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중국 진출을 위한 기본자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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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중국 진출을 위한 기본자세
  • 이병우 중국 중부지역 경제문화 연구소장
  • 승인 2015.12.14 14: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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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병우
중국 중부지역 경제문화 연구소장
새벽부터 비가 오고 있습니다. 지난 가을에는 가뭄 때문에 온 나라가 난리를 치더니 이제는 겨울비가 농민들에게 피해를 주고 있습니다. 늘 그렇듯이 우리는 세상만사의 한 치 앞을 모르고 살아갑니다. 그러나 자연의 질서는 이런 애탐과 원망을 아랑곳하지 않고 흘러갑니다. 그래서 인간이 할 수 있는 일은 원망 대신에 순종일 겁니다. 성경에서도 순종이 제사보다 낫다고 말을 합니다.
 
 그건 그렇고, 이야기 한 편을 할까 합니다. 10여 년 전에 중국 서안의 도심 길가에서 한 농부가 개를 팔고 있었답니다. 강아지가 아니라 아주 큰 개입니다. 점심시간이 조금 지나서 어느 외국인 고고학자가 길을 걷다가 마침 이 농부를 보게 됩니다. 그런데 학자는 갑자기 눈이 휘둥그레집니다. 다름 아니라 농부가 팔려는 개 옆에 놓인 개밥그릇이 아주 진귀한 과거 유물인 겁니다.
 
 “아! 저 귀한 보물이 한낱 개밥그릇이 되다니!”
 
 학자는 슬며시 머리를 돌립니다. 그리고 농부에게 개가 얼마냐고 물어보고, 농부가 부르는 대로 값을 지불합니다. 꽤 남은 잔돈도 필요 없다고 합니다. 농부는 신이 납니다. 역시 서양 사람들은 돈이 많아! 이런 겁니다. 그런데 학자가 개를 끌고 갈 생각은 안 하고 슬며시 농부에게 물어봅니다.
 
 “개를 데려가서 키우려면 개밥그릇이 필요하니 저 그릇을 주면 안 되겠냐? “
 
 이에 농부는 빙그레 웃으며 말합니다.
 
 “이보게! 서양 양반아! 내가 이 밥그릇 때문에 지금까지 개를 얼마나 많이 팔았는데 이 그릇을 달라고 하나!”
  
 할 수 없이 그 사람은 별로 쓸데도 없는 개만 끌고 돌아 왔다는 이야기입니다.
 
 우리가 중국을 가보면 웬만한 중국의 2선, 3선 도시는 일부 중심부를 제외하고는 아직도 여러 면에서 인프라와 생활 수준이 말이 아닌 것을 봅니다. 그래서 우리는 자칫 중국에 대하여 섣부른 판단을 하기가 쉽습니다. 간단히 말해서 “우습게 본다.”는 겁니다. 그런데 위의 이야기처럼 대부분의 외국 투자자들은 중국에 와서 귀한 개밥그릇을 챙겨가지 못하고 결국에는 개만 끌고 가는 경우가 많습니다. 아주 많은 점을 시사하는 이야기입니다.
 
 우리는 이제 한중 FTA의 체결로 본격적인 한중 자유무역의 시대를 맞이하게 되었습니다. 좋은 일입니다. 여러 면에서 중국의 무역 장벽을 넘기가 이전 보다는 수월해진 것은 사실입니다. 그러나 우리 수출 기업들에게는 사실상 달라진 것이 없을 겁니다. 중국의 내수 시장을 공략해야 하는 우리의 처지가 크게 달라진 것이 없다는 의미입니다. 통관 절차와 관세 부분이 약간의 변화가 있다 하더라도, 그래서 국가 전체적인 측면에서는 상당 부분의 이익이 생긴다 하더라도 우리 중소기업들이 넘어야 할 산은 사실 통관 절차와 관세에 있는 것은 아닙니다.
 
 제품의 차별화와 경쟁력 그리고 중국의 시장을 구분하여 공략해야 하는 여러 전략적인 면에서 우리 중소기업은 그 여건이 아주 불리합니다. 혼자서 공격 앞으로! 외치자니 병사가 없고 무기도 불충분합니다. 한중 FTA도 경쟁력이 있는 제품에 한해서 득이 있는 겁니다. 예를 들어서, 상위권 5개 대학생들에게 전액 학비 면제를 해 준다 하더라도 우선은 우리가 그 대학에 들어가야 혜택이고 뭐고 받을 수가 있는 겁니다.
 
 그렇습니다. 그래서 중국 진출은 먼저 자기 제품과 회사에 대한 겸허한 자세가 필요합니다. 무조건, 무슨 수를 써서라도 커다란 중국 시장에 반드시 진출해야 한다고 생각하기 전에 겸손한 마음으로 자기 제품에 대한 경쟁력을 따져봐야 합니다.
 
 다음으로는 중국에 대하여 공부를 해야 합니다. 몰라도 너무 모르고 덤비면 개밥그릇은 고사하고 개마저도 도중에 뺏기는 곳이 중국입니다. 모르면 전문가의 도움도 받아야 합니다. 셋째는 신중하고 천천히 접근해야 합니다. 중국 사람들이 "느리다"고 하는데 절대 그 사람들이 느린 사람들이 아닙니다. 중국인들의 “느리다”는 의미는 그만큼 철저하게 검토하고 따져보고 두드려본다는 의미가 있는 겁니다.
 
 월요일 아침부터 비가 옵니다. 비가 온다고 기분이 우울해질 필요는 없을 겁니다. 부디 다시 시작되는 한 주간도 하시는 모든 일에 하늘의 순리와 질서가 함께하길 빌어 봅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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