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중국 시장에서의 생존
상태바
[기고] 중국 시장에서의 생존
  • 이병우 중국 중부지역 경제문화 연구소장
  • 승인 2015.12.22 09:1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 이병우
중국 중부지역 경제문화 연구소장
중국 시장으로의 진출은 성공이 아니라 생존의 개념으로 출발하는 것이 좋다. 좁은 시장을 놓고 더 이상 아귀다툼을 하느니 차라리 중국의 넓은 땅으로 가려는 것은 이미 우리가 안고 있는 숙명 같은 일이 된지는 오래 전이다. 중국 시장은 우리 스스로의 선택이 아니라 우리에게 운명처럼 다가온 현실이자 기회이고 도전의 장소다.
 
 그렇다고 모두가 성공할 수 있는 시장도 아니다. 거리가 가깝고 여러 다른 장점이 우리에게는 있지만 그렇다고 특별한 경쟁력이 있는 것도 아니다. 더구나 세계의 난다 긴다 하는 대기업들이 각축을 벌이는 곳이기도 하다. 이런 땅이 있을 뿐이다. 성공하면 좋지만 일단은 생존을 해야 한다. 그런데 우리는 성공을 눈앞에 둔 것처럼 천방지축이다.
 
 중국에서 번 돈의 50%는 중국에 써야 한다. 지난번에 전 대우그룹의 김우중 회장이 쓴 책을 보니 필자와 같은 이야기가 나와 있었다. 맞는 말이다. 우리가 중국에서 돈을 벌었다면 그 돈은 모두 내 돈이 아니다. 최소한 50% 이상은 중국 땅에 소비를 해야 한다. 사회 공헌을 하던지 투자를 계속 하던지 아니면 직원들의 복지 후생에 쓰던지 해야 한다.
 
 김 회장의 말처럼 한국 회사의 이익이 자꾸 한국으로 들어가면 문제가 생긴다. 우리 돈은 맞는데 전부 우리의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중국에서 번 돈은 중국에 투자를 자꾸 해야 한다. 이러면 중국 정부도 직원도 마침내 우리에게 마음을 열고 상생을 하게 된다. 정부도 적극적으로 협조하고 도움을 준다. 다른 좋은 투자 건이 있으면 우리에게 먼저 달려온다. 왜 안 그러겠나? 인지상정이다.
 
 받으면 갚으려고 하는 것이 중국인의 습성이다. 언제가 수 년 전에 중국 대사관에 있는 고위층 한 사람이 내려와서 간담회를 가진 적이 있다. 그 사람은 “중국에서 절대로 돈을 많이 벌 생각을 해서는 안 된다”는 말을 했다. 한국의 외교관이 한국 기업가들에게 돈을 많이 벌 수 있는 방법을 가르쳐주지는 못할망정 돈을 많이 벌지 말라는 이야기는 도대체 무슨 의미인가? 그렇다. 세월이 흘러가면서 필자는 그 사람의 오랜 경험에서 우러난 생각이 맞는다고 본다.
  
 그 동안 중국 땅에서 크게 성공을 했다가 망한 개인과 회사를 많이 보았다. 경험이 없고 조직이 부실해서 망가진 경우는 아주 드물다. 가장 핵심적인 요인은 중국에서 번 돈을 전부 자기가 잘나서 벌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공장에서 근무하는 직원들의 근무 여건은 여전히 열악하고 봉급은 크게 오르지 않았는데 회사는 10여 년간 24시간 가동이 되었다. 왜 직원들과 그 직원들이 살고 있는 지역사회와 정부에서 그 사실을 모를까? 드디어 정부의 칼날이 그 기업을 향해서 정조준 된다.
 
 찬찬히 들여다보니 사회 공헌도 봉사도 없다. 그 많은 이익금은 모두 한국으로 가고 없다. 돈 되는 핵심 부품은 모두 외국에서 수입한 물건들이다. 중국 직원들의 복지후생은 말이 아니다. 중국 지방 정부가 보았을 때 이 기업은 정말로 웃기는 기업이 된다. 도대체 한국 기업이 내 나라 내 땅에 들어와서 돈을 벌고 한 일이 뭐냐는 의미다.
 
 중국 정부가 휘두르는 칼은 대충 손가락 정도 다치는 게 아니다. 아무리 관시(인맥)를 동원해도 이미 정부에서 정책적으로 정한 최고 지도자의 명령은 법과 규칙을 뛰어넘는 절대 권위가 있다. 정부의 칼은 공산당에서 지시하는 대로 움직여야 하는 곳이 중국의 사회주의 현실이다. 우리가 평소에 맺어놓은 작은 관시(關係)와 비교적 큰 관시도 이런 상황에서는 맥을 못 춘다. 외국인이 중국에 와서 맺은 관시는 이렇게 결정적인 사태 앞에서는 무용지물이 된다.
 
 관시는 그저 우리가 감기 같은 작은 병에 걸렸을 때 응급처방으로 먹는 임시방편의 도구일 뿐이다. 아무리 높은 관시를 동원하고 평소에 그렇게 나를 돌봐주던 사람을 찾아도 공산당이 내린 결정을 뒤집을 수 있는 관시는 우리에게 없다.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그저 우리의 중국 사회 공헌도에 따른 그들의 평가를 기다리는 일 뿐이다. 다행히 그 평가가 좋으면 엄청난 대가를 치룬 후에 간신히 살아남을 수는 있다. 그러나 그런 공헌의 흔적이 없다면 결과는 뻔하다. 문을 닫아야 한다는 뜻이다.
 


주요기사
이슈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