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화폐전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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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화폐전쟁
  • 이병우 총경리
  • 승인 2015.06.02 09: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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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병우 총경리(상양 국신광전 실업 유한공사)
  본격적인 여름을 알리는 6월의 첫날입니다. 약 10여 년 만에 한국으로 돌아와 맞이하는 첫여름이라 그런지 약간의 설렘(?)도 있습니다. 중국에서 해마다 워낙 덥고 습한 여름을 보냈기 때문에 한국의 전형적인 여름 더위가 기대(?)되기도 하고, 나름 얼마든지 극복할 수 있을 것 같은 자신감도 있기 때문입니다. 과연 그런지는 두고 봐야 하겠지요. 한국은 확실히 중국에 비해서 공기도 맑고 환경도 아주 좋은 편입니다. “집 나가봐야 개고생”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저도 요즘 그 심정을 절실히 깨달으면서 즐겁게 지내는 중입니다. 방송에서는 연일 폭염이라 하는데 도대체 왜 영상 31도가 폭염인지도 잘 모르겠고, 폭염의 진정한 맛(?)을 알고 그런 말을 하는 것인지 의구심도 들더군요. 40도를 넘나드는 고온과 미세먼지와 습기가 꽉 찬 중국의 여름 날씨를 겪어본 사람으로서, 저는 한국의 폭염이 참으로 가소롭기도 합니다. 행복하다는 역설적 표현일 겁니다. 맞습니다. 집을 나가면 고생입니다.

  한국에 와서 조금 적응이 안 되는 것이 화폐의 단위입니다. 어느 때는 한국 돈 5만원권 지폐를 중국 돈 20원으로 착각하기도 하고, 무심코 주머니에서 꺼낸 1위안짜리 동전은 한국의 100원 짜리 동전과 구별이 안 되는 겁니다. 식당에서 종업원이 3만원 이라고 하면 잠시 놀라기도 하고, 마트에 진열해 놓은 수박 1통에 1만 8000원이란 숫자가 붙어있는 것을 볼 때는 “수박이 미쳤나?” 이런 중국 촌놈(?)같은 생각을 합니다. 중국 돈 3만원이면 우리 돈으로 약 540만원이 됩니다. 어찌 놀라지 않겠습니까? 돈의 단위가 다르다는 것이 이런 개념의 차이를 줍니다. 그러나 아무리 생각해도 중국의 시장 물가와 과일 그리고 채소는 아주 쌌다는 생각입니다. 중국 돈 50원이면 그야말로 두 보따리 정도는 들고 갔을 겁니다. 웬만한 반찬거리와 과일까지 다 살 수 있었던 셈입니다. 어떤 때는 수박이 너무나 싸서 정말로 저게 가능한 금액인지를 저 혼자서 따져 본 적도 있습니다.

  그래서 한국 사람들이 중국에 가면 처음에는 돈에 대한 개념이 없어집니다. 여럿이 밥을 먹어도 1-2백 원, 담배도 20원 이상이면 좋은 것을 사고, 채소는 보통 1근에 몇 원 정도. 저녁에 주부들이 집에 와서 결산을 해 보면 결코 적은 돈을 쓴 것도 아닌데 장부에 적어야 하는 숫자는 그래 봐야(?) 몇 백 원이 되는 겁니다. 많이 쓴 건지 적게 쓴 건지, 물가가 우리보다 싼 건지 비싼 건지 헷갈리기도 하고 도무지 감이 잡히질 않습니다. 초기에는 그래도 환율을 대입해서 나름 계산을 해보기도 합니다만, 중국 생활에 많이 익숙해지면 그나마 환율 계산은 대부분 생략이 됩니다. 중국 물가 기준에 맞추어 싸다, 비싸다를 판단하는 겁니다. 한국 기준이 아닙니다. 그렇습니다. 사람의 생활은 어디를 가나 이 돈이 문제가 됩니다. 돈을 벌어야 하고, 또한 잘 써야 합니다. 자국의 화폐와 타국의 화폐를 잘 이해해야 괜한 손해를 보지 않기 때문입니다.

  일전에 책방에 갔더니 중국의 쓩홍빙 선생이 쓴 “화폐전쟁”이란 책이 있더군요, 중국에서 한번 읽어보고 싶었던 책이었기에 얼른 집어 들고 밤새 읽어 보았습니다. 왜 그 책이 중국에서 베스트셀러였는지 이해가 갔습니다. 국제 금융을 주무르는 거대한 “보이지 않는 손”의 존재를 얼핏 들어본 적은 있었지만 책에서 구체적인 사례를 들어서 이야기한 대목에서는 참으로 놀랍기도 했습니다. 솔직히 일 개 평범한 사람으로서는 감히 상상도 안 되는 내용이 많더군요. 중국 돈 200원과 한국 돈 3만원의 차이 때문에 어리벙벙한 저로서는 “화폐전쟁”이라는 거대한 게임 이론이 마치 먼 나라의 이야기로 들릴 수밖에 없었습니다. 책에서 서술한 천문학적인 돈의 액수가 수박 몇 통을 살 수 있는지를 계산하려면 며칠은 걸릴 듯했습니다. 다만, 책의 내용은, 실체가 드러나지 않은 거대한 국제 금융자본은 얼마든지 한 국가의 경제와 민생을 마음먹기에 따라서 파탄의 지경까지 몰고 갈 수 있다는 겁니다. 경제가 파탄나면 정치도 국가도 덩달아 파탄이 나는 겁니다. 무섭더군요.

  그런데 중국인 저자가 쓴 책의 내용 중에는 한국의 IMF 사태도 언급되어 있었습니다. 국제 투기자본(?)에 걸려든 한국은 민족적 자존심을 바탕으로 국민들이 똘똘 뭉쳐 금 모으기 운동을 하면서 마침내 나라가 거덜 날 고비를 극복할 수 있었다는 내용입니다. 그랬습니다. IMF 사태가 터진 그 시절에 우리는 정말로 죽지 못해 살았고, 죽으라고 고생했고, 마침내 극복을 했던 겁니다. 저희 집 냉장고에 있던 돼지고기 1근과 김치 한통을 누군가 가져간 적도 있었습니다. 그래도 화가 나거나 밉지가 않았던 겁니다. 그런 국가적 현실이 슬펐고 그래서 연민의 정이 갔었습니다. “오죽하면” 그랬을까? 오히려 훔쳐간 사람을 찾아서 무언가를 더 주고 싶었던 겁니다. 사실, 중국 사람들은 한국인들의 이런 강인한 정신을 무척 부러워합니다. 한국 축구가 월드컵 4강에 진출하는 것을 중국 사람들도 보았을 겁니다.

  한국에 오랜만에 돌아와 보니 우리 사회는 여전히 돈이 문제더군요. 오나가나 돈이 사람들의 최대 관심사입니다. 비록 IMF 사태라는 최악의 상황은 벗어났지만 한국 사회는 여전히 그 여운으로 고생하고 있는 듯합니다. 돈에 얽힌 별의 별 이야기가 방송에서 나오고 있더군요. 정치권의 돈, 기업가의 뇌물성 돈, 공무원 연금이라는 돈, 돈 때문에 남편과 부인을 죽인 돈 사건......, 그렇습니다. 인류가 살아가는 모든 세계는 현재도 “화폐 전쟁”이 계속 되고 있습니다. 인류가 멸망해야 이 전쟁도 끝이 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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