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한국과 중국 - 경쟁이 아니라 상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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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한국과 중국 - 경쟁이 아니라 상생이다.
  • 이병우 소장
  • 승인 2015.10.02 16: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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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병우 중국 중부지역 경제문화 연구소장(칼럼니스트)
  아픈 만큼 성숙 한다는 말이 있다. 맞는 말이다. 인간은 누구나 시련과 고통을 헤쳐 나가면서 내면적으로 성숙하게 된다. 돈을 버는 것만이 모든 인생의 목표가 아님을 깨닫기도 한다. 국가의 성장과 발전도 마찬가지다. 개발도상국에서 선진국으로 도약하는 것이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다. 지도자의 강력한 리더십과 함께 국민들의 고통을 수반해야 한다.
 
  우리의 역사를 보더라도 그런 고통의 역사는 있었다. 새마을 운동과 경제개발 5개년 계획의 목표달성이 그냥 이루어진 것이 아니다. 민주화라는 시대적인 요구를 잠시 외면해야 했고, 그래서 독재정권이라는 소리를 들어야 했다. 물론 경제적 발전을 위해서 그 외적인 모든 가치를 잃어버리는 일은 바람직스런 일은 아니다. 그러나 한 나라가 경제적 성장을 이루어 안정적인 발전 단계로 진입하는 일은 아주 고달프고 힘든 과정이 따라야 하는 일이다.
 
  중국의 경제가 요즘 심상치 않다는 소식이 세계 언론의 주요 관심사다. 중국의 경제적 위상이 이제는 세계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아주 크기 때문이다. 그러나 어느 누구도 작금의 중국 경제를 명쾌하게 설명할 수 있는 사람은 없는 듯하다. 과거의 성장과 현재 표면적으로 드러난 문제를 분석하고 지적할 수는 있어도 중국 경제의 미래를 시원하게 예견 할 수 있는 전문가는 아주 드물다. 어떤 책에서는 낙관적이며, 어떤 학자는 아주 비관적이다. 낙관과 비관이 양 쪽으로 나뉘는 것은 각 자의 해석 방법이 다르기 때문일 것이다.
 
  다만, 필자가 느끼는 것은 중국을 제대로 모르기 때문에 그런 상반된 분석이 나오는 건 아닌가 하는 의심이 든다. 그렇다. 중국의 경제 지표는 여러 측면에서 의심을 살만도 하다. 그러나 중국 경제를 비관 또는 낙관적으로 보는 사람들의 견해도 사실은 그렇게 객관적이지 못하다.
 
  필자는 지난 10여 년 간 중국에 살면서 현장에서 중국의 성장과 여러 문제를 몸 소 체험했다. 그래서 일부 학자나 언론인들이 말하는 중국경제의 추락 또는 지속적인 성장에 대한 의견에 쉽게 동의할 수 없는 것이 있다. 특별히 우리의 일부 전문가들이 이야기하는 중국 경제의 문제 제기 방식에 약간의 불만도 있다. 그것은 다름 아닌, 너무 쉽게 단정을 하는 태도다. 중국이라는 나라의 경제를 단순히 지표상의 결과로 분석해서는 곤란하다. 최소한 스스로에게 중국을 얼마나 알고 있는지를 먼저 물어 봐야 한다. 그런 다음에 평가를 하는 것이 맞다. 중국 정부가 발표하는 여러 동향 보고와 통계를 신뢰하지 않으면서 그 것을 근거로 중국 경제의 장래를 예견해서는 안 된다.
 
  미래의 경제상황은 아주 탁월한 경제학자도 예측하지 못한 상황이 될 수도 있다. 지금까지의 실적으로 볼 때 경제학자들의 예상이 들어맞은 적은 별로 없었다. 학자와 전문가들이 예상한대로 모든 경제 상황이 돌아간 경우는 별로 없었다는 의미다. 또한 경제 전문가들의 예상은 대부분 비관적인 것이 많다. 그래서 성장하고 있는 많은 기업들은 나름의 기준을 갖고 끊임없이 혁신하고 연구 개발하는데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문제는 기업의 자세이며 국민들의 정신이다.
 
  우리나라도 숱한 고비를 넘으면서 여기까지 왔다. 경부 고속도로를 만들기 위해 일본과 미국을 오가며 구걸을 해야 했고 포항제철을 짓기 위해서는 별의 별 자존심 상하는 이야기를 들어야 했다. 그러나 온 국민과 경제를 이끌어가는 지도자들의 피나는 노력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증권 시장에는 소위 “대세(大勢)”라는 것이 있다. 대세가 하락이냐, 상승이냐는 전체 판세를 가름하는 중요한 판단의 기준이 된다. 아무리 개별 종목(기업)의 장래성이 유망하다고 해도 주가 상승을 장담할 수는 없다. 전체적인 하락 분위기에서 과감하게 해당 주식을 매입하는 것이 심리적으로 쉬운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중국의 경제는 대세 하락은 아닐지라도 잠시 조정 국면에 진입한 것은 확실해 보인다.
 
  그러나 필자는 중국인들의 성장을 향한 강한 의지를 현장에서 보았다. 중앙 정부의 지도자들은 결코 부패하거나 게으르지 않다. 가파른 성장 과속의 틈에서 관료의 조직적인 부패와 부정이 있었음은 사실이다. 그래서 시진핑 정부도 여러 부작용을 감수하고 대대적인 부패척결에 나서고 있는 중이다. 고름이 살이 안 된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어느 나라건 지도자가 부패를 뿌리 뽑겠다고 나선 정부가 붕괴된 적은 역사상 없었다. 시진핑 주석은 그 점을 잘 알고 있는 사람이다. 중국 사람들의 안목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 보다 아주 장기적이다. 정권이 5년 주기로 또는 4년 주기로 바뀌는 우리와 미국처럼 단기적인 가시 효과에 목말라하지 않는다. 식당에 밥을 먹으러 가서 주문을 하는 데도 아주 많은 시간이 소요되는 곳이 중국이다. 아무 거나 빨리 시켜서 대충 때우는 사람들이 아니다. 초대한 사람과 인원수를 고려하여 아주 합리적인 가격 선에서 주문을 하는 사람들이다. 어떤 일이 낭패로 돌아가도 담대하게 웃어넘기는 대륙적인 기질도 있다. 다음에 다시 잘 하면 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내가 안 되면 자식이 하고, 자식이 안 되면 손자가 하면 된다고 생각한다.
 
  물론 우리 기업들에게 중국의 단기적인 경제 전망은 아주 중요 하다. 간과해서도 안 되고 그렇다고 너무 긍정적으로만 바라보아서도 안 된다. 중국은 이제 우리 앞에 다가온 피할 수 없는 경쟁상대인 동시에 협력의 동반자다. 그러나 경쟁은 불가피하다고 생각하면서도 협력에는 인색한 것이 우리기업의 생리다.
 
  반면에 중국인들은 경쟁보다는 서로 협력하는 일에 아주 능숙하다. 중국 사회에서 개인은 그 자체로서 큰 의미가 없다. 자기가 속한 조직에서의 개인이라야 존재감이 생긴다. 내가 아니라 우리다. 그들의 전통적 유산인 “꽌시(關係) 문화”도 그런 맥락이다. 그래서 어려울 때는 서로가 협력해서 돕는다. 그리고 도움을 받은 사람은 결코 그 은혜를 잊지 않고 갚는다. 이 또한 중국인들의 오랜 문화다.
 
  지난 30년 간 중국인들의 삶은 천지개벽을 할 정도로 발전해 왔다. 여러 부작용을 낳기도 했지만 대다수의 국민들은 가난과 배고픔에서 벗어났다. 그리고 이제는 세계 경제의 대국이 되었다. 국민들은 이런 국가에 고마워하고 있다. 자기를 가난에서 벗어나게 해 준 국가와 지도자들에게 신세를 졌다고 생각한다. 신세는 반드시 갚는 것이 중국 사람들의 기질이다. 비록 빠른 성장의 후유증이 있고 그래서 일시적인 고통이 있을 수 있겠지만 중국은 지금도 국가 지도자와 국민들이 더 나은 미래를 위해서 피땀을 흘리는 중이다.

  우리는 중국의 경기 침체를 너무 호들갑을 떨며 떠들어서는 안 된다. 이럴 때일수록 중국과의 협력과 상생의 방법을 찾아야 한다. 다시 말하지만 어려울 때 도움을 받은 중국인은 결코 그 은혜를 잊지 않는다. 중국과 중국인을 좀 더 제대로 알고 접근하는 자세가 그 어느 때보다 필요 한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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