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성대 칼럼] 동방예의지국? 동방무례지국?
상태바
[신성대 칼럼] 동방예의지국? 동방무례지국?
  • 신성대 동문선 대표
  • 승인 2015.09.07 11:0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중국 전승절 열병식과 박근혜 대통령의 패션외교

 

▲ 신성대 도서출판 동문선 대표 및 ㈔전통무예십팔기보존회장
  재작년 중국 국빈방문에 이어 역시나 이번 중국 전승절 축하 방문에서도 박대통령은 정장이라 하기에도 애매한 유색 새마을 패션 상의를 입었다. 특히 열병식을 참관하는 날에는 노란 황금색! 도무지 제정신인지 아찔하기만 하다. 일부 언론에선 중국인들이 황금을 좋아해서 또 노란색을 입었을 것이라며 무지 친절한 해설까지 붙였다. 과연 중국인들이 그 말에 동의할까?

  하나만 알고 둘은 모르는 무지, 황금 패션

  중국인들이 황금색을 좋아한다는 사실을 어째 대한민국 청와대만 알고 다른 나라 국가기관들은 이제까지 몰랐을까? 진즉에 알았더라면 다른 나라 지도자들도 노란색 옷을 입고 중국을 방문했을까? 그보다 중국 정치인들은 자신들부터 왜 노란색 옷을 입지 않았을까? 중국지도자들은 물론 지식인들은 왜 그 흔한 노란색 넥타이를 매지 않을까?

  중국에서 노란색은 황제의 색으로 금기색이다. 예전엔 황족이 아닌 자가 노란색 옷을 해 입었다간 바로 참수였다. 하물며 공산당에게 봉건전제주의의 상징인 황금색이란 감히 있을 수 없는 일. 한데 남의 나라 여성대통령이 황금색 상의를 입고 열병식을 참관하다니! 무측천(武則天)의 재림인가? 남의 잔치에 튀는 옷을 입고 나가 마치 제가 주인공인양 행세하다니! 엄숙하고 장엄하게 준비한 열병식 분위기 다 깬 노란색! 어이없지만 한국을 품어야 하니 웃는 척 하는 것이겠다.

 

▲ 노란색 상의를 입고 중국 전승절 열병식을 참관하고 있는 박근혜 대통령(사진=청와대 블로그)
  주객(主客)전도에 주종(主從)전도

  게다가 브로치 좋아하는 대통령 따라 자기도 브로치 달고 나온 통역 또한 가관이다. 평소 정체불명의 메시지 없는 브로치를 애용하는 대통령에 비해 통역의 브로치는 그 정체가 확실(?)한 점이 특별했다. 대통령이 달아야 마땅할 태극기 배지를 통역이 달고 나왔으니 주종(主從)이 전도된 데다가, 그 통역이 하필 대만의 청천백일기를 연상시키는 브로치까지 달았다.

▲ 박근혜 대통령과 중국 펑리안 여사 사이에 통역이 대만의 청천백일기를 연상시키는 브로치를 달고 있다.(사진=매일경제)

  솔직히 말하자면 이번에 중국이 대대적으로 항일 전승절 70주년을 거창하게 기념했지만, 이를 바라보는 대만으로선 기분이 상당히 언짢은 일이다. 기실 항일전쟁은 장개석의 국민군이 다 했지 모택동의 공산군은 일본군과 전투다운 전투를 한 번 해 본적이 없었다. 국민군이 싸우는 동안 공산군은 인민들의 지지를 얻는 일에 열중하고 국민군의 무기들을 빼돌려 힘을 비축했었다.
  

▲ 대만의 청천일백기
  “에이, 그깟 브로치를 보고 설마 누가 그렇게 생각할까?”하겠지만 적어도 대만 사람들은 어린 아이도 그 브로치를 알아본다. 국가최고지도자의 공공개념 없는 사적 취향의 멋 부리기 창조패션에 메이드인코리아 디스카운트, 그 고급하지 않은 패션 강박증 때문에 한국 패션산업은 진즉에 끝났다.

  낭만 혹은 무지 용감한 민족

  지난 달 일본 아베 총리는 ‘전후 70년 담화’를 통해 전쟁을 일으킨 일본의 잘못을 용서하고 국제사회로의 복귀를 도와준 연합국에 감사하는 내용을 담아 미국으로부터 환영받았다. 그해 비해 박근혜 대통령은 우리 민족이 마치 불굴의 투지로 일본을 물리치고 해방된 양 자기 도취적인 연설을 하였다. 미국인들의 시각에서 보면 한국이 언제 철들어 역사를 있는 그대로 바로 인식할 수 있을지, 언제 제대로 감사 표시를 할지 참 답답해 했을 것 같다.

  박근혜 대통령의 중국 전승절 열병식 참관을 두고 많은 한국인들이 무슨 대단한 경사인 양 들떠서 야단들이다. 시진핑 주석 가까이에 섰다고 하여 한국의 위상이 엄청나게 격상된 것처럼 우쭐해 하지만 솔직히 낯간지러움을 감출 수가 없다. 거국적으로 준비한 잔치에 고작 러시아 푸틴 대통령 외에는 특별히 눈에 띄는 인물이 없으니, 박대통령이 그 자리에 선 것일 뿐이다. 철딱서니 없는 일부 언론들은 여군의장대의 미모에 침까지 흘렸다.

  박대통령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 주석은 2일 한반도 정세와 관련해 "긴장을 고조시키는 어떠한 행동에도 반대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아무렴 제발 그러려니 하지만 기실 이 말을 뒤집고 또 뒤집으면 중국은 어떤 경우에도 한반도의 통일을 반대한다는 의미도 되겠다. 또 미국은 언짢은 속내를 감추고 박대통령의 참석을 ‘존중한다’고 했지만 외교의 ABC를 아는 이라면 이 외교적 수사의 이면에 감춰진 의미를 짐작하고도 남을 것이다. 그리고 향후 그 ‘존중의 대가’를 한국이 어찌 감당할 수 있을지를 생각하며 혀를 찰 일이겠다.

  축제보다 시위를 좋아하는 국민. 제 나라 ‘국군의 날’ 시가행진을 군사정권의 잔재라며 보기 싫다고 계룡산 기슭에 숨어서 저들끼리 치르게 하면서, 느닷없이 중국 열병식에 온 국민들이 난리다. 마치 금방이라도 중국이 통일시켜줄 것처럼. 신뢰는 피로 굳히는 것이지 말로 쌓는 것이 아니다. 피보다 말이 앞서는 거세된 조선 선비의 사대근성이 백여 년 만에 다시 도진 것인가? 이래저래 올 겨울은 무척 춥고 길 것 같다.



주요기사
이슈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