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그칠 줄 알면 어려움이 없다(知止不殆)
상태바
[기고] 그칠 줄 알면 어려움이 없다(知止不殆)
  • 이병우 총경리
  • 승인 2015.07.30 14:1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 이병우 총경리(상양 국신광전 실업 유한공사)
  중국 땅에서 오랜 세월을 지내다가 고국에 와서 맞이하는 첫 여름은 제게 여러 면에서 의미가 있습니다. 한국의 여름은 뭐니 해도 장마와 함께 공존하는 맑고 뜨거운 태양일 겁니다. 미친 듯이 소나기가 내리다가도 어느 새 하늘은 그 많던 시꺼먼 구름이 온데간데없고 푸르고 높습니다. 그리고 다시 작열하는 태양이 웃으며 나타나서 사람 몸을 데워줍니다.

  누가 뭐래도 한국의 여름 날씨는 이런 묘하고 갑작스런 매력이 있습니다. 그래서 오전에 내린 붉은 빗물은 계곡을 타고 내려가면서 다시 차갑고 고운 시냇물로 바뀌는 겁니다. 과거 어릴 적에 저녁을 먹고 그 냇물에 몸을 담그고 있으면 세상에서 제일 행복한 여름 사나이가 되기도 했던 겁니다. 부자도 가난한 사람도 여름밤의 냇가에서는 구별이 없었던 겁니다. 흘러가는 물은 그런 차별을 하지 않는 겁니다. 상선약수(上善若水)라는 말이 아주 고상하고 어려운 뜻만 있는 것은 아닐 겁니다.

  노자(老子)는 도덕경(道德經)에서 “만족을 알면 욕됨이 없고(知足不辱), 그칠 줄 알면 어려움이 없다(知止不殆)”고 했습니다. 그렇습니다. 흘러가는 냇물에 몸을 담그고 한여름 밤의 더위를 잊어버리고 있다면 더 이상의 무슨 욕심이 있겠습니까? 작은 인간의 체구를 굳이 커다란 호수나 댐이나 바다에 담근다고 더 시원해지는 것은 아닐 겁니다. 부자가 아름답게 단장된 수영장에서 수영을 한다고 더 행복한 것도 아닐 겁니다. 노자는 그래서 “만족함을 아는 사람이 진짜 부자(知足者富)”라고 했습니다. 맞는 말입니다. 아무리 많아도, 아무리 좋아도, 아무리 행복해도 지나치면 진정한 만족을 느낄 수 없는 겁니다.

  중국의 위대한 지도자라 칭송을 받는 등소평은 일찍이 중국의 개혁 개방이 시작될 즈음에 소위 선 부론(先富論)을 주창(主唱)한 적이 있습니다. 누군가가 먼저 부자가 되라는 뜻입니다. 그래야 다른 사람들도 부자를 따라서 같이 부자가 된다는 뜻입니다. 이런 영향으로 중국의 개방 초기에는 부자들에 대한 지탄과 비난은 거의 없었습니다. 오히려 국가에서 빨리 부자가 되라고 격려하고 지원을 했던 겁니다.

  중국의 신흥 부자들은 이런 물결을 타고 그야말로 자본주의 사회에서도 찾아보기 힘든 온갖 호사를 누리는 특권이 있었습니다. 많은 선진국의 외국인들도 중국에 와서 겁 없이 “폼”을 잡다가도 중국 부자들의 돈 쓰는 배짱 앞에서는 바로 꼬리를 내리곤 했던 겁니다. 웬만한 중국 부자들 집에는 세계의 명차가 10여 대씩 있는 것이 보통입니다. 상상이 안 되는 그들의 쇼핑 행태는 우리네 입을 다물지 못하게도 합니다.

  그런데 요즘 중국의 증권시장이 요동을 치고 있는 중입니다. 이런 여파로 한국과 일본의 경제도 그 영향이 자못 심각한 수준입니다. 중국의 경제 상황이 우리와 일본 그리고 미국에 미치는 정도는 이제 간단한 문제가 아닙니다. 전 세계적일 수도 있습니다. 자본시장의 첨병인 증권시장이 불안정하다는 것은 그 나라의 경제가 불안하다는 표시입니다.

  중국 인민들은 부자가 되고 싶어서 아마도 많은 돈을 주식에 투자했을 겁니다. 잘못은 아닙니다. 훌륭한 개혁의 지도자가 먼저 부자가 되라고 했던 겁니다. 그러나 남들은 다 부자가 된 것 같은데 나만 아직도 가난한 겁니다. 옆집은 고급 외제차를 타고 다니는데 나는 아직도 한국 현대의 쏘나타를 탑니다. 직장 동료는 로렉스 금장 시계를 차고 다니는데 나는 아직도 별로 비싸지 않은 오메가 시계를 2년 째 차고 있는 겁니다. 부자가 되고 싶은 겁니다. 아직도 더 큰 부자가 되려면 멀었다는 생각을 하는 겁니다.

  남들은 증권에 투자하여 많이 벌었다는데 왜 하필 내가 투자한 지금에 이런 곤두박질 현상이 나느냐? 이 겁니다. 많은 중국 전문가와 경제 전문가들이 중국의 급격한 경제 불안을 염려하고 있는 것은 당연합니다. 특별히 한국과 일본 그리고 미국과 독일이 더 그렇습니다. 왜 그럴까요? 왜 우리는 이렇게 중국 때문에 불안한 것일까요?

  결론은 아주 간단합니다. 우리도 부자가 되고 싶기 때문입니다. 아직은 중국에서 더 큰 돈을 벌어야 되는 겁니다. 그렇기 때문에 중국이 불안하면 안 되는 겁니다. 중국을 염려해서, 투자 손실을 입은 중국 인민들이 안쓰러워서 우리가 걱정하는 것이 아닙니다. 만족할 줄 모르는 것은 중국 사람이나 우리나 마찬가지일 겁니다.

  중국 시장에서 삼성전자와 현대차도 고전을 면치 못하는 중이라 합니다. 그러나 저는 이런 현상이 장기적인 관점에서는 아주 바람직스럽다고 봅니다. 삼성과 현대에게는 하늘이 주는 천운입니다. 스스로 안 되는 “물러남”을 하늘이 허락하는 겁니다. “만족을 알면 욕됨이 없고, 그칠 줄 알면 어려움이 없다”고 했습니다.

  삼성과 현대는 이 시점에서 한 번쯤 뒤로 물러날 필요가 있습니다. 경제 분석가들은 우리 제품이 경쟁력에서 밀린다, 어쩌고저쩌고 등의 왈가불가를 할 수 있습니다. 데이터를 중심으로 분석하면 그럴 수 있을 겁니다. 그러나 그 분석이 모두 중국이라는 거대한 시장과 그들의 문화와 속성을 알고 하는 분석은 아닐 겁니다. 진정한 고수의 분석은 아니라는 뜻입니다. 상대를 제대로 모르고 하는 분석은 하수의 수법입니다.

  타의든 자의든 삼성과 현대의 잠시(?) 후퇴는 절묘하고 좋다는 생각입니다. 중국의 경제 상황이 불안하고 그래서 성장률이 멈칫거릴 때 중국 시장에서 고수익을 내는 기업은 하수입니다. 그 넓고 광활한 시장에서 하루 이틀 장사를 하고 접을 것도 아닙니다. 우리는 길게, 좀 더 거시적인 안목을 갖고 바라보아야 합니다. 그 동안 중국에서 많은 돈을 벌었다면 지금은 조금 양보도 할 줄 알아야 합니다.

  다시 한 번 노자의 말씀을 드립니다. “만족을 알면 욕됨이 없고, 그칠 줄 알면 어려움이 없는 법”입니다. 중국 시장은 이제 우리에게 상생의 시장인 겁니다. 경쟁은 불가피하지만 그 속에는 상생의 원리가 있어야 오래, 길게 갈 수 있는 겁니다. 제 소견으로는, 중국의 증권 시장은 시간이 흐르면서 결국 오름세로 반등할 것입니다. 다만, 너무 많은 사람들이 욕심을 내어 더 큰 부자가 되겠다고 계속 덤비면 그 오름세로 가는 시간은 그 만큼 길어질 겁니다. 


 


관련기사

주요기사
이슈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