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발 던지고 싶은 상파울루한국총영사관”… 브라질인들 항의 폭주,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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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발 던지고 싶은 상파울루한국총영사관”… 브라질인들 항의 폭주, 왜?
  • 이석재 재외기자
  • 승인 2015.07.07 07:4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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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 넘은 불친절’ 페이스북 등 SNS 통해 불만 쏟아내
  이틀 만에 조회 수 4000… ‘한국 환상 깨졌다’ 원성도
  총영사관 ‘설명 미흡했다’ 해명 불구 반발여론 거세져
  부실한 포르투갈어 안내… 잇단 지적에도 ‘나 몰라라’
  ‘갈 때마다 싸웠다’, ‘신발 던지고 싶었을 정도’ 댓글도

  브라질 상파울루한국총영사관의 대민 행정 서비스에 대한 브라질 현지인들의 불만이 폭주하고 있다. 총영사관의 미숙한 행정처리와 불친절이 도를 넘어섰다는 항의성 글들이 쏟아지고 있는 것이다.

  이들의 항의는 페이스북을 비롯한 각종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지난 3일 페북에 올라온 글은 게시된 지 이틀 만에 조회 수가 4000회를 넘어섰다.

  항의 글을 처음 올린 이는 브라질 국적의 일본인 2세 레오나르도 야마다(39) 씨다.

  “한국에 대한 환상도, 가고 싶은 마음도 사라져”

▲ 항의글이 올라온 SNS(캡처)
  지난 몇 년 간 한국 유학의 꿈을 품고 한국어를 공부해왔다는 야마다 씨는 얼마 전 상파울루한국총영사관(총영사 홍영종)을 찾았다가 직원들의 불친절한 태도와 업무 미숙으로 당혹스러운 경험을 했다.

  유학비자를 얻기 위해 총영사관 홈페이지에 있는 그대로 착실히 준비했다는 야마다 씨는 ‘다른 서류를 더 가져오라’는 총영사관 직원의 대답에 황당함을 느꼈다. 그는 이유를 물었지만 돌아온 것은 ‘서류가 부족하다’는 퉁명스러운 답변뿐이었다고 페북에서 언급했다. 거리가 멀어 시간과 비용을 줄이기 위해 더욱 꼼꼼하게 준비했다는 그로서는 어쩔 수 없이 발길을 돌려야 했다.

  무엇보다 야마다 씨가 울분을 토한 대목은 총영사관에 기재된 부실한 설명 때문. 그는 최근 3개월 동안 1만 달러의 은행 잔고를 갖고 있어야 한다는 설명이 없었다며 직장을 그만두고 비행기 표까지 구매했던 자신을 원망했다고 했다. 이 사실을 미리 알았더라면 한국 유학을 포기할 수도 있을 만큼 중대한 문제였지만 정작 홈페이지에는 이런 내용이 전혀 기재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야마다 씨는 “모든 서류를 인터넷에 공개해 민원인이 사전에 준비한 뒤 한번만 방문하도록 하는 일본 총영사관과 너무 달라 화가 났다”면서 “브라질 정부기관이나 금융기관, 운전면허를 갱신하는 어느 곳에서도 불친절한 직원을 찾아보기 힘든데 한국 총영사관은 그 정도가 너무 심하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야마다 씨는 수수료도 총영사관 사이트에 기재된 것과 달랐다고 했다. 그는 “직원이 수수료를 더 내야한다고 했다”며 “여분의 돈을 가지고 가지 않았더라면 서류 접수조차 못하고 돌아올 뻔 했다”고 울분을 토했다. 그는 “한국에 대한 환상도, 한국에 가고 싶은 마음도 사라졌다”며 “더 이상 한국으로 유학가고 싶은 마음이 없다”고 말했다.

  총영사관 “홈페이지 설명 부족은 실수” 해명 급급… 그러나..

  이에 대해 상파울루총영사관 관계자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SNS에 올라온 항의 내용을 인지하고 있다고 밝혔다. 총영사관 관계자는 “처음 항의 글을 게시한 브라질인에게 ‘표준입학허가서’의 원본을 제출해달라고 요청한 것으로 안다”며 “총영사관 홈페이지 설명글이 사본으로 대체할 수 없음을 상세하게 밝히지 못한 점은 실수”라고 인정했다.

  그는 수수료와 관련해서는 상하반기에 한 차례씩 환율을 고려해 조정하는 외교부 조치에 따라 지난달 15일 공지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번 조치는 예년에 비해 보름 정도 앞선 시점이었다”며 “현지인들이 총영사관의 고지 내용을 사전에 알지 못한 경우에는 직원들도 어쩔 수 없는 일”이라고 해명했다.

  이 관계자는 여권 늑장처리와 관련한 한 네티즌의 댓글에 대해서는 “재외공관의 여권 처리가 한국과 브라질을 오가는 거리를 감안해 통상 3주 정도 소요된다”고 했다. 또한 ‘불친절’하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특별히 불친절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강조하고 “민원인들의 성향에 따라 공관 직원과 민원인 사이에 다양한 일들이 벌어지기도 하는 것”이라고 에둘러 말했다.

  이 같은 해명에도 불구하고, 야마다 씨의 글은 하루 만에 브라질 전역에 있는 인터넷 유저들에게 퍼진 데 이어 한국 공관의 불친절한 태도와 미숙한 행정처리를 질타하는 댓글들이 꼬리를 물고 있어 파문이 쉽게 가라앉지 않을 전망이다.

  “한국 총영사관=불친절” 공감 댓글 일파만파 확산

▲ 꼬리무는 항의 댓글(페이스북 캡처)
  브라질 현지인들은 ‘나도 비슷한 경험을 했다’, ‘한국 총영사관은 대단히 불친절하다’며 야마다 씨가 올린 글에 공감하는 댓글들을 잇달아 게시하고 있다.

  브라질인 K**** 씨는 “야마다 씨의 심정을 충분히 이해한다. 모든 서류를 정확하게 준비해서 갔는데 서류가 많이 부족하다며 돌려보냈다. 간신히 유학비자를 받을 수 있었지만 사이트에 표시된 가격과 다른 가격을 지불했다. 전화를 하면 로봇처럼 같은 말만 하고 내 말은 듣지도 않는다”고 공감의 뜻을 밝혔다.

  네티즌 M****** 씨는 “한국인 남편과 혼인신고, 그리고 아이 출생신고 문제로 총영사관에 전화를 했는데 전화를 받은 직원이 비웃는 투로 너는 브라질 사람이니까 말해도 모를 것이라며 말을 안 해줬다”며 믿기 힘들 정도로 총영사관의 전화 응대 태도가 불량했다고 지적했다.

  G******* 씨는 “동생과 함께 한국 총영사관에 3번이나 갔지만 답변을 단 한 번도 해주지 않았다. 총영사관 사이트를 검색해도 정확하게 설명돼 있지 않았다”고 야마다 씨의 의견에 공감을 표했다. D***** 씨는 “한국영사관은 참 어이가 없다. 점심시간은 2시간인 데다 한국과 브라질의 휴일 모두 다 놀고 업무시간도 짧은 것 같다. 참 일하기 좋은 곳이라고 생각한다”고 꼬집은 뒤 “불친절은 말할 것도 없다. 나도 그곳에서 싸웠다”고 했다.

  네티즌 J***** 씨는 “한국 사람인 남편의 여권이름이 잘못 기재돼 있어 총영사관에 갔는데 2주가 지난 뒤에도 여전히 언제 처리될지 모른다는 답변만 받았다”고 불편했던 기억을 되짚었다. 이 네티즌은 “혹시나 하는 마음에 정치인인 남편 친구에게 연락을 해서 알아봤더니 그 때까지 한국으로 구여권조차 보내지 않았다는 사실을 알고 정말 화가 났다”고 늑장 행정과 안일한 대처를 강하게 문제삼았다.

  이 네티즌은 “위에 있는 글들은 아주 부분적인 사례일 뿐”이라며 “한국 총영사관에 갈 때마다 아주 불친절하고 예의가 없다는 것을 느낀다. 우리가 이런 행동을 언제까지 참아야 할지 모르겠다”며 강력하게 불만을 토로했다.

  브라질인 B***** 씨는 “학생비자 때문에 메일로 여러 차례 문의를 했지만 단 한 번도 답변이 안 왔다”며 “전화를 하면 브라질 사람이기 때문인지 피하기만 하고 총영사관에서 멀리 떨어진 곳에 살고 있어서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불만을 표시했다. 다른 네티즌 A***** 씨는 “자녀에게 중요한 서류가 필요해 알아보기 위해 찾아갔는데 너무 불친절했다”며 “그 자리에서 신발을 던져주고 싶었을 정도”라고 강력하게 불만을 표출했다.

  네티즌들은 총영사관의 포르투갈어 사이트가 형식적인 내용들이 대부분이어서 사전 서류 준비에 도움이 되기는커녕 눈살만 찌푸리게 만든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총영사관 증설, 민원인 아닌 그들의 편의 위한 것” 비아냥도

  사정이 이쯤 되다 보니 총영사관이 최근 민원실을 증설한 사실에 대해서도 브라질인들의 볼멘소리가 불거져 나오고 있다. 총영사관 증설은 사전에 한국 정부의 승인을 얻어 진행한 것임에도, 현지인들은 ‘무늬만 새 단장’했을 뿐 행정서비스는 나아진 것이 없다며 문제를 삼고 있는 것이다.

  상파울루총영사관은 수개월에 걸친 인테리어 및 내부 설비공사를 마치고 지난달 10일 기존 9층만 사용했던 공관을 8층까지 확장해 오픈했다. 그동안 교민들 중에서는 브라질 주류사회의 불경기로 교민경기도 침체기인데 재외공관만 규모를 넓히는 게 과연 교민들을 위한 것인지 의문을 제기하는 이들도 있었다. 공관을 증설하기 보다는 동포들의 편의를 위해 한인타운에서 가까운 곳에 분관을 설치하는 것이 더 좋지 않겠냐는 일리 있는 지적이었다. 

  그러나 브라질 현지인들이 공관 증설과 민원실 개선에 대해 불만을 쏟아내고 있어 전 세계 재외공관들 중에서도 매우 이례적인 현상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더 나아가 일부 브라질인들은 총영사관의 일거수일투족에 대해서도 구체적으로 나열하며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이른바 ‘전시 행정’이라며 문제 삼는 것이다. 이들은 홍영종 총영사가 한류 확산을 주제로 현지인들을 관저에 초대하는 행사를 개최하고 홈페이지에 게시하거나 교민언론에 보도자료를 내는 것이 ‘보여주기 위한 행사’라고 지적하고 있다. 행정 서비스가 수준 이하인데 브라질 사람들이 웃는 모습만 알리려 한다는 것이다.

▲ 상파울루총영사관 민원실(사진=이석재 재외기자)
  한국계 가족을 둔 다문화가정의 브라질인들도 불만 섞인 의견을 표출하고 있다. 이들은 “교민들은 불경기에 학비가 없어 자녀들을 학교에 제대로 보내지도 못하고 있는 실정”이라며 “정작 교민들의 불편함 때문에 확장을 한다면 한인타운에서 먼거리에 있어 총영사관에 갈 때마다 많은 지출을 감안해야 하는 교민들을 위해 한인타운 가까운 곳에 민원소를 마련했어야 하지 않겠냐”는 의견을 내고 있다.

  상파울루(브라질)=이석재 재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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