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한 삶을 원한다면 보람된 삶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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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 삶을 원한다면 보람된 삶을"
  • 김민혜 기자
  • 승인 2015.10.29 19: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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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이민자들의 애환> 작가, 예진회 대표 박춘선 씨

계획 없이, 가족 따라… 준비 없이 이민을 맞이한 사람들은 이민 생활에 적응하기가 쉽지 않다. 모국과 다른 법과 제도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해 부딪히는 문제부터, 언어 장벽을 넘지 못해 보장된 혜택도 누리지 못하는 사람들도 많다. 박춘선 씨가 대표로 있는 예진회 봉사센터는 고충을 겪고 있는 한인들을 위해 다양한 봉사활동을 하고 있다. 번역부터 병원 동행까지, 때로는 외로운 노인들의 말벗이 되는 존재이기도 하다. 미국을 찾는 동포들에게 미국의 문화와 생활, 풍습과 법을 알려주기 위해 수필집 <아메리칸 드림을 꿈꾸던, 미국 이민자들의 애환>을 펴냈다는 박춘선 작가와 봉사활동과 타국생활에 대한 이야기를 나눠보았다.

 

▲ <아메리칸 드림을 꿈꾸던, 미국 이민자들의 애환> 저자 박춘선 씨

책의 내용을 보면 실소가 터져 나오는 부분이 많습니다. 필자께서도 상식이 통하지 않는 부분에 있어 답답함을 느끼는 경우가 많으셨던 것 같습니다. 누구나 갖추었을 것으로 기대하는 'common sense'가 부족한 사람이 많아지는 데 특별한 이유가 있다고 생각하시는지요?

봉사활동을 하면서 많은 사람을 만나다 보니 다양한 일을 겪었습니다. 사람은 기본적으로 말과 행위가 아름다워야 합니다. 생각 없는 말과 행동으로 상대에게 상처를 입히거나, 피해를 주는 일은 하지 않아야 합니다. 그런데 아름답지 못한 말과 행동을 하는 사람들을 보면 자신의 무질서한 말과 행위가 본인을 대단한 존재로 만들어 줄 것이라는 기대를 하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사람들은 그를 대단한 존재로 여기기는커녕, 그는 물론 그의 부모까지 손가락질 한다는 사실을 알아야 합니다. 
 상식 이하의 사람들이 많아지고 있는 데에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각박해진 생활에서 쌓여가는 불만과 스트레스 때문이 아닐까요. 그러나 상식 밖의 행동으로 자신이 얻을 것은 하나도 없다는 것을 알아야 합니다. 그리고 역지사지 해본다면 조금 자제할 수 있지 않을까요? 우리는 ‘나 하나쯤이야 어때.’라는 생각보단 ‘나 하나만이라도 그렇게 하면 안 돼’라는 마음으로 살아가야 할 것 같습니다. 

   

어르신을 상대하는 경우가 많으신 것 같은데, 예의는 지키지만 맺고 끊음이 분명해 보인다는 인상을 받았습니다. 비결이 있으신가요? 아니면 어른을 상대할 때 고수하려고 하는 기준이 있으신가요?

이상하게 연세가 많으신 분들 중에 나이가 어린 사람에게 대우를 받으려고 하시거나, 대우를 받아야 한다는 생각을 가지고 계시는 분들이 많은 것 같습니다. 어른을 공경하고 존중해야 한다는 것은 나이가 어린 사람이 가져야 할 어른에 대한 예의일 뿐이지, 어르신 자신이 당연히 존중을 받아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은 잘못입니다. 노인을 공경하는 것은 우리가 해야 할 일이지만, 그들의 일상생활까지 공경할 이유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노인과의 만남은 매 번 기쁘거나 즐거운 일은 아닙니다. 끊임없이 하시는 말씀의 대부분이 과거 이야기, 자식들에 대한 자랑, 또는 자신이 어떤 위치에서 어떻게 살아왔는지에 대한 것들 입니다. 그러나 노인께서 하시는 말씀을 진지하게 들어주는 것도 예의라고 생각합니다. 존경해야 하므로 존경한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습니다. 노인들은 우리가 걸어갈 수 있도록 험한 길을 평평한 길을 만들어 주신 분들이기 때문입니다. 

 

봉사활동을 하면서 겪었던 특별히 보람찬 순간이 있었다면요?

너무 많습니다. 대부분 어려운 상황에 처한 분들을 만나게 되는데, 우리가 다 해결해 드릴 수는 없지만 가능한 한 도와주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병원비가 없어서 치료받지 못하는 혈액암 투병중인 학생을 돕기 위해 일일찻집을 열고 후원금을 전달했을 때, 대학에 합격했지만 입학금이 없어 학교에 다닐 수 없게 된 불법체류자 자녀를 위해 바자를 열고 후원금을 모아 건네주었을 때, 갈 곳 없고 먹을 것이 없다는 탈북여성에게 방을 얻어 주었을 때 고마움에 흐르는 눈물을 닦던 그녀를 보았을 때 등 수많은 사연이 있었습니다. 슬픔과 고통을 안고 찾아온 사람들에게 작은 마음 하나로 희망의 불씨를 안겨주었을 때 큰 보람을 느낍니다. 
 물론 언제나 기쁜 일만 있는 것은 아닙니다. 아무리 노력해도 할 수 없는 일도 있으니까요. 현실적인 제약도 많이 있지만, 어려운 지금의 상황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도움을 주려고 꾸준히 노력하고 있습니다. 

 

책 내용 중에는 ‘한국 사람은~' 하는 표현이 많습니다. 주로 한국 이민자들을 상대하고 계시기 때문에 당연한 부분이라고 생각하는데요, 미국 사회에서 느끼시기에 다른 국가의 집단 분위기는 어떻게 다르다고 느끼시는지요? 

다른 국가의 단체들은 잘 결합하고 화합하는 분위기가 형성돼 있는 것 같습니다. 새로 이민 온 동포를 위해 물심양면으로 도움을 주고 그들이 잘 일어설 수 있도록 이끌어줍니다. 가끔 예진회에 찾아와 어려운 교포를 위해 어떤 봉사를 하며 어떻게 돕고 있는지에 대한 방법을 서로 주고받자고 하는 단체도 있습니다. 
 중국교포들은 동포가 이민 오면 식당이나 가게를 열어주고, 그곳에서 자립할 수 있도록 본인이 하던 식당 혹은 가게 문을 몇 달씩 닫으면서까지 개업한 식당이나 가게가 성공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모습을 보이기도 합니다. 그러나 제가 본 한인 교포들 중에는 동포가 운영하는 가게가 성공했다는 소문이 나면 그 옆에 같은 종류의 가게를 내고, 갓 이민 온 교포의 돈을 가로채고, 그러다 들통 나면 잠적해버리는 경우도 많았습니다. 정말 안타깝고 부끄럽기 짝이 없습니다.           

 

외국의 단체 중에도 재외 교포를 위해서 실질적인 봉사활동을 실천하고 있는 단체들이 있나요? 있다면 특별히 관심을 두고 지켜보고 있는 단체도 있으신지요?

많은 단체가 있지만 대부분 해당 국가의 언론 혹은 매체에만 알려져 있어 어떤 단체들이 있는지는 정확하게는 모릅니다. 그러나 가끔 저희를 찾아오는 다른 국가의 단체를 보면 동포 혹은 자신이 속한 국가에 이바지하려고 노력하는 모습이었습니다. 어려운 모국의 사정 때문에, 행사 또는 서로 간 화합을 통해 서로 돕는 일을 해보자고 하는 사람도 있었습니다. 미국에 있는 콩고 단체가 모국 사람들이 닭을 키워 돈을 벌 수 있게끔 구매 비용을 지원하는 일도 있었습니다. 그들도 우리같이 어려움을 겪고 있는 같은 교포를 위해 많은 노력을 하고 있습니다. 제 꿈이 있다면 갈 곳 없는 사람이 쉴 수 있는 건물을 지어 우리 한인에게 제공할 수 있게 되는 것입니다.   

 

봉사활동을 하는 데 있어서 "어떤 순간이라도" 잊지 말자고 생각하는 철칙이 있으시다면 어떤 부분인가요?

누군가를 만났을 때 그 사람이 겪고 있는 어려움을 그 사람의 것이 아니라 바로 제 것으로 생각합니다. 그리고 그 사람이 내가 알지 못하는 누군가가 아니라 내 가족이고 형제라는 사실을 잊지 않습니다. 그가 지나가는 그 누군가라고 생각한다면 이런 일을 할 수 없기 때문이에요. 그리고 내가 가지고 있는 것은 내 것이 아니라 주님께서 어려운 이웃에게 베풀라고 맡겨주신 것으로 생각합니다. 그렇게 맡겨 주신 것에 욕심내면 안 되죠. 그리고 가끔은 남자가 오면,”저분은 예수님” 여자가 오면 “저분은 성모마리아”라고 생각합니다.

 

타인을 위한 봉사에 뜻을 두고 있는 사람에게 선배로서 현실적인 조언을 한다면 어떤 얘기를 해주고 싶으신지요?

사람들은 “기쁘게 사세요.” “행복하세요.” 라는 인사를 합니다. 좋은 인사입니다. 그러나 행복과 기쁨은 잠깐의 순간입니다. 저는 “여러분이 정말 기쁘고 행복하게 살고 싶다면 하루에 한 번만이라도 보람되게 사십시오.”라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어려운 이웃을 돌아보는 삶, 병들어 힘들어하는 사람에게 희망과 용기를 줄 수 있고 갈 곳 없는 사람에게 이불 한 귀퉁이 내 줄 수 있는 마음으로 살아간다면 그것은 더없이 기쁘고 행복한 삶이 될 것이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그리고 봉사를 하고 싶다면 마음을 비우고 만나는 그가 남이 아닌 내 가족, 내 형제라는 마음으로 하시기 바랍니다. 봉사하려는 사람은 물질에 대한 욕심도 없어야 하고 무엇을 바라는 마음도 없어야 합니다. 진정한 봉사자가 되고 싶다면 “마음을 비우고 낮아지십시오.”라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미국 이민자 혹은 이민을 꿈꾸고 있는 사람에게 당부하고 싶은 말씀이 있으신가요? 현재 자주 만나고 계시는 노인층들과는 다르게 젊은 층에 '너희는 이런 준비는 돼있어야 하겠다' 하고 생각하시는 부분도 있으면 말씀해주세요.

먼저 왜 이민을 생각하고 있는지에 대해 신중하게 생각하고 결정하셨으면 좋겠습니다. 가고자 하는 나라에 가서 다른 이민자들이 어떤 삶을 살고 있는지 살펴보고, 법과 규칙, 생활과 문화를 미리 알아보시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이민 후 일단은 체류신분을 잘 관리하여 불법체류자가 되지 않도록 주의하셔야 합니다. 그리고 아무리 먹고사는 것이 급하다 하더라도 약 2년 동안은 언어를 배울 것을 추천합니다. 학교보다는 임시직이라도 직접 근무하며 직장동료들과 의사소통을 하시는 것이 좋습니다. 언어를 배우는 동시에 그 나라의 생활이나 문화를 익힐 수 있기 때문입니다. 
 직장도 미리 생각하셔야 합니다. 어떤 분이 “무엇을 해야 돈을 벌 수 있을까요?”라고 질문하기에 “무슨 일을 하든 돈에만 집중하면 돈을 벌 수 없다. 당신이 하고 싶은 일을 해야 돈도 벌고 오랫동안 일을 할 수 있다.”라고 대답한 적이 있습니다. 
 많은 사람이 “자녀 교육 때문에 이민 왔다.”라고 하는데, 그렇다면 이민 갈 나라의 사람들은 자녀교육을 어떤 식으로 하는지도 알아야 합니다. 아이들은 이미 미국식으로 성장하고 있는데 부모는 한국식 부모의 역할을 고수하려는 경향이 있어 부모와 자식 간에 갈등이 심합니다. 이민이라는 것은 정말 잘 생각하시고 고심하셔서 신중하게 결정해야 할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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