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성대 칼럼] 큰절의 글로벌 인식코드는 항복, 비굴, 사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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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성대 칼럼] 큰절의 글로벌 인식코드는 항복, 비굴, 사죄!
  • 신성대 동문선 대표
  • 승인 2015.08.10 1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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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대뽀[無鐵砲] 지도자들의 나라망신 사대근성


  유길준의 ‘서유견문’ 회고에 의하면 보빙사 민영익은 미국으로 출장가면서 태평양을 건너는 배의 선실 속에서 일정 내내 유학 책을 읽으며 공자왈 맹자왈 하였다고 한다. 드디어 1883년 9월 18일, 뉴욕의 한 호텔 대회의장에서 미국 제21대 체스터 아서 대통령이 비스듬히 지켜보고 있는 가운데 마루바닥에 엎드려 머리를 조아려 예를 올렸다고 한다. 그로부터 130년이 지났건만 아직도 이 나라 지도자들과 관료들은 허리, 어깨를 못 펴고, 고개를 들어 상대의 눈을 똑바로 쳐다보지 못하고 있다.

  코가 땅바닥에 닿도록 납작 엎드려 절하는 민족은 전 세계에서 유독 일본과 한국 두 나라 사람들뿐이다. 아이러니하게도 동양 예법의 종주국인 공자의 나라에서도 이런 인사법은 없다. 한데 왜 이 두 나라만 그 같은 인사법이 일상화 되었을까?

  그 첫째 원인은 오랜 사대문화 때문이겠고, 다음은 방에서 신을 벗게 되는 온돌방과 다다미방 때문일 것이다. 특히나 한민족은 누천년 동안 중국에 사대를 하다 보니 중국인들보다 더 납작 엎드려서 중국인들이 보기에 기특할 정도로 예의 바른 오랑캐라는 인식을 심어주려 했던 것 같다. 동방예의지국! 동방배례지국! 해서 어떻게 해서든 오랑캐 딱지를 떼고 싶었던 게다. 헌데 21세기 한국인들이 글로벌 무대로 나가는 데에 있어 가장 큰 걸림돌이 바로 이 절[拜]이다.

  손(팔)을 올린다는 뜻은 그 높이만큼 자신을 낮춘다는 의미이다. 즉 손이 곧 땅바닥으로 가슴까지 올리면 꿇어앉음을, 이마까지 올리면 땅바닥에 이마가 닿도록 엎드린다는 의미가 되겠다. 헌데 한국의 큰 절은 두 손을 이마에 댄 것으로도 부족해 그 상태에서 다시 무릎 꿇고 엎드려 땅바닥에 이마를 찧는다. 복종과 숭배, 인류사에서 가장 극진한 인사법이라 하겠다.

  아무튼 이런 봉건적인 인사법도 서양에서 계몽주의가 일어나면서 인간은 그 개개인 각자가 존엄하고 서로 평등하다는 인격(인권)사상이 생겨나면서 사라지게 되고 일부 종교 행사나 전통적인 제례, 공연무대 인사에서만 남게 되었다. 인간은 눈으로 교감하고 언어로 소통하고 손으로 의사 표시를 할 줄 아는 동물이다. 해서 온몸으로 하는 인사법[拜]을 짐승 내지는 노예의 인사법으로 여겨 차별화하였다. 
 
  로컬매너와 글로벌 매너 구분해야
  
  그렇다 하더라도 우리끼리야 누천년동안 해오던 관습이니 누가 뭐라 하지 않겠지만, 문제는 글로벌 시대를 맞아 한국인들의 이런 전통적인 인사법이 우리의 주 상대방 선진문명사회권에선 비인간적인 인사법으로 여긴다는 데에 있다. 인사는 나이, 신분, 우열을 확인하는 절차가 아니다. 서로가 소통 가능한 동등한 인격체임을 인정하는 행위다.

  바로 이 같은 인식에 중국은 문화대혁명 과정에서 개안, 구시대 인사법이 사회 전반에서 일거 완전 철폐되었다. 그러나 한국에서는 경제근대화 더 나아가 무역 1조달러 대국으로 올라선 지금까지도 ‘인사’는 곧 ‘절’이라는 봉건적 등식이 자동 작동하는 바람에 좀체 글로벌 무대에서 바로 서지를 못하고 있다.

  해서 상대를 바로 쳐다보지도 못할뿐더러 악수를 하거나 건배를 할 적에도 저도 모르게 허리가 굽혀지고 고개가 숙여지며 눈을 내리까는 바람에 짐승격 내지는 하인격임을 자초하고 있다. 이 버릇을 고치지 않고는 제 아무리 해방, 독립, 자주, 주체, 자유, 평등, 정의 그리고 비정상의 정상화를 외쳐본들 그저 미성숙자들의 생떼쓰기로 밖에는 들리지 않는다. 아직 피식민지배근성 사대근성의 때를 못 벗겨낸 것으로 여길 뿐이다. 

▲ 미국을 방문 중인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가운데)와 동행 의원들이 지난 달 26일(미국 현지시간) 워싱턴 D.C 알링턴 국립묘지의 한국전쟁 영웅인 워커 장군의 묘비에 절하고 있다. 위 사진을 스쳐 본 미국인들이라면 무슨 생각을 했을까? 일본 조폭? 동양의 어느 나라가 또 무슨 큰 잘못을 저질렀기에 사죄하러 왔나? 대한민국이 글로벌 선진사회로 진입하려면 이 같은 무대뽀[無鐵砲]부터 버려야 한다.(사진=YTN 영상)

  세상은 본디 바르고 굽은 적이 없다. 스스로 굽어보면 굽어 있고 바로서면 바로 보인다. 제 몸 하나 똑바로 세우지 못하면서 세상이 바로 서기를 바라니 그저 어이없을 뿐이겠다. 인격은 바른 자세에서 나온다. 바른 자세에서 바른 생각이 나온다. 비굴과 굴욕은 전인적 사회적 인격체 함량에서 기준치 미달인 자들이 스스로 만드는 것이다.

▲ 신성대 동문선 대표
  다시 강조하지만 눈과 언어로 소통하면 인격, 고개로 소통하면 짐승격, 허리로 소통하면 하인격으로 구분하는 것이 서구인들과 옆나라 중국인 등 선진문명사회권 사람들의 기본적인 인식코드다. 기껏 상대를 우대해주고 하대 받다니 이런 억울할 데가 어디 있으랴마는 세계인들에게 한국식이 더 훌륭한 인사법이라고 설득할 수도 없는 노릇. 아무튼 인사에서 절을 빼지 않으면 한국은 언제까지나 글로벌 후진국에 머무를 수밖에 없겠다.

  모든 인격은 동등하다. 인사는 인격의 확인이다. 인사는 만남의 확인으로 그쳐야 한다. 인격체는 말과 눈, 그리고 손으로 인사를 나눈다. 인사와 절[拜]을 분리하되 절은 제례나 의례에서만 사용해야 한다. 해외 이민 가서 제아무리 성공을 했어도 이 버릇 못 고치면 절대 그 사회의 주류에 동참 못한다. 


 칼럼니스트 소개

   
 
  신성대 도서출판 동문선 대표는 지금까지 약 700권의 책을 출판한 전문 출판인이며, ㈔전통무예십팔기보존회장으로 조선시대의 ‘무예(武藝)’에 관해 연구해온 저술가이다. 신성대 대표는 지난해 ‘인성은 고칠 수 없어도 품격은 배워 익힐 수 있다’는 취지의 경영 전문서 ‘품격경영’을 출간, 화제를 모은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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