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복지’ 개념 똑바로…동포들이 흉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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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복지’ 개념 똑바로…동포들이 흉본다”
  • 허겸 기자
  • 승인 2015.06.25 16: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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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이재명 성남시장 “글로벌 시대, 동포와의 교감 갈망 한다”

▲ ‘무상복지’ 철학을 견지해 온 이재명 성남시장은 지난 8일 시청사 내 시장실에서 가진 본지 이형모 발행인과의 대담에서 ‘강력한 복지국가’의 필요성을 강조하면서 정부의 위기관리능력에 대해 쓴소리를 아끼지 않았다.(사진=성남시청 공보실 제공)

  이른바 ‘이재명 신드롬’을 일으킨 주인공. 메르스 사태를 계기로 정부와 ‘복지’의 개념정의를 놓고 다시 한 번 대척점에 서길 자처한 기관장. 시민 복지에 명운을 걸겠다는 민선 자치단체장. ‘무상복지’의 정의를 새롭게 정립하고 실천 중인 정치인.

  풍기는 외모와는 달리, ‘돌격형 공직자’라는 수식어가 어울릴 법한 이재명(51) 성남시장은 지난 8일 청사 내 시장실에서 가진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무상복지에 대한 개념부터 똑바로 가지라”고 정부에 일침을 가했다.

  이 시장은 “복지를 비롯한 모든 사회서비스는 시민이 내는 ‘세금’을 ‘행정’이라는 수단을 통해 환원하는 것”이라고 했다. 복지를 논하는데 ‘공짜’라는 개념은 성립할 수 없다는 말이다. 세금을 내고 혜택을 받는 것이 어째서 공짜일 수 있겠느냐는 반문이다.

  그는 대가 없이 얻는 것을 ‘공짜’라고 규정한다. 민간 자선단체가 그들의 돈으로 무료급식을 주면 ‘공짜’에 해당한다는 뜻풀이다. 따라서 세금으로 주는 급식은 ‘공짜’가 아닌 ‘무상급식’이라고 했다. ‘무상복지’도 세금납부 의무에 뒤따르는 정당한 권리임을 강조했다. 좀 더 의미를 확장했을 뿐 궤를 같이한다는 논리다.

  ‘무상복지’는 종종 정쟁의 대상이 되는 개념이다. 국민 일반에겐 일견 쉬워 보이지만 쉽지 않은 단어일 수 있다. 복지국가를 표방한 영국이 10% 초반까지 복지예산 비율을 감축한 지 오래됐고, 프랑스의 등록금 인상 움직임이 예산 고갈을 우려한 보편적 복지의 쇠퇴라는 반대 논리도 만만치 않게 제기돼왔다. 일각에선 선별적 복지가 정답이라며 ‘무상복지’를 아예 사회주의식 ‘배급제’로 비꼬는 이들도 있다.

  이 대목에서 이 시장은 현실감 있는 비유를 곁들이며 ‘무상복지’의 취지를 설명했다. 그는 “삶을 풍족하게 만들어주진 못하더라도 최소한 밥은 먹고 아이는 낳고 기르는 데 어려움이 없도록 만드는 것”이라고 밝혔다. 이것이 국가의 의무라고도 덧붙였다. 문제의 근원은 국가의 역할을 지나치게 개인의 몫으로 떠넘기는 데 있다고 개탄하기도 했다.

  그런 그가 또 한 번 메스를 들이댔다. 이번엔 그의 날카로운 예봉이 보건복지부를 정조준했다. 인터뷰가 진행된 날은 이 시장이 직접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삼성서울병원’의 이름을 최초로 공개한 지 이틀째 되던 날이었다. 성남시와 서울시의 정보공개로 촉발된 ‘국민의 알 권리’ 논쟁 속에 정부가 메르스에 대한 늑장 대응으로 혼쭐이 날 무렵이다.

  확고한 ‘무상복지’ 철학을 견지해온 이재명 시장에게 메르스 사태는 비단 보건의료에 국한된 지엽적인 문제가 아니었다. ‘복지’를 바라보는 공조직 수장의 관점에 따라 ‘인간답게 살’ 시민의 권리가 중대한 위기에 처하고, 복지국가의 존립 자체가 도전받을 수 있는 실증적 사례였다고 이 시장은 보고 있다.

  실제 메르스 사태를 통해 의료복지에 관한 공공기관 간 엇박자가 노정되기도 했다. 병원 명의 공개 지연, 음압병실과 전문 인력의 태부족, 엉성한 전염병 대처 매뉴얼 등 보건의료 분야에 국한할 수 없는 국정철학의 총체적 위기라는 여론의 봇물이 터졌다. 이에 더해 국민의 건강과 직결되는 위중한 의료체계를 경제적 관점에서 접근해왔다는 논란에서 자유롭지 못한 보건복지부가 그 스스로 위기관리 능력의 민낯을 여실히 드러냈다는 날 선 비판들이 제기됐다.

  이재명 시장은 이런 흐름을 눈여겨봤다. 자본 논리에 매몰 돼 스스로 자정능력을 갖추기 힘든 영역에 국가의 존재감이 드러나야 한다며 목소리를 높이는 까닭이다. 정부조직의 뒷북은 변함없이 계승됐다는 경험칙에 입각한 논지도 한 몫 거들었다. 좌측 깜빡이 켜고 우회전하는 통탄할 현실이다 보니 좀처럼 목청을 낮추기 어렵다는 말로 들렸다. 사정이 이러다 보니 후폭풍도 거셌다. 

  이 시장은 “무한경쟁 시대에 내몰린 사람들은 점차 양극화되고 있다”고 현실을 짚었다. 그리곤 “인간다운 삶을 살게 해주는 것은 헌법이 규정한 국가의 의무”라며 공공성 강화에 중점을 둔 시민 복지에 주력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그의 생각대로라면 국민 복지에 주력해야 할 책임조직은 당연히 국가다. 그래서 이 시장은 국가의 역할 강화가 필요하다고 했다. 이른바 ‘강력한 복지국가론’을 주창한 것. 시정의 방향을 ‘공공성 강화’로 정한 이유도 이와 같다. 모두에게 기회가 공평한 사회가 되도록 하자는 게 새삼스러울 것 없는 그의 지론이자 정책적 이정표다. 그래서 이 시장은 무상급식을 시작으로 무상보육원, 무상교복에 무상 산후조리원까지 ‘무상복지’ 정책 기조를 이어가고 있다.

  ‘무상복지’를 반대하는 이들은 막대한 재원을 어디에서 끌어다 쓸 것인지를 묻는다. 때때로 반대 논리에 발목 잡히곤 했던 요소도 어떻게 재정을 충당하는가에 있었다. 적어도 이런 관점이라면 이 시장은 근거 있는 자신감을 느끼고 있다. 의욕적인 시정 운영은 예산의 튼실한 뒷받침 때문에 가능했다. 그는 전임시장이 진 빚 7285억 원을 청산하며 모라토리엄을 극복한 산 증인이다. ‘무상복지’는 자신의 철학을 기반으로, 가진 돈을 요긴한 곳에 쓰임새 있게 사용하겠다는 것임을 강조한다.

  분배 못지않게 성장에도 주력한다. 그래서 눈을 들어 외국을 바라보는 일에 늘 관심이 있다. 국경을 초월해 좋은 것은 배우고 나누자는 실용주의 노선으로 읽힌다. 보편적 복지만큼이나 재원 마련, 즉 지자체 예산의 풍요로움을 만끽하려는 계획에서다.

  이재명 시장은 지난 4월 미국 실리콘밸리에 다녀왔다. 밀피타스시(市)와는 ‘우호 교류 협력 의향서(LOI)’를 체결했다. 이곳에는 마이크로소프트(MS), 구글, 애플, 페이스북 등 세계적 IT 기업들이 자리하고 있다. 삼성전자 미주본부, LG, SK하이닉스도 들어서 있는 실리콘밸리의 대표도시다.

▲ 이재명 시장은 지난 4월8일(현지시간) 미국 실리콘밸리에 있는 밀피타스시의 호세 에스테베스 시장과 두 도시 간 ‘우호 교류 협력 의향서(LOI)’를 체결하고 실리콘밸리 진출을 위한 교두보를 확보했다.(사진=정승덕 본지 샌프란시스코 지사장)

  이 시장은 IT 솔루션을 접목함으로써 도시 인프라를 개선하고 도시화에 따른 문제들을 해결하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 이번 실리콘밸리 방문도 성남시를 혁신클러스터로 만들기 위한 교두보를 확보한다는 취지에서 비롯됐다.

  재외동포 최대 경제단체인 세계한인무역협회(월드옥타.회장 박기출)와도 협력을 배가하는 등 행보를 넓히고 있다. 이재명 시장은 월드옥타 로스앤젤레스(LA)지회와 업무협약을 체결하고 성남 백현지구 마이스(MICE) 산업 육성 및 국내 중소기업의 수출 증진을 위해 상호 협력하기로 했다.

  이에 앞서 지난해에는 세계 10개국에서 활약해온 동포 기업가 12명을 불러 한상(韓商) 수출상담회를 개최하기도 했다. 동반자적 협력을 통해 직접 수출 여력이 부족한 역내 중소기업의 수출 대행 사업, 공동 프로젝트 추진, 수출상담회 개최 등 글로벌 시장 개척 지원사업을 돕는데 한상 네트워크를 적극 활
용하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내비친다.

  이 시장은 선진 시스템을 습득한 동포 전문가의 영입을 늘 염두에 두고 있다고 했다. 그는 “국제교류를 확대하면서 실질적인 효과를 얻으려면 재외동포사회와의 더 많은 교류와 협력은 필수적”이라며 “전문성을 갖춘 한인 동포와 기업이 있다면 언제든지 손잡을 의향이 있다”고 인터뷰에서 밝혔다.

  기초 자치단체로는 이례적으로 성남시는 지난 2012년부터 보조금을 지원하는 방식으로 개발도상국 공적개발원조(ODA) 사업을 적극 추진해오고 있다. 올해까지 사업공모를 통해 선정된 23개 단체에 6억5000만 원을 보조했다. 우즈베키스탄과 베트남, 카자흐스탄, 라오스, 중국, 태국, 캄보디아 등 7개국 14개 도시의 개발을 지원하고 있다.

  이재명 시장은 할 수만 있다면 정책의 수혜 대상을 동포사회로 넓힐 계획도 가지고 있다. 그래서 ODA 사업의 대상을 한정하지 않고, 동포들이 똑같이 지원받을 수 있는 방법을 강구할 생각이다. 이 시장은 “사업의 취지에 부합하도록 사업 대상지와 사업선정에 더욱 신경을 쓰고 있다”며 “동포들이 수혜대상이 되도록 사업 내용에 따른 예산증액을 신중히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재외 동포사회와 적극적인 교류를 통해 서로 더 많이 알아가면서 배우고 익힌 것을 시정에 반영하고 싶다”면서 “지금도 많은 동포들이 우리 청사를 방문해 시민 개방시설을 둘러보고 가지만 여전히 상호 교류가 부족하다고 느끼고 있다”며 재외동포사회와의 스킨십 강화에 더욱 역점을 둘 뜻을 밝혔다.

  동포의 범주에는 북한도 포함된다. 이 시장은 통일부의 지자체 남북교류 허용을 계기로 시 차원에서 남북교류의 원칙과 방향, 사업을 논의할 위원회를 설립할 계획이다. 문화, 스포츠 등 우선 실천할 수 있는 교류 협력부터 추진한다는 복안이다. 그는 “북한은 미우나 고우나 우리 핏줄을 나눈 한민족”이라며 “서로 문 닫고 싸우기만 하면 화해와 협력은커녕 통일은 요원해질 것”이라고 했다. 어떻게 해서든 자주 만나고 대화하다 보면 오해도 풀고 서로 이해하게 되는 계기를 만들 수 있을 것이라는 얘기다.

  ‘압축 근대화’로 종종 표현되는 대한민국은 단기 급성장 모델을 갈망하는 후진국들엔 성공사례로 인식되곤 한다. 그러나 성장논리에 빠진 나머지 동반 성장의 귀중한 가치를 상실했다는 지적도 없지 않다. 공명정대한 게임의 법칙이 압축 성장기를 거치는 동안 공중분해 됐다는 지식인들의 한탄도 끊이질 않는다.

  양극화가 심화하면서 부양 능력을 잃고 생활 전선에서 점차 나가떨어지는 이들이 수두룩한데도 정부는 우스갯소리로 ‘더욱 격렬하게 아무것도 안 하고 싶은 것 아니겠냐’는 비아냥거림조차 나오는 실정이다. 그래서 요람에서 무덤까지 국민을 책임져야 할 ‘복지’가 이데올로기 레시피의 부식 거리쯤으로 전락한 현실을 개선하는데 에너지를 쏟고 있는 이 시장의 광폭 행보에 동포들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동포들이 고국을 부끄러워하지 않도록 온 힘을 다할 생각입니다. 기초를 탄탄히 하고 정치, 민주주의, 시민의 삶, 세상의 인식 등 전체를 조금씩 바꾸는 도전을 해보고 싶습니다. 그렇게 달성된 합리적인 사회라면 동포들이 자랑스러워하지 않을까요?”

  허겸 기자  khur@dongponews.net
                kyoumhur@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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