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인 선정 감사해…해야 할 일 많다는 것 잘 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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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인 선정 감사해…해야 할 일 많다는 것 잘 안다”
  • 김영기 기자
  • 승인 2015.06.30 15: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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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숨가쁘게 달려온 삶..재충전 시간 필요했다' 이소연 박사가 지난 27일 미국 워싱턴대학의 한국학 도서관에서 진행된 '북소리' 강연에서 '무중력으로부터의 깨달음'이라는 주제로 강연하고 있다.(사진=시애틀N)

  이소연 박사 '먹튀' 논란 뒤 첫 동포대상 한국어 강연서 심경 토로
  "(귀환 뒤)시속 120㎞로 달리다 보니 이게 맞나 헷갈려 일단 멈춰"

  "(우주에 다녀온 뒤)시속 120㎞로 달리는 자동차처럼 (홍보대사로서)돌아다녔습니다. 그런데 이게 맞는 방향인지 헷갈려 일단 차를 멈춰야 했던 것이죠."

  거액의 국가예산으로 우주에 다녀온 뒤 미국으로 거처를 옮기면서 이른바 '260억원 먹튀 논란'의 당사자로 지목돼 곤욕을 치렀던 우주인 이소연(37) 박사가 최근 한국 동포들을 대상으로 한 강연회에서 "어느 정도 재충전의 시간이 필요하겠다는 판단을 했었기 때문"이라며 자신의 심경을 토로했다.

  이 씨는 지난 27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대학 한국학 도서관에서 진행된 '북소리' 강연에서 "당장 지금의 문제에 급급하기 보다는 10년이나 20년 뒤 '최초의 우주인'으로 역할은 어떻게 해야 하고 이를 위해 현재는 무엇을 해야 하는지 날마다 고민하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 씨는 "1970년대 대한민국에서 태어나 3만6000명 가운데 2명에 뽑혔고 최종적으로 우주인으로 뽑혀 너무나도 감사한 운을 가졌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그냥 한국에서 태어난 사람보다 더 감사할 것이 많고 이에 따라 더 생각하고 고민하고 해야 할 일이 많다는 것을 잘알고 있다"면서 "최초의 우주인으로서 내 스스로의 양심에 최선을 다했다는 생각이 들도록 살겠다"고 밝혔다.

  이 씨는 지난 2006년 한국 최초의 우주인으로 선발돼 2008년 국제우주정거장에서 우주실험 임무를 마치고 돌아온 뒤 항우연에서 근무했다. 그러면서 260여 차례 강연에 나서기도 했지만 2012년 8월 휴직계를 내고 미 UC버클리대 경영학 석사(MBA) 과정을 밟으면서 '먹튀 논란'에 휩싸이며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그러나 한국인 첫 우주인에 대한 활용 계획이 사실상 전무했던 항우연 탓이라는 반대 여론도 설득력 있게 제기되기도 했다.

  항우연이 지난해 제출한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이 씨는 우주 비행을 마친 뒤 외부강연 235회, 과학 전시회 행사 90회, 대중매체 접촉 203회 등 4년 동안 총 523회에 이르는 대외 일정을 소화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해당기간 동안 이 씨가 수행한 우주인 관련 연구 과제는 단 4번에 불과해 이 씨를 '홍보용 소재'로만 활용했을 뿐 항우연이 우주인 귀환 이후 활용 계획을 제대로 세우지 않은 것 아니냐는 비판이 일각에서 제기됐었다. 

  그러나 이 씨는 이런 환경 속에서도 30여 건의 우주과학 논문을 발표하고 1건의 특허를 등록했으며, 2010년 계약기간이 끝났음에도 2년 더 항우연에 몸담았다. 

  이와 관련해 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 홍의락 의원은 "이소연 박사의 유학과 퇴사를 두고 많은 사람들이 '먹튀'라고 손가락질을 했는데 실상은 우주인 활용 계획이 전무했던 항우연이 이소연 박사의 꿈을 짓밟은 것"이라고 지적한 바 있다.

  한편 이 씨는 미국에서 유학생활을 하다 교제하게 된 한국계 1.5세 안과의사와 2013년 8월 화촉을 밝힌 이후 시애틀에 터전을 잡고 살아왔다.

  그는 항우연 퇴사로 먹튀 논란이 가열되면서 한국 언론과의 접촉을 피해왔지만 간간이 시애틀 보잉 항공박물관과 워싱턴주 피어스칼리지 등에서 영어로 강연하기도 했다. 이 씨가 한국 언론들 앞에서 동포들을 대상으로 공개적으로 한국어 강연을 가진 것은 논란에 휩싸인 이후 처음이라고 미 워싱턴주 교민 언론 '시애틀N'은 전했다.

  이 씨는 이날 강연에서 최근 오하이오대학에서 열린 국제우주대학 교육프로그램 SSP15에 패널로 참가한 것을 두고 한국 언론들이 '260억 들인 한국 첫 우주인 이소연, 미국서 노하우 전수'라고 보도한 것에 대해서도 의견을 밝혔다.

  그는 "이 프로그램은 미국이 아니라 전세계 30개국이 미래 우주 차세대를 양성하기 위해 마련하고 있는 것으로 매년 패널로 참가해왔다"면서 "오스트리아, 중국, 대만, 캐나다 등에서 진행된 프로그램에도 참석해왔지만 올해에는 프로그램이 미국에서 열린 것"이라며 미국에 노하우를 전수하고 있다는 논란을 일축했다.

  이 씨는 "조종사든 과학자든 우주에 다녀온 우주인으로 배우고 느낀 것을 나누는 것은 모든 우주인의 의무"라며 "우주에 다녀온 사람으로서, 지구에 함께 사는 일원으로 우주 경험을 듣겠다는 사람들이 있다면 가능한 한 가서 강연을 할 생각"이라고 덧붙였다.

  김영기 기자 dongponews@hanmail.net
                   tobe_kyg@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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