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달마가 동쪽으로 간 까닭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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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달마가 동쪽으로 간 까닭은?
  • 이병우 총경리
  • 승인 2015.06.22 08: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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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병우 총경리(상양 국신광전 실업 유한공사)
  제가 사는 중부 이북지방의 가뭄이 자못 심각 합니다. 기상학적인 원인으로는 현재 한반도의 남쪽보다 북쪽의 기온이 높은 까닭에 장마전선이 형성되지 못하고 있다 합니다. 보통 시민의 상식으로는 무척 어려운 이야기입니다. 설사, 그런 과학적 이론을 이해한다고 해도 방법이 없습니다. 하늘에 대고 간절히 기도를 드릴 뿐입니다.

  그렇습니다. 하늘에 대고 기도를 하는 행위는 중국인들의 보편적 사고방식이고 천명을 숭상하는 오랜 동양문화의 일부일 수도 있습니다. 중국 사람들은 이렇게 하늘을 우러러 체념을 잘 합니다. 억지로 뭔가를 해 보려고 하질 않습니다.

  옛날에 황하(黃河)와 장강(長江)이 홍수로 범람하면 수많은 시체와 가축이 떠내려갔다고 합니다. 이 모습을 보면서 중국인들은 인생의 무상함과 하늘의 뜻을 생각 했던 겁니다. 하늘의 뜻이 아니면 죽고 사는 것도 내 힘으로 안 되는 겁니다.

  제가 기억하는 영화 제목 가운데 “달마가 동쪽으로 간 까닭은?” 이 있습니다. 비록, 영화를 직접 보지는 않았지만 여러 매체를 통해서 줄거리와 영화 감상을 읽어 보았습니다. 원래 달마 대사는 인도에서 불교를 전하기 위해서 중국으로 건너가서 양나라 무제(武帝)를 만나 선문답(禪問答)을 합니다.

  그러나 두 사람의 선문답은 실패로 끝이 나고 달마는 무제의 미움을 받아 지금의 소림사(小林寺)로 들어가 숭산(嵩山) 토굴에 들어가 9년간의 면벽수도에 들어갑니다. 그리고 혜가(慧可)를 만나면서 마침내 중국에 선종(禪宗)이 탄생하게 됩니다. 무제(武帝)와의 선문답에서 실패한 것이 오히려 달마에게는 선종을 창시하는 계기가 된 겁니다.

  엊그제 신문을 보니 최근 여론 조사에서 박근혜 정부의 인기가 20% 대로 떨어졌다고 합니다. 이런 지지율의 급격한 하락은 메르스 대처에 실패했다는 증거일 수도 있습니다. 문제는 그 동안 일편단심(?)으로 박근혜 대통령을 지지하고 옹호 해 주던 많은 50대의 보수층이 등을 돌렸다는 사실입니다. 이제 남아있는 지지층은 대구와 경북의 60대 뿐이라는 우스개 소리도 있더군요.

  그러나 결코 그냥 웃자고 하는 소리는 아닐 겁니다. 저 같은 골수 보수인 50대도 이미 마음을 돌린 것을 보면, 아마도 비슷한 연령대의 분들은 이제 달마가 황제를 뒤로하고 토굴로 들어가 벽을 바라보며 도를 닦았듯이 박근혜 정부에 대한 미련을 접었을 수도 있습니다.

  상황이 반대로 된 겁니다. 여태까지는 50대 보수층이 박근혜 대통령과 이 정권에 대하여 애증의 마음으로 설득도 하고, 격려도 하고, 위로와 걱정도 했을 겁니다. 그러나 이런 충고를 아랑곳 하지 않고 그야말로 상대가 선문답으로 일관하다 보니 사태가 이 지경까지 온 겁니다. 제 생각입니다. 비록 50대들이 달마대사 수준은 아니더라도 70년대와 80년대의 한국 경제를 오지의 세계 곳곳에서 피땀 흘리며 이끌고 온 사람들입니다.

  잔 머리 안 굴리고 "애국"이라는 단어 앞에서는 모두 손을 잡고 우렁차게 새마을 노래를 불렀던 사람들입니다. 그러나 상대가 우리의 본심을 외면하고 엉뚱하고 고집불통인 우답(愚答)을 계속하면 방법이 없는 겁니다. 하늘이 비를 허락하지 않으면 체념을 하게 됩니다. 유일하게 할 수 있는 일이 조용히 동굴에 들어가서 도를 닦는 일입니다. 기도를 하는 일입니다. 어쩌겠습니까?

  한국의 50대는 공자님의 말씀처럼 온전한 지천명(知天命)의 반열은 아니더라도 지난 수 십 년간의 인생 풍파를 겪으면서 대충의 세상 이치 정도는 아는 세대입니다. “안 되면 되게 하라!”는 구호를 입에 달고 가슴에 새기며 눈물 나게 박박 기던 젊은 시절의 경험이 있기 때문입니다. "Nothing is impossible"이 아무 때나 가능한 것이 아님도 압니다. 무턱대고 덤빈다고 되는 것이 아닙니다.

  살아보니 “아닌 건 아니더라.”는 뜻입니다. 그래서 이제 나이 50 줄이 넘어가면 억지를 부리지 않습니다. 체념 할 것은 체념하고 버릴 것은 버리는 것이 마음이 가볍다는 것을 압니다. 이것이 세상의 순리(順理)입니다. 순리(順理)를 따르는 것이 지천명(知天命)입니다.

  안 되는 것을 욕심을 부리며 잡고 있어야 심신(心身)만 고달픈 겁니다. 우리 50대의 인생길이 내려가는 길이기 때문입니다. 달마 대사도 그랬을 겁니다. 미련이 없었던 겁니다. 객기를 부리는 황제와의 대화가 모두 부질없다는 것을 깨달은 겁니다. 여론 조사에서 50대의 이탈이 두드러진 현상이라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겁니다.   

  저 같은 50대들이 작금의 메르스 사태 그리고 지난 세월호의 한심한 사태를 지켜보면서도 그 마음을 온전히 “지지하고 격려하는 마음”을 지킬 정도로 미련 곰 같은 세대들은 아닙니다. 떠나는 겁니다. 달마도 마음을 접고 면벽 수도를 통하여 새로운 종파를 탄생 시킨 겁니다. 돌아서서 떠나는 길이 반드시 실패만은 아닐 겁니다. 달마가 동쪽으로 간 까닭이 있듯이 한국의 50대들이 등을 돌리며 떠나가는 이유도 분명히 있을 거라 생각 합니다. 부디 한국의 메르스 사태가 빨리 종식되기를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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