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말로 깨닫다] 왜 맑은 물에는 고기가 놀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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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말로 깨닫다] 왜 맑은 물에는 고기가 놀지 않을까?
  • 조현용 교수
  • 승인 2015.10.29 13: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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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현용(경희대 교수, 국제교육원 원장)
  산을 오르면서 맑은 물을 만나는 것은 참 기쁨이다. 시원하게 목을 축이기도 하고, 지친 발을 담그기도 한다. 산이 좋아 산에 가지만 늘 물이 있어 반갑다. 산에 가면 물이 좋고, 배를 타면 멀리 뭍이 반갑다. 그런 게 인생이라는 생각을 한다. 며칠 전 산에 오르면서 만난 냇물도 나를 맑게 했다.

  그런데 맑은 물속에 물고기가 하나도 보이지 않았다. 그 순간 ‘맑은 물에는 고기가 놀지 않는다.’는 속담이 생각이 났다. 매우 사실적인 속담이구나 하는 생각과 함께 선뜻 이해가 되지 않는 속담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물이 맑으면 물고기가 놀지 않는다는 속담은 지나치게 곧고 깨끗한 사람에게는 같이 어울리는 사람이 없다는 뜻이다. 이 말을 그대로 해석해 보자면 곧고 깨끗한 게 잘못이 된다. 정말 그런가? 착하게 살고 바르게 살면 안 된다는 뜻일까?

  물론 ‘지나치게’라는 의미가 강조되어 있기는 하지만 이해는 잘 안 되었다. 속담의 교훈치고는 어딘가 잘 안 다가오는 부분이 있었다. 속담을 볼 때는 늘 깊은 고찰이 필요하다. 조상들이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에 귀 기울여야 하는 것이다. 마음대로 생각해서 속담을 사용하면 안 된다.

  맑은 물, 즉 깨끗한 사람의 문제 중 하나는 다른 사람도 깨끗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다시 말해 깨끗하지 않은 사람을 용서하지 못한다. 뿐만 아니라 자신이 있는 곳의 물을 더럽힌다고 생각해서 밀어내는 것이다. 물고기가 안 오는 게 아니라 어떤 경우에는 오지 못하게 막고 있기도 하다.

  당연히 주변에 사람이 있기 어렵다. 착하게 사는 것이 문제가 아니라 다른 사람에 대한 이해심이 부족함이 문제다. 곧게 사는 게 문제가 아니라 다른 사람을 용서하지 않는 게 문제다. 타인을 엄밀히 평가는 하지만 감싸 안으려는 마음 없이 밀어내기만 하는 사람을 가까이하기 어렵다.

  자신과 다른 사람에 대한 이해심을 기르는 문제는 무엇보다 중요하다. 옳지 않은 삶을 사는 모든 것을 받아들이라는 게 아니다. 실수나 예상치 못한 잘못을 받아들이는 자세가 필요하다는 말이다. 사람은 누구나 잘못을 저지르는 존재라는 것에 마음이 열려있어야 한다. 같은 잘못을 저지르지 않게 늘 돌봐주고 타일러야 한다. 남의 실수에 참지 못하는 사람이 있는데 이런 사람과 함께 지내는 건 늘 두렵고 조심스럽다. 아니 답답하다. 숨이 턱턱 막힌다.

  이럴 때 우리가 생각할 수 있는 고사성어로는 ‘덕불고(德不孤)’라는 말이 있다. ‘덕이 있는 사람은 따르는 이가 많아서 외롭지 않다.’는 뜻이다. 맑은 물에는 고기가 놀지 않는데 왜 덕이 있는 이에게는 따르는 사람이 많을까? 여기에서 우리는 맑은 물의 문제를 알 수 있다. 단순히 맑기만 한 냇물은 덕이 없는 것이다. 덕이 없으면 물고기도 없다. 가까이 하는 사람이 없다. 아무도 찾지 않는다. 외롭다.

  물이 맑은 것은 잘못이 아니다. 우리는 모두 맑게 살아야 한다. 그러려고 노력해야 한다. 하지만 맑기만 해서는 안 된다. 이 속담은 이 이야기를 우리에게 들려주고 싶은 것이다. 맑지만 덕이 있어야 한다. 이해심이 있어야 한다. 용서하여야 한다. 실수한 이를 감싸주고, 지친 이의 어깨를 토닥여 줘야 한다.

  때로는 같이 눈물을 흘리고, 아파하고, 기뻐해야 한다. 그래야 서로 외롭지 않다. 외로움의 문제는 단지 상대방의 문제만이 아니다. 외로움은 연결되어 있다. 그가 외로우면 나도 외로워진다. 이제 맑은 물에 자갈도 좀 놓고, 수초로 그늘도 만들고, 모래도 흩뿌려 놓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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