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메기 효과'와 대통령의 선글라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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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메기 효과'와 대통령의 선글라스
  • 이병우 소장
  • 승인 2015.09.09 1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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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병우 중국 중부지역 경제문화 연구소장(칼럼니스트)
  "메기 효과(Catfish Effect)"라는 말이 있다. 미꾸라지 농장에 약간의 메기를 함께 사육함으로서 미꾸라지들을 좀 더 생기 있게 사육하는 방법이다. 메기에게 잡아 먹힐까봐 이리 저리 도망을 다니면서 미꾸라지들은 건강하게 생육이 된다. 수산물 양식업자들도 먼 곳에서 활어를 운반 할 때 이런 방법을 사용한다. 메기를 위한 것이 아니라 활어의 싱싱한 상태를 계속 유지하기 위해서다. 그러나 메기는 자기의 역할이 단순히 고기들을 운동시키는 것임을 모른다. 생존을 위해서 열심히 고기를 잡아먹어야 살 수가 있다. 자기의 행동이 양식 업자에게 도움을 준다는 생각은 할 수가 없다. 거기까지 생각 할 수 있는 메기가 아니다.

  얼마 전에 비무장지대에서 도발을 감행한 북한을 바라보면서 필자는 메기를 생각 해 보았다. 중국과 미국 그리고 일본이라는 주변 국가들의 틈에서 남한과 대치한 북한의 생존 방식은 메기의 역할과 비슷하다. 자꾸만 도발을 함으로서 주변국들에게 자기의 존재를 알리고 우리 국민들에게 긴장을 주어야 한다. 메기가 미꾸라지와 물고기에게 그런 긴장감을 주지 않으면 메기로서의 생명은 끝이 난다. 아울러 북한은 그런 역할을 통해서 생존을 찾고 있다. 심하게 표현하자면 북한의 메기는 가끔 남한의 병사들을 잡아먹어야 한다.

  엊그제 북한이 저지른 메기의 행동은 우리의 강력한 대응과 박근혜 대통령의 중국 방문으로 꼬리를 내리는 국면을 맞았다. 메기도 나름 판단력이 있을 것이다. 양식업자가 자기를 잡아서 매운탕 재료로 쓰려고 한다면 잔뜩 몸을 낮춰야 한다. 미국과 중국이 북한에 냉정한 태도를 보임으로서 북한이라는 메기도 일단은 몸을 숨겼다. 그러나 메기는 메기의 역할이 있다. 양식업자가 다시 물고기를 운반하기 시작하면 얼마든지 다른 물고기들에게 도발을 감행해야 한다. 그래야 산다.

  남북한의 대결 국면이 비록 소강상태로 접어들었다고 해도 방심해서는 안 되는 이유가 있다. 근본적인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면 메기라는 북한의 도발은 어쩌면 그네들의 생존을 위해서 끊임없이 일어날 것이다. 그렇다고 중국과 미국이 우리에게 무조건 우호적 입장을 보이는 것도 아니다. 두 강대국은 나름대로 메기를 활용 할 수 있는 이유와 전략이 있다. 이것이 우리 한반도가 처한 슬프고 통탄할 현실이다.

  박근혜 대통령이 중국의 전승절 열병식 행사에 시진핑 주석 그리고 러시아의 푸틴 대통령과 나란히 서있고 북한의 최룡해 노동당 비서는 참가국 대표단 가운데 맨 끝자리에서 지켜봤다는 것이 아주 엄청난 변화라고 말하는 사람들도 있다. 틀린 말은 아니다. 그러나 근본적으로 우리와 북한의 입장 그리고 중국의 입장이 열병식의 좌석 배치만큼 변한 것은 아니다. 최룡해가 끝자리에 앉은 것이 북한과 중국의 거리감을 나타내는 일도 아니다. 그냥 외교적인 관례에 따라 조금 우리를 대우했을 뿐이다.

  열길 우물 속은 알아도 한길 사람 속은 모른다는 속담이 있지만 필자의 경험 상, 중국인들의 속마음은 천 길이 넘는다. 정말로 알 수 없는 사람들이 중국 사람들이다. 중국 생활 10년, 20년이 넘는 고수들도 아직 중국인의 속을 모르겠다고 혀를 찬다. 중국인들의 전략은 수 십 가지도 아니고 수 백 가지도 아니다. 수 만 가지가 더 될지도 모른다. 우리가 중국에서 대접을 잘 받았다고 너무 좋아 할 일도 아니다. 중국인들은 자기를 찾아온 손님에게 가능한 극진하게 대접을 한다. 보통 있는 일이다. 착각해서는 안 된다.

  우리의 이런 착각은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이 북한의 노동당 창건 70년 기념일을 맞이하여 김정은에게 보낸 축전에서 잘 나타나고 있다. "우리들은 조선 측과 함께 중조관계의 장기적이며 건전하고 안정적인 발전을 추동하고 두 나라 사이의 친선 협조관계를 끊임없이 공고히 함으로써 지역의 평화와 안정, 발전에 적극 이바지할 것이다." 쉽게 말해서, 중국은 북한과 친선 협조관계를 끊임없이 공고히 하겠다는 표시다. 러시아의 푸틴도 축전을 보냈다."우리의 공동 노력으로 호혜적인 쌍무 협조가 앞으로도 모든 분야에 걸쳐 발전하게 되리라고 확신한다. 이것은 두 나라 인민의 근본 이익에 부합되며 조선반도와 동북아시아 전반의 안전과 안전 강화에 이바지할 것이다.”

  결론은 자명하다. 중국과 러시아 그리고 미국과 일본은 아직 북한이라는 메기를 버릴 때가 아니다. 버려서도 안 된다. 자기들이 손님에게 싱싱한 활어를 팔려면, 한국이라는 나라를 자기들의 뜻대로 주무르려면 메기는 여전히 유효하고 유용한 생물이다. 굳이 북한을 멀리하고 배척해야 할 이유가 없다. 박근혜 대통령의 이번 방중 효과는 확실히 현 정권의 지지율을 끌어올리는데 성공 했다. 정부와 여당도 아주 고무된 분위기를 이어가는 중이다. 대통령의 선글라스는 인기리에 판매중이라 재고가 바닥이 났다고 한다. 물론 대통령의 방중 효과가 국내 정치의 긍정적인 요소로 활용될 수는 있다. 아주 나쁜 일은 아닐 것이다.

  그러나 국민들의 통일염원은 선글라스의 판매보다는 더 간절하다. 메기가 있는 한 불안하고 걱정스럽다. 그래서 모처럼 찾아온 이번 기회에 좀 더 깊이 있고 장기적이고 미래적인 통일 전략의 수립과 이행이 필요하다. 정권이 메기를 이용하는 단기적인 전략이 아닌, 우리 미래 세대를 위한 정말로 진정한 통일 전략이 필요하다. 여야와 모든 세대를 뛰어넘는, 온 국민이 공감하고 지지하고 노력하는 전략을 세워야 한다. 그래야 남북의 이산가족들이 더 이상은 금강산 휴게실 모퉁이에서 눈물을 흘리다 다시 헤어지지 않을 수 있다. 이 무슨 비극이 이다지도 길게 이어진단 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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