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말로 깨닫다] 말과 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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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말로 깨닫다] 말과 소리
  • 조현용 교수
  • 승인 2015.10.27 1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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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느낌을 공유해야 말

▲ 조현용(경희대 교수, 국제교육원 원장)

  우리나라에서 말을 잘 하는 사람들은 어떤 사람일까요? 우선 전통적인 언어관으로 볼 때, 말을 하지 않고도 의사소통을 하는 사람이 가장 좋았던 것 같습니다. ‘말이 필요 없다’는 말은 거기에서 나온 것입니다. ‘꼭 말을 해야 아는가?’라는 표현도 말의 부정확성을 나타냅니다. 말로 표현하는 순간에는 왜곡이 진행되고, 오해가 발생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인간이란 언어를 가진 존재이기 때문에 말을 하지 않고는 살 수 없습니다. 아니 말이 필요하기 때문에 ‘말’을 사용하게 되었을 것입니다. 그런데 말이라고 해서 다 말은 아니었던 것입니다. ‘말이면 다 말인 줄 알아?’라는 표현도 그래서 나온 것입니다. 인간다운 말이 아니면, 우리는 말이라고 하지 않고 ‘소리’라고 했습니다. 이해가 안 되는 말을 하는 사람에게 ‘그게 무슨 소리야?’라고 이야기합니다. 그걸 말이라고 하냐는 것입니다. 또한 ‘말이 되는 소리를 하라’고도 표현합니다. 소리를 하지 말고, 말을 해야 이해가 된다는 의미죠. 소리와 말의 차이를 분명하게 보여주고 있는 표현입니다. 사람의 말을 ‘개소리’라고 표현하면 소리 중에서도 의미 없는 ‘짖음’이 되는 것입니다.

  말을 하려면 말이 되어야 합니다. ‘말 된다’라는 말은 ‘일리가 있다’는 느낌을 넘어서 상대의 말을 이해할 수 있다는 표현이 됩니다. 서로 같은 느낌을 공유하기 때문에 말이 되는 것입니다. 어찌 보면 논리적이지는 않지만 서로의 생각이 닿아있는 것입니다.

  우리는 ‘말이 통한다’는 표현도 씁니다. 말이 되었다고 해서 다 말은 아닙니다. 즉, 말이 두 사람 사이에서 통해야 하는 것입니다. 날씨가 좀 춥다고 말하는 사람에게 ‘이제 겨울이 가까워져서 그렇다’라고 말하는 사람은 말이 안 통한 것입니다. 얼른 따뜻한 차도 가져다주고, 창문도 닫고, 집안의 온도도 올려야 말이 통한 것입니다. 말은 서로가 원하는 것을 알려고 하고, 알게 되었을 때 통하는 겁니다. 말이 안 통하는 사람과 이야기하는 것은 답답한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말을 알아듣기는커녕 ‘말의 꼬리’를 잡는 것은 대화를 방해하려는 태도입니다. 내가 이야기하고자 했던 생각들에는 관심이 없고 나의 실수에만 관심이 있는 경우죠. 그런 사람과 이야기를 해야만 한다면 참으로 피곤한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또한 상대방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말을 자르는 것도 기분 나쁜 일입니다. 내가 하려고 했던 이야기를 잊어버리거나 이야기의 흥이 깨지게 되면 그 대화 역시 끝나게 되는 것입니다.

  말을 잘 하려면 소리를 하지 말고 말을 해야 합니다. 말은 서로 통하기 위해서 하는 것입니다. 그래서 말을 하지 않아도 서로를 알 수 있도록 노력하는 것도 중요합니다. 일상생활에서 말을 할 때는 상대방과 공유된 느낌 속에서 이야기를 하여야 할 것입니다. 자신의 언어를 들여다보기 바랍니다. 내가 소리를 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말꼬리나 잡고 있는 것은 아닌지, 다른 사람의 말을 툭툭 잘라내고 있는 것은 아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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