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도 지폐를 물고 다니던 시절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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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도 지폐를 물고 다니던 시절이여
  • 김지태 기자
  • 승인 2015.11.20 16: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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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1 영월> 빅터조 작, 서울 광화문

경기가 너무 좋을 때를 비유해서 "개도 지폐를 물고 다닌다"는 표현을 하곤 합니다. 광산이나 도시개발로 특정 지역이 호황을 맞을 때 이런 표현을 흔히 쓰곤 했습니다. 과거 강원도 영월도 그런 지역 중 하나였습니다. 그래서인지 이 작품의 제목은 <1971 영월>입니다. 1971년은 그야말로 '개도 지폐를 물고 다니던' 영월탄광의 전성기였습니다. 

 작품을 만든 빅터조 작가는 강원도 영월 출신의 젊은 조각가입니다. 태어나기도 전 돈이 넘쳐났던 고향의 향수를 익살스럽게 표현했을까요? 아니면 개도 지폐를 물고 다닐 정도로 한국 경기가 좋아지길 기원하는 의미일까요? 개의 표정은 웃는 것도 같고 아닌 것도 같고 애매합니다. 
 
 작가의 의도가 어떠하건, 개도 지폐를 물고 다닐 정도의 벼락같은 호황은 이제 없을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지나가는 개에게 만원 쯤 쓸 수 있을 만큼의 여유가 모두에게 있으면 좋겠습니다. 날은 점점 더 추워지겠지만 저 개는 지폐를 물고 꿋꿋하게 광화문 뒷길을 지킬 것입니다. 모두가 넉넉한 마음으로 바라봐 준다면 지폐를 문 개도 비로소 익살스러운 표정으로 밝게 짖을 수 있지 않을까요?
 
<1971 영월>, 빅터조 작, 서울 광화문 세종문화회관 후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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