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히말라야 산맥의 도사
상태바
[기고] 히말라야 산맥의 도사
  • 이병우 총경리
  • 승인 2015.07.14 11:4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 이병우 총경리(상양 국신광전 실업 유한공사)
  아주 오래 전에 어떤 사람이 마음이 하도 답답하여 히말라야 산맥에 살고 있다는 세계 최고의 도사를 찾아 갔답니다. 도사를 만난 이 사람은 범상치 않은 도사의 풍모와 깊은 눈동자를 바라보면서 역시 최고의 고수는 외모부터 다르다는 감탄을 하며 자기가 찾아온 이유를 말합니다. 도사는 방문객의 말을 끝까지 경청한 후에 깊은 한 숨을 두어 번 쉬며 드디어 입을 엽니다. 두 사람이 나눈 대화는 도대체 무엇이었을까요?

  결론을 말씀드리자면 이런 겁니다. 방문객은 도사에게 주식투자로 엄청난 손실을 입었는데 과연 지금이라도 손해를 보고 팔아야 하는지, 아니면 조금 기다리면 주식 가격이 오를지 물어 본 겁니다. 도사의 대답은 이렇습니다. 내가 세계 최고의 도사는 맞는 말이다. 그러나 나도 딱 한 가지만은 모르는 것이 있다. 그 게 바로 주식이다. 그렇습니다. 최고의 점쟁이 도사도 주식 시장이 향후 어떻게 될는지는 몰랐던 겁니다.

  최근에 그리스와 중국이 국제무대에서 연일 화제가 되고 있습니다. 특히 중국의 증시 폭락과 반등은 경제학자들의 지대한 관심일 수 있을 겁니다. 상하이 지수가 약 7개월 만에 110% 급등했다가 채 한 달도 안 된 시간에 32%가 폭락한 겁니다. 그 기간에 날아간 돈이 무려 3조2293억 달러입니다. 이는 그리스 외채의 6배고, 우리나라 GDP의 2배 이상입니다. 어마한 돈입니다. 중국의 경제 규모가 이제는 장난이 아닌 겁니다.

  저도 중국에서 가끔 시내를 지나는 길에 증권 회사 객장을 들어가 본 적이 있습니다. 과거에 증권 회사에 근무했던 경험도 있고, 중국인 친구가 저의 경력을 알고부터 저에게 증권 시세의 향방을 물어보기 때문입니다. 그 친구는 공무원 상위 급 인사인데 사무실에서 하는 일은 오로지 주식 투자입니다. 몇 년간 친구 사무실에 놀러가 보았지만 주식 투자 외에 다른 일을 하는 것을 본 적이 없습니다. 어쩌다 하급자가 가져온 서류에 간단히 결재하는 것이 전부입니다.

  자기도 본인이 정말로 하는 일이 없다는 것을 압니다. 더구나 소속된 기관이 당원을 교육시키는 곳이라 전혀 외부 활동도 없고, 힘과 권력이 없는 자리다 보니 찾아오는 사람도 없는 겁니다. 그래도 공무원 직책상 상당한 직위에 해당되고 봉급도 제법 많이 나오는 자리입니다. 언젠가 자기 딸이 방학 때 자기 사무실에 나와서 1주일 정도 공부를 했다고 합니다.

   그런데 딸이 하루 종일 자기 아버지를 봐도 아무 일을 안 하는 겁니다. 하루가 가고 이틀이 가고 일주일이 가도 아버지는 어떤 일도 안 하는 겁니다. 참다못한 딸이 물었습니다. 도대체 아버지의 직업과 업무는 무엇이냐? 아무리 생각해도 이해가 안 갔던 겁니다. 질문을 받은 아버지는 순간 말문이 막혔다고 합니다. 명색이 국가 고위 공무원인데 어린 딸에게 “나는 공무원이긴 한데 그냥 이렇게 먹고 노는 일이 내 업무다.” 말 할 수도 없고, 그랬던 겁니다. 친구가 저에게 고백을 했던 이야기입니다.

  그래서인지 중국의 공무원들과 퇴직자 그리고 할머니와 할아버지들은 아침이 되면 증권회사로 출근을 합니다.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마작을 즐기는 중국 사람들은 기질적으로 투기를 좋아합니다. 매주 금요일 저녁이면 아예 가족 단위로 이웃집에 모입니다. 남자들은 남자들끼리 여자들은 여자들끼리 밤이 새도록 마작 판을 벌리는 겁니다.

  우리가 중국에서 길을 가다가 보는 커피숍은 대부분 마작 방이라고 보면 됩니다. 경양식 레스토랑이 아닙니다. 커피 한 잔 하려고 들어가서 커피를 주문해 봐야 우리는 먹을 수 없는 이상한 커피가 나옵니다. 원래 커피숍이 아니라 마작을 하는 장소이기 때문입니다. 더구나 중국인들은 커피를 별로 마시질 않습니다. 지방 도시의 경양식 레스토랑이라는 상호는 거의 마작 방 간판이라고 보면 됩니다.

  이런 중국 사람들의 기질과 성향을 보면서 저는 속으로 언젠가 중국에는 증권투자로 인한 대형 사고가 터질 거란 생각을 했었습니다. 그리고 약 10 여 년이 흐른 지금 중국의 증권시장은 요동을 치는 중입니다. 히말라야 산맥에 사는 세계최고의 도사도 주식 투자만큼은 모르겠다고 고백을 했다는 우스갯소리가 괜한 농담은 아닐 겁니다.

  증권 시장에서 일명 개미라고 불리는 일반 개인 투자자들이 돈을 번다는 것은 아주 어려운 이야기입니다. 아마도 이번 중국 증시의 널뛰기는 두고두고 계속 될 겁니다. 아무리 중국이 사회주의 체제라 해도 자본주의의 첨단 시장인 증권시장에서 돈을 쉽게 벌겠다고 덤비는 일반 투자자들의 열망을 통제하기는 힘들 겁니다. 사회주의 아니라 사회주의 할아버지 체제라도 가능한 일이 아닙니다. 제 생각입니다. 감사합니다.
 


관련기사

주요기사
이슈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