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말로 깨닫다] 장끼와 까투리의 숨은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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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말로 깨닫다] 장끼와 까투리의 숨은 모습
  • 조현용 교수
  • 승인 2015.06.04 09: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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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현용(경희대 교수, 국제교육원 원장)
  ‘꿩’ 보기가 참 어렵다. 내가 어릴 때만해도 산에는 꿩이 많았다. 꿩을 잡아오는 아저씨들도 볼 수 있었다. ‘꿩 먹고 알 먹고’ 라는 속담이 왜 이렇게 자연스러운지 생각해 보라. 꿩은 그야말로 우리 주변에서 쉽게 볼 수 있는 새였다. ‘꿩고기’라는 말이 자연스러울 정도로 꿩은 우리의 음식 이름이기도 했다. 매는 주로 꿩 사냥을 위해서 필요한 새였다. ‘꿩 잡는 게 매’라는 속담도 그래서 나왔다. 이북의 냉면에는 꿩고기가 들어간다. 생각해 보면 ‘매’나 ‘솔개’도 이제는 잘 안 보이는 새가 되었다.
 
  새의 이름이 따로 있고, 암컷과 수컷의 이름이 따로 있는 것은 매우 특이한 경우다. 영어의 닭이 이 경우에 해당한다. 치킨(chicken)과 콕(cock), 헨(hen)이 닭, 수탉, 암탉을 나타낸다. 우리말에서는 ‘꿩’이 그렇다. 수꿩은 ‘장끼’라고 하고 암꿩은 ‘까투리’라고 한다.
 
  모든 동물의 이름이 이와 같이 구별되어 있다면 머리가 터질지도 모르는 일이다. 외국인들이 아예 한국어 배우기를 포기할 수도 있을 것이다. 꿩의 이름을 보면서 재미있다는 생각이 들면서도 복잡함이 걱정스러움은 그러한 이유 때문이다.
 
  ‘꿩’이라는 이름은 꿩의 울음소리 즉, 의성어와 관계가 있다는 의견이 있다. 꿩의 소리가 ‘꿩’하고 나기 때문이란다. 의성어란 게 어떤 경우에는 그렇지 않을까 하고 생각하면서 들어서 그렇게 들리는 경우도 많다. 개구리는 정말 ‘개굴개굴’ 하는가? 귀뚜라미는 정말 ‘귀뚤귀뚤’ 하는가? 꿩 소리도 ‘꿩’이 아닐까 하고 들으면 그렇게 들린다. 많은 의성어를 떠올려 보라.
 
  장끼와 까투리의 어원을 생각해 보면서 예전에 서정범 선생님께 어학을 배울 때 생각이 났다. 오래 전에 들었던 이야기지만 내 머릿속에서는 끊임없이 활동을 하고 있었나 보다. 오늘 설명하는 ‘장끼와 까투리’의 어원은 선생님의 말씀이 내 생각을 맴돌아 나온 것이다. 선생님이 돌아가시기 전에 나는 선생님께 이런 말씀을 드린 적이 있다. “제 글에는 제 생각인지 선생님 말씀인지 구별이 안 되는 내용이 많습니다.” 선생님은 그 때 그냥 웃으셨다. 선생님 생각을 하며 글을 쓰는 오늘의 행복이 고맙다.
 
  ‘장끼’는 ‘장 + 끼’의 구조로 되어 있다. ‘장’은 사내라는 뜻이고 ‘끼’는 새라는 뜻으로 보인다. 비둘기, 갈매기의 ‘기’도 새의 의미를 가진 접사로 보인다. ‘기’가 들어가는 새 이름을 더 찾아보시라. ‘까투리’는 ‘갓+두리’의 구조로 볼 수 있다. ‘갓’은 암컷의 의미이고, ‘두리’는 새의 의미가 된다. ‘가시’가 여자의 의미이므로 ‘갓’은 쉽게 추론이 가능하다. ‘가시내, 가시집(처갓집), 가시아버지(장인), 가시버시(부부)’ 등에서 ‘갓’의 흔적을 찾아볼 수 있다. ‘두리’는 일본어에서 흔적을 찾을 수 있다. ‘도리(tori)’가 ‘새’이기 때문이다. 오히려 일본어 새 이름에는 한국어 ‘새’와 관련된 경우가 많다. 까마귀의 일본어는 ‘가라스(karasu)’이다. 여기에서 ‘스’를 ‘새’의 의미로 볼 수 있다.
 
  우리말의 속담이나 표현을 잘 들여다보면 우리네 삶이 보인다. 지금은 잘 보이지 않는 새이고, 잘 먹지 않는 고기가 되었지만 예전에 꿩은 우리 삶에 아주 가까이 있었다. 속담이나 표현에 꿩이 많이 등장하는 것과 꿩의 명칭이 세 개로 나뉘는 것을 보면 미루어 알 수 있다. 주변의 단어를 그냥 지나칠 일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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