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 감독 캄보디아 축구, 오늘밤 월드컵 조1위 시리아와 격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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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 감독 캄보디아 축구, 오늘밤 월드컵 조1위 시리아와 격돌
  • 박정연 재외기자
  • 승인 2015.09.08 13:4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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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컵 예선 1승이 간절한 축구변방, 그들에겐 희망이며 꿈이다.

▲ 지난 3일(일본 현지시각) 러시아 월드컵 2차 예선이 열린 일본 사이타마 경기장(사진=박정연 재외기자)
 

  ‘전반전 경기 스코어 1-0’
 
  지난 3일(일본 현지시각) 러시아 월드컵 2차 예선이 열린 일본 사이타마 경기장은 전반전 주심의 종료휘슬이 울리자, 경기장 대형스크린에 비친 감독의 표정은 어두웠고, 선수들 역시 경기가 제대로 풀리지 않는 듯 고개를 내저으며 라커룸으로 향하는 모습이었다. 6만5천여 관중석을 가득 메운 일본축구팬들의 응원열기 역시 경기시작 전 만큼 뜨거워 보이지 않았다. 1-0이란 스코어가 이 모든 것을 대신 말해주는 듯 싶었다.
 
  반면, 한국인 이태훈 감독이 이끄는 캄보디아국가대표팀 선수들은 애써 담담한 표정을 지었지만, 그래도 해볼 만하다는 표정을 보였다. 전반 26분까지 실점없이 잘 버텼는데 AC밀란에서 뛰는 일본축구 영웅 혼다가 쏜 중거리 강슛이 골키퍼의 손에 맞고 빠져 결국 골로 연결된 사실이 못내 아쉬움으로 남은 순간이었다.
 
  TV로 경기를 지켜보던 캄보디아 축구팬들 입장에서도 “전반처럼 잘 버틴다면 어쩌면 기적이 일어날 수도 있겠구나” 자신감을 얻게 한 전반경기내용이었다. 하지만, 그런 기대감은 후반 시작 불과 3분여 만에 두 번째 골을 허용하며 무너지기 시작했고, 뒤이어 터진 카가와 신지(도르트문트)의 골로 캄보디아 축구는 다시 한번 실력의 한계를 드러낸 채 결국 종료휘슬과 함께 3-0 완패로 경기를 끝내야만 했다.
 
▲ 응원 중인 캄보디아 관중들
  하지만, 경기를 마친 후 양 팀의 분위기는 사뭇 달랐다. 땀으로 뒤범벅이 된 캄보디아선수들은 서로를 격려하며 담담한 표정으로 그라운드를 빠져나간 반면, 정작 승리를 자축해야 할 일본 선수들의 표정은 그리 밝지 못했다. 고작해야 마지못해 팬들을 향해 손을 흔들거나 애써 미소를 짓는 정도였다. 최근 성적부진으로 경질설이 나돌고 있는 바히드 할릴호지치 감독 역시 고개를 흔들며 뭔가 만족스럽지 못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 현지 방송에 중계된 경기 장면
  역시나 예상했던 대로 경기가 끝난 직후 일본언론과 축구팬들의 질타가 쏟아지기 시작했다. 피파 랭킹 180위 최약체 캄보디아를 상대로 골폭죽을 내심 기대했던 일본팬들의 실망이 특히 컸다. 이날 경기에서 무려 34번의 유효슈팅을 날리는 등 압도적인 경기를 펼치고도 고작 3골에 그친 사실에 다들 실망하는 모습이었다. 더욱이 같은 날 손흥민(토트넘)의 해트트릭을 앞세워 대한민국이 라오스를 상대로 8-0 완벽한 골잔치를 벌인 것과 비교가 되자 일본팀은 네티즌들로부터 더 큰 뭇매를 맞았다. 반면, 경기 내내 골대로 쉴새없이 쏟아지는 파상공격과 강슛을 여러 차례 막아낸 캄보디아 골키퍼 수 야띠 선수(벙켕 앙코르 FC)는 비록 세골이나 실점했음에도 불구하고, 이날 캄보디아팀의 최고 수훈갑 선수로 떠올랐다.
 
  일본과 경기를 마치고 지난 토요일 곧바로 귀국한 캄보디아 팀은 오늘밤(8일) 중동의 강호 시리아를 홈으로 불러 월드컵 4차전 경기를 치른다. 시리아는 싱가폴과 아프가니스탄을 연달아 격파 승점 6점을 챙겨 일본을 제치고 조 선두로 올라간 강팀이다. 피파랭킹 121위로 같은 E조에서 일본 다음으로 피파랭킹이 높은 시리아를 상대로 과연 캄보디아가 첫승을 거둘 수 있을지 벌써부터 현지 축구팬들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 캄보디아 국가대표 선수단
   이날 경기의 또 다른 흥미로운 관점 포인트는 5만명 수용정원 올림픽스타디움이 지난 2차례 경기때처럼 오늘도 매진사례를 이어갈 지 여부다. 지난 6월 16일 아프가니스탄과의 경기에서는 정원을 훨씬 넘어선 6만 5천명 관중이 몰린 바 있다.
 
  최근 들어 뜨거워진 축구인기를 반영하듯 1등 관중석은 3만리엘, 우리돈 8천원 정도로 입장료가 껑충 뛴 상황이다. 현지물가를 감안하면 무척 비싼 입장료라 현지 교민들도 놀라는 분위기다.
 
  한편, 캄보디아 축구를 책임지고 있는 이태훈 감독은 시리아전을 앞두고 어제 가진 전화인터뷰에서 “시리아팀이 높은 수준의 팀이라 상당히 어려운 경기가 될 것 같다. 하지만, 홈경기인 만큼 결과를 의식하지 않고 팀 발전을 위해 적극적으로 임할 예정이다. 이 경기가 우리 선수들에게는 쉽게 오는 기회가 아니기 때문에 열심히 부딪히면서 많은 것을 느끼고 배웠으면 하는 바램”이라고 밝혔다.
 
▲ 인터뷰 중인 이태훈 감독
  현재 일본, 싱가폴, 아프가니스탄, 시리아와 월드컵 E조에 속한 캄보디아는 지난 6월 홈경기에서 싱가폴에 4-0, 아프가니스탄을 상대로 1-0으로 패한 바 있다. 3경기 연속 단 1점도 얻지 못해 월드컵 2차 예선 통과가 결코 쉽지 않은 상태다. 하지만 한국인 감독이 취임한 이래 월드컵 도전사상 2차 예선 첫 진출이란 기록을 세운 만큼, 내친 김에 예선 첫승이라는 대기록(?)마저 세우기 위해 감독과 선수들은 오늘 경기의 선전을 다짐하고 있는 모습이다.
 
  참고로, 2018 러시아월드컵 2차 예선전은 우리나라가 속한 G조를 포함 8개조 총 40개국이 홈어웨이 방식으로 치루고 있으며, 각조 1위와 나머지 상위 4개팀 등 12개국이 4.5장이 걸린 본선 티켓을 거머쥐기 위해 다시 3차 예선전을 치르게 된다.
 
  20년 넘게 월드컵 본선에 매번 진출하다 보니 이제는 본선티켓을 따는 일이 마치 당연한 것처럼 여겨지는 우리나라 축구 입장에선 고작 예선경기 1승에 목말라하는 그들의 모습이 측은하고 때론 우습게 보일지 모르지만, 오랜 내전과 킬링필드에서 벗어나 과거 70년대 축구전성시대로의 부활을 꿈꾸는 캄보디아 축구 입장에서는 월드컵 2차 예선 첫 승은 그 의미가 남다르다. 이 첫 승이 그들의 간절하고 오래된 소망이자 꿈이기 때문이다.
 
  아무쪼록 오늘 밤 한국인 이태훈 감독이 이끄는 캄보디아 국가대표팀의 선전을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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