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무는 고향이 어딘가?”
상태바
“동무는 고향이 어딘가?”
  • 김진이기자
  • 승인 2004.05.10 00: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타지키스탄의 김엘리자베타
“말못하는 거, 그래. 벙어리. 여기서 나 벙어리된 것같아.”

올림픽파크텔의 환영행사에 참석한 김엘리자베타(76·타지키스탄) 할머니는 ‘고려말’이 하나도 생각이 안난다며 답답해했다. 겨우 생각난 몇마디로 김할머니는 기자에게 “동무는 고향이 어딘가?”라고 물었다. 서울이 고향이라는 답에 그녀는 뜻모를 한숨을 깊게 쉬었다.

김엘리자베타 할머니는 레닌대로 블라드보스토크 도시에서 태어났고 그녀의 아버지 김알렉산더는 지방경찰서정으로 일했다. 어머니 크반자다는 전업주부였다.

아버지 김알렉산드르는 1933년 어느날 밤 아무런 설명도 없이 끌려갔다. 1941년까지 아버지에 대한 소식을 전혀 듣지 못하다가 1941년 카자흐스탄 키질 오다시에서 풀려났다. 무죄라는 것이 밝혀졌다는 것이다. 그러나 1년 만에 그곳에서 죽었다.
1937년 9월 한국인 공동 농장에서 생활하던 김엘리자베타 할머니의 가족들 앞에 차가 나타나 개인 소유물을 소지하지 말고 무조건 차에 타라고 지시했다. 거의 한달 동안 기차를 탔고 많은 사람들이 죽어 기차역에 버려졌다.  

1937년 소련의 강제이주 정책은 김엘리자베타 할머니의 삶을 고난 속으로 빠트렸다. 초등학교 2학년까지만 다녔고 두 번 결혼을 했고 현재는 자녀들과도 연락이 끊겼다. 그래도 민간 요법을 배워 가난한 사람들에게 무료 치료를 해주며 남은 삶을 의미있게 채워가고 있다고.

고국에 처음 온 소감은 “배가 부르게 먹고 모든 게 다 좋다”고.

주요기사
이슈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