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외교관 LA에서 물세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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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외교관 LA에서 물세례
  • 김정희기자
  • 승인 2004.05.1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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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수단체서 반대 시위 성금에 담긴 동포애 무색해져
용천 참사 성금을 전달받기 위해 미국을 방문한 북한 대표부가 미주 지역 보수 단체들에게 물벼락을 맞는 등 봉변을 당했다.
UN주재 북한 대표부 조길홍, 박부웅 참사관은 지난 5월 10일 미주 지역 동포들이 정성껏 모은 성금을 전달받기 위해 LA한인회를 방문했다. 이날 방문은 지금까지 모여진 미주 지역 동포들의 용천 동기 성금 총 5만여 달러 중 2만달러를 우선 전달하기 위한 것.
그러나 이날 전달식은 재향군인회, 이북5도민회 등 극우 보수단체 회원들이 북한 대표부를 향해 물세례를 퍼붓고 시위용 피킷으로 대표부의 차량을 회손하는 등 극렬한 반대 시위를 벌여 성금에 모아진 동포들의 정성을 무색하게 만들었다.
북한 대표부가 도착하기 이전부터 한인회관 앞에 단체로 드러누워 반대 시위를 하던 성금 전달 반대 단체들은 하기환 LA 한인회장에게 욕설을 퍼붓는 등 격렬하게 항의, 경찰관과 연방 국무부 요원들 30여명이 출동하는 사태가 벌어졌다.
이같은 혼란 속에 도착한 북한 대표부는 결국 이들에게 물세례를 맞고 연방 국무부 요원들의 호위를 받으며 한인회관으로 들어섰다.
30분 가량 한인회에 머물며 성금을 전달받은 북한 대표부 조길홍 참사관은 "동포애를 가지고 성금을 모아준 것에 진심으로 감사한다"고 말했다. 이에 덧붙여 "남북간 대화에 큰 진전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 LA 동포사회가 이렇게 보수적일 줄은 몰랐다"며 당황한 기색을 보였다.
또한 박부웅 참사관 역시 시위대의 "북한에 전달되는 성금은 결국 무기개발에 쓰여질 것이란 주장은 불순한 정치적 목적으로 보인다"며 "오랜 외교관 생활 가운데 이런 경험은 처음"이라는 말로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대표부가 "전달받은 성금은 북한 적십자 중앙위에 즉시 보고하고 현지 주민에게 직접 성금 전달 확인 문건을 받아 보내주겠다"고 약속한 뒤 자리를 옮기기 위해 회관을 나서는 순간에도 시위대의 항의는 계속됐다.
하 회장을 비롯한 한인회 관계자들과 김남권 한국의 날 축제재단 회장단, 북한 대표들은 회관을 나와  자리를 옮긴 후 현재 준비중인 북한 공연단의 한국의 날 축제 행사 참여에 대해 논의했다.
한민족인 동포를 돕는다는 순수한 마음이 모아진 성금 전달식에서 일어난 이날 소동은 일부 단체들의 보수성과 함께 남북 분단의 현실을 극명하게 보여줘 보는 이들에게 안타까움을 자아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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