재중동포들은 나라와 민족을 위해 싸우고 희생된 순국선열의 후손들이다. 나라와 민족을 위해 희생한 재중동포들은 동포가 아니고 경제적 능력을 갖춘 재미교포만 동포라고 한다면 누가 조국을 위해 싸우겠는가. 미국, 재일동포는 출입국과 법적 지위에 있어 내국인과 다를 바 없는 특혜를 받고 있지만 재중동포들은 차별 받고 있다.

재중동포들은 역사적 정통성과 법적 차별을 하고 있는 조국에 대한 서운함을 넘어 분노하고 있다. '같은 것은 같게, 같지 않은 것은 같지 않게' 하는 것이 정당한 것인데 정부는 동포간의 차별행위를 조장하고 책임을 방기하면서 600만 재외동포 사회를 부자동포와 가난한 동포로 구분하고 있다. 남북 분단도 서러운 일인데 동포사회까지 구별짓는 일이 국가에 의해 벌어진다는 것은 통탄할 일이다."

-재중동포들의 현재 법적 지위는 어떤 상황인가.
"개정된 재외동포법에 따라 재중동포들은 재외동포에 해당돼 혜택을 받아야하지만 시행령이 고쳐지지 않아 예전과 똑 같이 출입국과 법적 지위를 보장받지 못하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 동족을 외국인이라고 또는 불법체류자라고 낙인찍으며 체포하고 추방하는 나라는 한국 외에는 없다."

-재중동포들의 단속과 추방은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가.
"4.15 총선과 대통령 탄핵국면에 의해 느슨했던 단속이 10여 일 전 화성외국인보호소에 있던 외국인 이주노동자와 재중동포 등 23명이 집단으로 달아나는 사건이 발생하면서 법무부·노동부·경찰 등이 이들을 체포한다는 이유로 무차별 단속이 진행되고 있다."

-재중동포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낮은 이유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투표권도 없고 목소리를 낼 힘이 없는 연약한 위치 때문이다. 게다가 시민·사회단체들까지도 관심을 갖지 않는 것에 서운한 생각이 든다. 시민단체 일각에서는 재외동포법 개정이 외국인노동자에 대한 차별이라는 시각이 있는데 재중동포의 문제는 식민지 잔재청산이라는 측면에서 접근하고 바라보아야 한다.

일제 식민통치하에 피해를 당한 채 국민의 권리를 갖지 못한 피해자들을 원래의 위치로 복귀시키는 것이지 특혜가 아니다. 피해를 당한 동포를 외면하면서 열린 민족주의를 주장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다행스러운 것은 한국기독교총연합회(KCC)와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KNCC)가 재외동포 특별위원회를 구성해 관심을 갖고 지원하고 있어 다행이다."

-향후 사업계획은 무엇인가.
"청와대와 법무부를 상대로 재외동포법 시행령 개정에 대한 협의를 계속하고 있다. 또한 재중동포를 비롯한 재외동포들과 5만∼10만 여명의 개신교 기독교들이 참석한 가운데 재외동포법 시행령 개정과 불법체류 재중동포 전면사면을 촉구하는 대규모 기도회를 계획하고 있다." / 조호진 기자  






2004/05/23 오후 9: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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