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성대 칼럼] 주종(主從)문화와 동반자문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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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성대 칼럼] 주종(主從)문화와 동반자문화
  • 신성대 동문선 대표
  • 승인 2015.07.28 1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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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국 연방대법원은 지난달 25일 건강보험개혁법(오바마 케어)의 정부 보조금이 위법이 아니라고 최종 판결해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손을 들어줬다. 스탭진들과 승리를 축하하는 버락 오바마 대통령과 조 바이든 부통령.(사진=백악관 홈페이지)
  오바마 대통령은 상원의원 시절이던 2005년 로버츠 대법관의 인준안이 올라오자 "힘없는 자들의 처지를 공감할 능력이 부족하고 중요한 사건을 제대로 판결하기에 미덥지 않다"는 인신공격을 가했다. 로버츠 대법원장은 오바마 대통령이 2009년 취임선서를 할 때 취임선서를 잘못 선창해 백악관에서 다시 취임선서를 하도록 하는 등 관계를 더 악화시켰다. 오바마 대통령은 2010년 신년 국정연설 때 대법관들이 맨 앞줄에 있었음에도 대법원을 공개적으로 비난해 결례 논란을 일으키기도 했다.

  그런 앙숙 관계인 로버츠 대법원장이 건강보험개혁법(오바마 케어)의 정부 보조금이 위법이 아니라고 최종 판결해 오바마 대통령의 손을 들어줬다.

  로버츠 대법원장은 과거 상원 인준 청문회에서 "나는 (야구에서) 볼 인지, 스트라이크 인지를 판정하는 심판이지 투수나 타자가 아니다"고 말한바 있다.

▲ 적에서 동지로! 오바마의 손들어준 보수성향 로버츠 대법원장(사진=워싱턴포스트 인터넷판 캡쳐)

  공교롭게도 같은 날, 박 대통령은 특히, 경제 활성화 법안 처리 지연의 책임을 물어 "여당의 원내사령탑도 정부 여당의 경제 살리기에 어떤 국회의 협조를 구했는지 의문이 가는 부분"이라면서 "당선된 후에 신뢰를 어기는 배신의 정치는 결국 패권주의와 줄 세우기 정치를 양산하는 것으로 반드시 선거에서 국민께서 심판을 해주셔야 할 것"이라며 공개적으로 유승민 원내대표를 배신자로 낙인찍었다.

  이에 대해 유승민 의원이 공개사과를 했지만 계속된 압력에 견디지 못하고 원내대표직에서 쫓겨났다.

▲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달 25일 오전 청와대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국회와 여야를 비판하며 굳은 표정으로 국회법 개정안 거부권 행사 발언을 하고 있다.(사진=청와대사진기자단)

▲ 새누리당 유승민 원내대표가 26일 국회 헌정기념관에서 열린 정책자문위원 위촉장 수여식에서 국회법 개정안 파동과 관련, 박근혜 대통령에 대해 공개적으로 사과한 뒤 고개 숙여 인사하고 있다.(사진=매일경제 인터넷판 캡쳐)

  주종관계인가?  동반자관계인가?

  동양권에서 한국인만 유독 동업을 꺼려하고 실제로 잘 안 된다. 차라리 작게 할망정 독불장군처럼 혼자 하지 남들과 함께 하려하지 않는다. 구멍가게가 많은 이유다. 한국의 글로벌 대기업들이 분명 주식회사이긴 하지만 실제로는 오너 독단으로 운영되는 것도 이런 기질 때문이다. 일찍부터 ‘뱀 대가리가 될망정 용 꼬리로는 살지 않겠다’라는 가당찮은 속담으로 자기최면을 건 것이다.

  여기에는 대가리가 못되면 몸통이든 꼬리든 다 노예일 뿐이라는 편협한 선입견과 가부장적 계급의식이 지배하고 있다. 꼬리 없는 용이 승천할 수 있다던가? 동양 전래의 군자(君子)정신, 선비정신에는 이 같은 맹점이 있다.

  독야청청(獨也靑靑) 결벽증도 여기서 나온다. 공(公)에 대한 인식이 부족해서다. 한국이 올림픽 개인종목에서는 많은 실적을 냈지만 단체종목에선 여간해서 입상하지 못하는 것도 그런 성향 때문임을 부인하기 어렵다. 완장문화, 감투문화, 갑을문화 역시 이 어설픈 군자론(실은 주종론)에서 나왔다고도 볼 수 있다.

  서구 교섭문화의 주요 개념, 멍에에 대한 오해와 진실

  한국에서 농사용 소에 씌우는 멍에는 거의 대부분 1인용이다. 그렇지만 서양 문화의 큰 원류 중 한 곳인 중동에서 농사용 소의 멍에는 2인용이 기본이다. 유럽에선 흔하지만 예로부터 한국에선 쌍두 마차, 쌍두 달구지가 없었다. 여기에서 양자 간 사회 교섭문화의 개념상 아주 깊은 간극이 생겨난다.

  “나는 마음이 온유하고 겸손하니 나의 멍에를 메고 내게 배우라. 그러면 너희 마음이 쉼을 얻으리니, 이는 내 멍에는 쉽고 내 짐은 가벼움이라 하시니라” - 마태복음 11장 29-30절

▲ 신성대 도서출판 동문선 대표 및 ㈔전통무예십팔기보존회장
  한국에선 이 성경 말씀에서 예수가 메라 했다는 멍에에 대한 인식에 심대한 착오가 벌어지고, 그 결과 서구 교섭문화에 대한 이해가 좀처럼 불가능한 지경에까지 이른다.

  대개는 “자기가 메던 멍에를 나에게 떠맡기고 간다는 말인가” 하며 오해하고 분개(?)까지 한다. 사회생활이란 원래 2인용 속성이 기본이라는 인식 가운데 상대방을 존중, 배려하고 상대방과 커플로 잘 일 해보려는 서구인들의 사업합작 마인드 또는 ‘상대방과 함께 멋있게 춤추려는’ 앙상블 의식을 몰이해해서 벌어지는 불상사가 빈발하게 된다.

  정치든 비즈니스든 혼자 하는 게 아니다.

  적도 동반자다. 적이 훌륭해야 자신도 그만큼 훌륭해진다. 적을 짓밟는 것만이 능사가 아니다. 훌륭한 장수는 적도 인정하고 키워서 싸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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