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프리뷰] 침묵의 시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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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프리뷰] 침묵의 시선
  • 김지태 기자
  • 승인 2015.09.03 16: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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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묵을 강요당해 온 인도네시아의 슬픈 현대사

▲ 침묵의 시선 메인포스터

  발리, 족자카르타, 빈탄, 롬복. 많은 사람들에게 인도네시아는 세계적으로 유명한 관광지다. 인도양에 면한 리조트에서 칵테일 한 잔과 함께 불타는 석양을 바라보면 세상에 이렇게 아름다운 낙원이 있을까 싶다. 자연만 아름다운 게 아니라 인도네시아는 석유, 가스, 석탄 등이 풍부한 자원대국이기도 하다. 관광지로만 인도네시아를 바라보면 이 곳 사람들은 천혜의 자연 환경 속에서 아주 오래 전부터 평화로운 삶을 누렸던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인도네시아 근현대사는 그리 순탄치 못했다. 네덜란드, 영국, 일본 등 강대국의 식민지배를 받은 후 독립했으나 독립 이후 더 험악한 사건에 휘말렸다. 지금으로부터 불과 오십여 년 전인 1965년의 일이다. 당시 인도네시아 대통령 수카르노는 UN을 탈퇴하고 중공에 접근하는 등 급진적으로 좌파노선을 걷기 시작했다. 이에 불만을 품은 수하르토의 군부 세력이 쿠데타를 일으켰다. 
 
  수하르토 군부는 자신들에게 저항하는 공산주의자들을 강경하게 진압했는데 그 과정에서 공산주의자가 아닌 쿠데타 반대세력 그리고 일반시민들까지 무참하게 살해당했다. 당시 목숨을 잃은 사람 수가 100만명에 이른다고 한다. 인도네시아에서는 9ㆍ30사건 혹은 9ㆍ30 대학살이라고 부른다. 
 
  영화의 주인공인 안경사 아디는 이 대학살의 피해자다. 형 람리가 대학살의 광풍에 휩쓸려 희생된 것이다. 형 람리를 죽인 사람은 다른 먼 나라 사람들이 아니라 이웃사람들이다. 아디는 형을 죽인 사람들을 찾아가 왜 그랬냐고 묻는다. 이제는 노인이 된 가해자들은 왜 지난 일을 들추냐며 짜증을 부린다. 어떤 이는 올바른 역사를 위해 할 일을 했다며 당당해 하기도 하고 또 어떤 이는 당시의 학살이 영웅적 투쟁이었다고 자랑스럽게 말한다. 
 
  영화는 아디의 담담한 시선을 통해 그 동안의 침묵이 가공할 뻔뻔함과 역사적 왜곡을 만들어 왔음을 보여준다. 아무리 끔찍하고 아픈 사건이라도 적당히 덮고 넘어간다고 해서 잊혀지는 것이 아니다. 침묵 혹은 망각에의 강요는 상처를 잊게 하는 게 아니라 생채기를 더 후벼 파고 원한의 골을 더 깊게 만들 뿐이다. 
 
  아디는 가해자들의 안경에 도수를 맞춰 주면서 묻는다. 이제 잘 보이냐고. 그리고 조용히 시선으로 일갈한다. 지금 눈 앞의 현실 뿐만아니라 침묵을 강요당했던 과거의 현실도 이제 제대로 봐야하지 않겠냐고. 
 
- 9월 3일 국내개봉 예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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