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제이주로 한인들의 비극이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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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제이주로 한인들의 비극이 시작
  • 김진이기자
  • 승인 2004.05.1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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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자흐스탄 법률대 교수 한구리
“1937년 8월 21일은 역사에 영원히 기록될 것이다. 이 날은 소비에트 사회주의 연방공화국 지도부가 극동지역에 거주하고 있던 한인들을 카자흐스탄과 우즈베키스탄으로 대거 이주시키기로 결정한 날이다. 이 결정으로 소련 전체주의 체제하에 생활하고 있던 일부 소수 민족들을 대규모로 강제 이주시키는 메카니즘이 태동되었다.”

카자흐스탄 법률대 교수인 한구리(73) 박사는 당시 소련 한인들의 운명을 결정지었던 강제이주에 대해 소상히 설명했다. 1937년 8월 21일 일본의 간첩행위가 극동지방에 침투하는 것을 저지한다는 명분하에 한인들은 ‘지체없이’ 강제추방됐다. 강제추방을 명령하는 스탈린 서기장과 소련 연방 인민위원회 몰로토프 의장 명의에 명령서 한 장으로 한인들은 졸지에 일본의 스파이가 됐다.

당시 많은 한인들은 “스탈린이 이와 같은 결정을 했을 리 없으니 스탈린에게 직접 탄원서를 보내자”는 의견을 내기도 했다고. 강제이주는 가을에 이루어졌으며 한인들은 옷과 신발, 식량도 없이 낯선 곳에 도착해 많은 이들이 병과 추위로 사망했다.
강제이주된 한인들과 그 후손들은 시민권과 정치적 권리도 상실한 채 살았고 50년대 중반까지 한인들의 여권 특기 사항난에는 빨간 도장으로 ‘카자흐스탄 국경내에서만 거주가 허용된다’는 내용이 찍혀있었다.

카자흐스탄이 독립국임을 선언한 이후 한인들은 사회에 새롭게 기여하며 명예를 회복해가고 있다. 그러나 강제 이주과정에서 상실한 문화와 언어는 쉽게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한구리 박사 역시 떠듬떠듬 우리말을 이어가며 ‘고려말’이 서툰 것을 부끄러워했다. 한박사는 “구 소련에 있던 고려인들의 습관과 말을 연구하는 일을 하고 있다”며 초대해준 재외동포재단에 고마움을 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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