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 美 민주당 상원의원 엘리자베스 워런의 감동적 자서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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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간] 美 민주당 상원의원 엘리자베스 워런의 감동적 자서전
  • 한인경제
  • 승인 2015.09.04 16: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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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싸울 기회' 엘리자베스 워런 지음 / 글항아리 펴냄

어떻게 백전백승의 인생을 살 수 있는가?

 

미국 민주당 상원의원 엘리자베스 워런의 자서전. 워런은 2009년, 2010년, 2015년 ‘타임’지 선정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인물 100인’에 선정된, 주목받는 정치인이다. 2016년 민주당 차기 대권 주자로도 오르내리고 있는데 최근 힐러리가 진보친화적 정책을 내놓는 것도 워런을 견제하기 위해서라는 말이 있을 정도다.
 
  워런의 어린 시절에서 시작하는 이야기는 곧 미국인들을 고통 속으로 몰고 간 금융계의 부패를 드러내며 그 막후에서 어떤 정치적 거래와 책략들이 오갔는지 파헤친다. 
 
  엘리자베스 워런이란 사람을 알려면 미국의 경제상황을 우선 살펴볼 필요가 있다. 2000년대 후반 미국 경제는 급속하게 악화되었고, 투자자들은 저위험 고소득 투자처를 찾아다녔는데 마침 그 조건에 들어맞는 시장이 있었다. 바로 주택 담보 대출 시장이었다. 대출 회사들은 높은 수입을 단기간에 올리기 위해 서브프라임 등급에도 거침없이 대출을 승인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이내 부동산 거품이 꺼지면서 2007년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가 터졌고, 이로 인해 대출 회사가 파산하고 대형 은행들 역시 파산 위기에 놓였다. 그 여파로 미국 중산층의 튼튼했던 집은 몰락을 겪었고, 세계경제 역시 휘청거렸다. 
 
  이때 워런이 수면 위로 급부상했다. 미국 중산층이 몰락하고 파산하자 ‘파산법’ 전문가인 법학자로서 정부 정책에 가담하게 된 것이 계기였다. 워런은 이렇게 말했다. “매년 80만 명이 넘는 가족이 파산하고 있었다. 전국적으로 26초 간격으로 새로운 사람이 파산을 선언하고 있으며, 이런 일이 매시간, 매일같이 일어나고 있었다. 미국에서 뭔가 끔찍하게 잘못되고 있는 데다 그게 점점 더 심해지고 있었다. 나는 내가 가진 모든 걸 걸고 전투에 나서야 한다는 걸 알고 있다.”
 
  2007년 부실자산구제프로그램의 검토위원회로 임명된 후, 그녀는 막대한 공적 자본이 부도 직전의 대형 은행에 부당하게 들어가고 있다는 사실을 고발하면서 국민의 지지를 얻었다. 이에 앞서 1995년 워런은 새 파산법 개정안을 위한 파산법 검토위원회의 고문으로 활동하면서 잠시 정계에 발을 들인 적이 있었다. 
 
  은행들이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새 파산법을 발의해 파산 보호 범위를 줄이려 했던 것이다. 그에 맞서 그녀와 검토위원들은 기존 파산법을 보호하고 개정하려 했지만 결국 새 파산법은 통과되고 말았다. 그러나 워런은 패배를 경험한 뒤에도 싸우려는 의지를 결코 꺾지 않았다. 이러한 성과가 12년 뒤인 2007년에 드러난 것이다. 이 일화는 싸울 기회를 놓치지 않으며 전력을 다해 임하는 그녀의 성격을 잘 보여준다. 
 
  기세를 몰아 그녀는 소비자보호금융국을 설립하고 민주당 소속으로 상원의원 선거에 출마했다. 그리고 워런은 ‘월가의 총아’라 불리던 경쟁자 스콧 브라운을 큰 표차로 누르고는 상원의원으로 당선되었다. 지금 워런은 민주당 내 진보 세력의 상징으로 불리며 큰 활약을 보여주고 있다.  
 
  <싸울 기회>는 이처럼 한 엘리트 여성의 성공담이자 여성 투사의 이야기처럼 보이는데 그 이면에 중요한 사실이 숨겨져 있다. 그녀에게는 수면 아래에 잠겨 한평생을 소시민의 삶에 만족하며 살아야 한다는 인식이 깔려 있었다. 그러나 그녀는 이런 생각을 매해, 매순간 깨고 한발 앞서 내딛음으로써 자신의 인생을 점진적으로 바꿔나갔다. 그 한 예를 들어 보자. 
 
  워런이 열두 살 때 그녀의 아버지는 심장마비를 일으켰고, 그 후 서서히 가세가 기울어갔다. 워런의 어머니는 생활비를 벌기 위해 취직을 해야 했다. 면접을 보러 가면서 그녀의 어머니는 꼭 끼는 드레스와 사투를 벌였는데, 눈물이 흘러나오면 흐르게 두지 않고 티슈로 닦아냈다. 
 
  하이힐 때문에 걸음걸이가 불안해도 똑바로 앞을 보고 걸어갔다. 그녀는 어머니의 싸움을 목격한 것이다. 워런은 그 순간 자신이 어른으로 성장했다고 회고하고 있다. 이윽고 그녀도 살기 위한 싸움을 시작해 보모, 웨이트리스 등 온갖 아르바이트로 돈을 벌었다. 
 
  하지만 워런은 곧 눈을 돌려 더 높은 곳과 싸울 기회를 찾았다. 스스로의 힘으로 대학에 가고, 결혼해서 아이를 낳은 뒤 다시 법대에 지원하는 등 꿈을 좇기 시작했다. 그렇지만 실패도 뒤따랐다. 남편 짐과 이혼을 하게 된 것이다. 딸 어밀리아와 아들 앨릭스는 워런이 맡았고, 그녀는 아이들을 위해 워런이라는 성을 남겨두었다. 
 
  워런은 이내 자신의 인생을 완전히 바꿀 결정을 하게 된다. 본격적으로 파산법에 대해 연구하기 시작한 것이다. 그녀는 이런 자신의 결정에 대해 자신의 아버지는 가난하니까 절대로 돈 이야기를 하지 않았으나, 자신은 그와 반대로 경제적으로 어려웠던 기억 때문에 오히려 경제학을 파고들게 되었다고 말한다. 파산법을 공부하고 강의하면서, 워런은 파산 신청을 하는 자들은 게으름뱅이라는 편견을 깨고 평범한 사람 누구나 파산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을 알리기 위해 노력하게 되었다. 
 
  이런 이야기들은 한 여성의 개인적인 서사에 그치지 않고 우리가 알고 있는 엘리자베스 워런이라는 사람이 성공한 중요한 계기로 작용한다. 향후 워런에게 ‘싸울 기회’가 주어졌을 때 이런 경험들은 중요한 밑거름으로 작용하게 되며, 그녀가 월가의 대형 은행들에 맞서는 거대한 싸움의 발판이 되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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