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말로 깨닫다] 사람이 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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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말로 깨닫다] 사람이 되다
  • 조현용 교수
  • 승인 2015.05.29 09: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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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현용(경희대 교수, 국제교육원 원장)
  천재지변(天災地變)으로 재해가 속출하면서 하늘도 무심하다는 말이 절로 나옵니다. 하늘을 원망하는 소리도 높아집니다. 하지만 이러한 어려운 시간을 겪으면서 사람에 대한 기대가 높아지게 되는 것도 사실이 아닌가 싶습니다.

모든 것이 스러져버린 재해 현장에서도 나보다 약한 이를 위하여 양보를 하는 모습이나, 뒷사람을 위해서 식료품이나 물 등을 사재기 하지 않는 모습에서 경건함을 느낍니다. 그야말로 살신성인(殺身成仁)의 정신으로 한 명이라도 더 대피시키고자 노력하다 숨을 거둔 공무원이나 소방관의 모습에서는 슬픈 거룩함도 느끼게 됩니다. 사람다운 사람이란 그런 것이라는 생각도 하게 됩니다.

  우리말의 표현들을 살펴보면 사람은 부족하기는 하지만 기대감을 가져도 좋은 존재로 생각했던 것 같습니다. 사람으로서의 본성을 잘 지키면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아름다운 것으로 보았습니다. 그래서 어른들께서 아이들에게 ‘사람답게 살아라’고 말씀하셨던 것입니다. ‘신처럼’ 살기를 바란 것도 아니고, ‘짐승처럼’ 살기를 허락하지도 않으셨습니다. 그저 사람으로서 본분을 잘 지키며 살면 되는 것입니다. 그래서 ‘사람이 됐다’라는 말은 큰 칭찬이었습니다. 본래 사람인데, 왜 사람이 되었다는 표현을 했을까 하는 의문도 들지만, 여기서는 사람다운 사람을 의미한 것으로 보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보면 ‘사람이 아니다’라는 말만큼 큰 욕도 없습니다. 사람으로서 해야 할 기본적인 도리를 하지 않는 것, 사람이 해서는 안 되는 일을 하는 것은 모두 사람으로 인정할 수 없다는 뜻이 됩니다. 인종이나 민족, 종교는 다르지만 사람이라면 누구나 갖고 있는 기본적인 가치가 있습니다. 약한 이를 배려하고, 가여운 이를 도우려하고, 나쁜 사람을 벌하고, 사람들에게 상처를 주지 않으려 하는 것은 공통적인 가치입니다. 그 가치를 지켜야 하는 것입니다.

  사람으로서의 기본적인 가치를 행하지 않는 사람에게 ‘사람이 못됐다’고 표현하는 것은 많은 생각거리를 줍니다. 겉모습은 사람이지만 아직 사람이 되지는 않았다고 이야기하는 것입니다. ‘못된 놈’이라는 말에는 ‘사람 노릇’을 해야 한다는 꾸짖음이 담겨있습니다. 그래서 ‘저게 언제 사람 노릇을 하려나’하고 걱정하는 것이고, 자식이 ‘사람 구실’ 제대로 하기를 소망하는 것입니다.

  스스로를 돌아보면 사람으로서의 부족함이 느껴집니다. 아직 나는 덜 된 것입니다. 본래 사람으로 태어났음은 기뻐해야 하지만, 진정한 사람이 되기 위해서 끊임없이 노력해야 합니다. ‘사람이 그러면 안 된다’라는 말이나 ‘사람이 왜 그래?’라는 말에서는 노력하지 않는 사람에 대한 질책이 담겨있습니다.

  한편 ‘그도 사람이니까’라는 표현에서는 안도감도 느끼게 됩니다. 사람을 완벽한 존재로만 본 것은 아니었던 것 같습니다. 실수도 할 수 있는 존재, 정확히 말하자면 나처럼 잘못할 수도 있는 존재로도 생각하였던 것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서로에게 애정이 생기고 용서가 되는 것입니다. 서로의 부족함을 메워 줄 수도 있는 것이 사람입니다. 타인의 실수를 함부로 재단(裁斷)하지 말아야 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우리말에는 사람에 대한 표현이 참 많습니다. 저는 그 표현들 속에서 사람에 대한 기대를 발견하게 됩니다. 스스로의 본성을 자각하면서, 사람으로 살아야 할 바를 깨달으면서 살아가야 하는 것입니다. 재해를 당한 사람들, 아픔을 겪는 사람들에게 위로의 마음을 전합니다. 그리고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찾아봐야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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