붉은 대추알과 차향 같은 비엔나 문학의 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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붉은 대추알과 차향 같은 비엔나 문학의 밤
  • 김운하 해외편집위원, 동포언론인
  • 승인 2015.11.05 1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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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스트리아 한인여성문우회 두 번째 문집 발행

 

▲ '문학의 밤' 행사가 끝난 후 참석자들이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비엔나 다뉴브공원, 아이리스-붓꽃 호수 가, 한국문화회관, 10월 31일 소슬한 가을 밤-, 그 곳서 열린 비엔나 여성문우회의 제2회 문학의 밤은 붉은 대추알, 차향 같았다.
 
 오후 5시 정각, 시작시간에 피아니스트 이건희 군이 먼저 나와 차이코프스키의 피아노작품용 ‘호두까기 인형 1-2’를 탄주했다. 명경아-문우회 회원의 차남 14세의 건희 군은 빈 국립음대 영재학교 피아노전공생으로 리스트의 '라 캄파넬라(종)에튜트'를 더 연주했다.
 
 놀라워라, 어느 한국 텔레비전 문학프로 사회자가 특별 초대로 온 것인가, 최은주, 문우회 회원의 예술적인 사회는 장석주시인의 ‘대추 한 알’로 시작되었다.
 
 “‘저게 저절로 붉어질 리는 없다’로 시작되는 장석주시인의 ‘대추 한 알의 시’는 태풍, 천둥, 벼락, 무서리 내리는 밤들, 땡볕에 쪼이는 몇 달, 초승달 몇 날이 들어서서 붉게 둥글게 된 대추알이 세상과 통하게 되는 것을 노래하고 있지요. 우리는 우주의 섭리로 오늘 밤 만난 것 같아요. 붉은 대추알 같은 우리 회원들의 작품을 차 향기와 함께 감상하시는 것처럼, 오늘 밤 즐겨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최은주 사회자의 뒤를 이어 축사하러 나온 송영완 주오스트리아 한국대사도 이날 밤엔 시인이 되는 것 같았다.
 
 “여러분, 가을밤이 깊어 가지요. 25년 전인가 생각나는 데요. 서울 광화문 교보문고 빌딩에 전자 ‘글판’이 있었어요. 그 ‘글판’에는 유명한 시인들의 시가 많이 소개되었는데, 장석주 시인의 ‘대추 한 알’도 소개되었어요. 그 ‘글판’은 하루 1백여 만 명이 지나면서 읽고 간다고 하는데, 거기에 소개되는 문학들이 많은 영향을 미쳤어요. 문학의 힘이 큼을 절감하였어요.”
 
 송영완 대사는 여기에서 그의 본론을 끌어냈다.
 
 “비엔나 한인여성문우회의 회원 여러분들이 수년간 각고의 수련 끝에 문집 제2호를 발간하면서 문학의 밤을 개최한 것을 진심으로 축하합니다. 여러분의 귀한 문집이 비엔나의 교보문고 글판 역할을 해 주시기를 바랍니다. 하루 백만 명이 지나면서 읽고 용기를 내었듯이 여러분들의 아름다운 시와 산문들이 비엔나와 오스트리아 동포들뿐만 아니라 전 유럽의 동포들에게 읽혀져서 희망과 밝은 미래에 대한 비전을 가지고 살도록 해 주시기를 바랍니다. 좋은 글 많이 쓰세요.”
 
▲ 축사 중인 송영완 주오스트리아 대사
 서울서 열린 세계한인의 날 행사에서 재 오스트리아 한인연합회가 세계우수한인회로 선정을 받고, 자신도 대통령표창을 받고 방금 돌아 온 천영숙 재오스트리아 한인연합회장은 3년전 이 자리에서 문화회관 창립 첫 행사로서 비엔나 한인여성문우회가 문학행사를 가진 것이 엊그제 같이 회상된다고 말문을 열었다. 천 회장은 제2의 문집발행과 함께 제2회 문학의 밤을 가지게 된 것을 기쁨 마음으로 축하드린다고 말하고, 호수가 있는 좋은 환경에서 매주 창작모임을 가지고 있는 문우회가 이민자들의 삶을 진솔하게 그려내는 창조적인 문우회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정화자 회원은 시 ‘상아빛 백지’, ‘벙어리 되어’를, 김방자 회원은 산문 ‘하늘로 보내는 편지’를 낭독했다. 9년 전 먼저 간 남편에게 띄운 편지를 읽으며 김방자 회원은 울었다. 홍진순 회원은 시 ‘연륜’과 ‘그대’를, 황병진문우회 회장은 산문 ‘선심일까? 상술일까?’를 낭독했다.
 
 빈 시립음대에서 지휘와 클라리넷을 전공 중인 심혜영의 클라리넷 독주가 이어졌다. 피아니스트 강혜원의 반주로 연주된 곡은 슈베르트의 ‘세레나데’와 이수인의 곡 ‘고향의 노래’였다.
 
 젊은 세대의 김자경 회원은 산문 ‘나의 사랑 그대’를 탤런트가 연기하듯 멋있게 낭독했다. 비록 퇴짜 맞은 첫 사랑 이야기를 꽁트화한 것이었지만. 강유송 회원은 시 ‘바다’을 한글로 먼저 낭독하고, 다문화가정의 참석자들을 위해 독어로 번역하여 읽었다. 김귀중 회원은 산문 ‘아빠와 딸’을 낭독했다. 끝 순서로 나온 이영실 회원은 산문 ‘헌 양말’을 재밌게 읽고 벌떡 일어나 자켓을 벗었는데, 등 쪽에 헌 양말들이 주렁주렁 달려 있었다. 작품발표가 폭소의 코믹으로 끝났다.
 
▲ 발표를 경청하고 있는 참석자들
 창단 후 3년 동안 문우회를 이끌어 온 황병진 회장이 감사의 인사말을 했다.
 
 황 회장은 조국사랑과 대한의 얼을 가꾸고 나가는 것이 문우회 작품 제작정신의 큰 기둥이었다고 말하고, 한국문학의 불모지인 오스트리아 땅에서 이민여성문학이 싹을 트도록 도와준 송영완 대사를 비롯한 한국대사관과 천영숙 회장을 비롯한 한인연합회, 동포사회, 그리고 3년 동안 열심히 문우회를 지도해온 최영식 목사에게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명경아 회원의 반주로 시작된 비엔나 한인여성 문우회 회원들의 합창 ‘나뭇잎 배’(박홍근 작사, 윤용하 작곡)로 문학의 밤은 끝났다. 회원들이 손수 준비한 한식의 리셉션이 뒤 따랐다. 기분이 개운해지는 좋은 밤이었다.
 
 오스트리아 한인여성문우회 두 번째 문집 <도나우 담소>는 18명 회원들의 시 17편, 산문 15편, 기행문 1편, 단편 4편 등 모두 37편의 작품이 담겨져 있다. 이중에는 문우회를 3년동안 지도해온 비엔나 한인감리교회 담임 겸 유럽한인감리교회 감리사인 최영식 목사의 단편 <칭찬의 법칙>도 들어 있다.
 
▲ 황병진 문우회 회장이 감사의 말과 함께 두 번째 문집 <도나우 담소>를 소개하고 있다.
▲ 합창으로 마지막 무대를 장식한 오스트리아 한인여성문우회 회원들
 2015년 10월 31일자 현재로 소개된 회원 18명의 명단은 다음과 같다.(가나다 순)
 
강선득, 강유송, 김귀중, 김방자, 김자경, 김양미, 나영순, 노수현, 명경아, 박영숙, 신경옥, 이영실, 유순희, 전윤령, 정화자, 최은주, 홍진순, 황병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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