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인터뷰> 카자흐스탄 인문대 구리 한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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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인터뷰> 카자흐스탄 인문대 구리 한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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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04.05.1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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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연합뉴스) 유진 기자 = "이제 구 소련시대의 한인들이 스탈린시대의 탄압이 분명 범죄행위였음을 말할 수 있는 시대가 왔다."

   러시아 한인 이주 140주년을 기념해 재외동포재단(이사장 이광규)이 주최한 ' 2004 유공동포 모국방문' 행사에 참가하고 있는 구리 한(73) 카자흐스탄 인문ㆍ법률대 교수는 "고려인들의 강제 이주가 결정된 1937년 8월 21일은 우리 민족 고난의 역사에 영원히 기록돼 후손들에게 교훈이 되어야 한다"고 11일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 서 강조했다.

   1954년 카자흐스탄 국립대학 철학부를 졸업한 한 교수는 구 소련 공산당 중앙위원회 사회과학아카데미에서 박사학위를 취득하고 알마틴스크 공산당 강사, 알마틴스크 공산당 고위학교 국제관계학부 학장, 카자흐스탄 공산당 중앙위원회 강사, 카자흐스탄 대통령 사정위원회 위원, 카자흐스탄 고려인ㆍ노인회 회장 등을 역임했고,나자르바예프 카자흐스탄 대통령 방한시 수행하기도 했다.

   한 교수의 부모는 1919년 3ㆍ1운동 이후 일제의 탄압이 심해지자 이를 피해 구소련으로 갔다가 1937년 카자흐스탄으로 강제이주 당했다.

   한 교수는 "내가 너무 어릴 때 부모님이 모두 돌아가셔서 처음 아버님이 이주해살던 곳은 알 수 없다"며 "러시아제국 시대에 '감옥'으로 불리던 카자흐스탄으로의 강제이주 결정으로 고려인들의 비극이 시작됐다"고 주장했다.

   한교수는 1937년 8월 21일 당시 고려인의 운명을 결정지은 '소비에트사회주의연방공화국 인민위원회 및 볼셰비키 중앙위원회 명령'이라는 문서 전문을 소개하며 이 문서의 모순된 점을 조목조목 설명했다.

   그에 따르면 처음 극동지역의 국경지방 거주 고려인들만 이주시키도록 했으나모든 고려인들이 추방됐고, 모든 고려인들을 일본의 스파이로 만들었으며, 고려인들이 소유했던 동산, 부동산 등에 대한 보상이 전혀 이루어지지 않은 것 등이 이 명령서의 모순점들이다.

   한 교수는 "많은 고려인들은 강제이주가 우리가 다른 민족이고 일부 고려인들의 일본 스파이 행위 때문이라고 생각했었다"며 "스탈린이 이런 결정을 했을 리 없으니스탈린에게 직접 탄원서를 보내자는 의견도 있었다"고 말했다.

   강제이주가 결정되자 자식은 많고 돈은 없는 고려인들은 이주하느니 차라리 죽는 것이 낫다는 극단적인 생각을 하기도 했으며, 일부 고려인들 사이에서는 그곳에 고려인자치구를 만들어 주려고 한다는 말도 있었으나 이는 헛된 희망에 불과했다.

   한 교수는 "정권은 강제이주를 정당화하려고 고려인들이 무장봉기를 하려고 한다는 소문을 날조했고 친정부 언론은 고려인들이 일본의 스파이 활동에 이용되고 있다고 보도하기도 했다"며 "이로 인해 강제이주지에 도착한 후에도 제재는 계속됐고 당시 2천500여명의 고려인들이 체포되기도 했다"고 밝혔다.

   카자흐스탄에는 기차를 이용해 총 90여차례, 2만789가족, 9만8천454명의 고려인들이 이주했다고 알려져 있으며, 주로 가을에 이주당한 이들은 방한을 위한 옷과 신마저 없이 낯선 곳에 도착해 많은 노약자들이 폐렴 등 각종 질병으로 사망했다. 한 교수는 "고려인들은 카자흐스탄 8개 지방에 세워진 70여곳의 집단농장과 공장, 광산 등지에서 일했으나 노동에 익숙지 않았고 특별한 기술이 없어 어려움을 많이 겪었다"면서 "교육분야에서도 많은 고초를 겪어 카자흐스탄 인민위원회 명령으로 118개의 한인학교 등이 폐쇄되고 130여개 제목의 교과서 12만여권이 폐기됐다"고 말했다.

   "이러한 강제이주의 힘든 유산이 40년대에 태어난 후손들에게 남겨져 이들은 부모와 마찬가지로 시민권과 정치적 권리를 상실한 채 살아가야만 했다"고 밝힌 한 교수는 "하지만 고려인들은 이런 부당한 대우와 힘든 환경에서도 능력과 힘을 배양해새로운 생명력을 얻게 됐다"고 강조했다.

   한 교수는 "카자흐스탄이 독립한 뒤 고려인들은 국가 법체계를 구축하고 사회와민주화를 이루는 과정에 적극 참여했다"며 "나자르바예프 대통령을 비롯, 카자흐스탄 정부의 각별한 관심과 지원으로 이제 고려인들은 고유의 문화와 언어를 간직하며 사회의 일원으로 살아가고 있다"고 말했다.(사진 있음)

   yoojin@yna.co.kr

  (끝)
  등록일 : 05/11 1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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