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평안하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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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평안하신지요?
  • 이병우 총경리
  • 승인 2015.05.26 19: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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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병우 총경리(상양 국신광전 실업 유한공사)
  5월의 마지막 주가 지나갑니다. 건강하시고 평안하신지요? 늘 첫머리에 여쭈어보는 인사지만 사실, “평안하냐?” 는 인사는 생각하기에 따라서 참 어려운 말입니다. 그래서 우리는 이렇게 고차원(?)의 안부 보다는 “별고 없냐?” 고 물어 봅니다. 평안한 것과 별고 없는 것은 그 말의 경중이 약간 다르기 때문입니다. 자칫 상대방에게 부담을 줄 수 있는 “평안”이란 말을 가벼운 인사로 사용하기에는 약간의 무리가 있을 겁니다. 요즘 같이 복잡하고 힘든 세상에서 새삼스럽게 평안을 물어보는 것은 조심스런 일이 될 수도 있습니다. “별 일 없어요? 네, 별 일 없습니다.” 아무래도 이런 인사가 편하고 가볍고 부담이 없습니다. 세상이 자꾸 가벼워지는 것인지, 아니면 너무 무거워서 평안까지는 바라지 않고 그냥 가볍게 살고 싶은 건지는 저도 모르겠습니다. 아무튼 한국 사회에서 느껴보는 것은 대부분 “별일은 없지만 평안하지는 않다”는 겁니다.

  중국의 어느 신혼부부가 부모님을 모시고 함께 사는데 신부가 신랑에게 이런 말을 합니다. 부모님들이 자꾸 손자 타령을 하는 것이 영 부담스럽다는 겁니다. 억지로 되는 일도 아니고. 이 말을 들은 신랑은 신부에게 어머니는 그렇다 치더라도 아버지는 별로 내색 하지 않으시니 너무 신경 쓰지 말라고 합니다. 신부가 말합니다. “무슨 소리냐? 아버님이 더 부담을 준다. 매일 내 앞에서 손자병법을 들고 왔다 갔다 하시는데 어찌 신경이 쓰이지 않겠는가?” 중국 사람들의 유머입니다. 중국이나 한국이나 부모님들의 심정은 같을 겁니다. 오직 하나 밖에 없는 자식이 결혼해서 빨리 손자손녀를 낳아주길 바라는 마음이야 다를 리가 없겠지요.

  그러나 실제로 중국의 며느리들이 이정도로 시부모를 생각하는 것 같지는 않습니다. 어쩌다 중국 연속극을 보게 되면 며느리가 시아버지를 대하는 모습이 도저히 이해가 가질 않습니다. 더구나 며느리가 화가 나서 대드는 모습을 보면 온갖 정이 다 떨어지기도 합니다. 그렇습니다. 중국의 며느리들을 우습게봐서는 안 됩니다. 더구나 80년대 이후에 태어난 무남독녀의 신부와 며느리와 아내를 우습게보다가는 큰 코가 다칩니다. 비록 아무 생각 없이 손자병법을 들고 거실을 이리 저리 왔다 갔다 할망정 실제로 그 책의 제목이 며느리에게 부담을 주는 행동이라면 “손자병법”은 바로 회수 당하거나 폐기처분 될 수도 있습니다. (제 생각입니다.) 아무튼 맞벌이를 하는 중국 며느리들의 권한은 막강합니다. 시아버지는 저녁마다 시장에 나가서 반찬거리를 사서 저녁을 준비해야 하고 시어머니는 열심히 집안 청소를 해야 합니다.

  이런 환경에서 손자가 태어나면 그야말로 소 황제가 되는 겁니다. 엄마, 아빠, 할머니와 할아버지 그리고 외할머니와 외할아버지라는 6명의 든든한 신하를 거느리는 황제의 반열에 오르는 겁니다. 엄마인 며느리도 이때부터는 권력 서열이 2위로 밀려 납니다. 중국의 현재 젊은 세대들이 자라온 환경입니다. 특히 부유한 집안에서 자란 요즘 세대들의 고집과 아집은 대단합니다. 가난한 사람을 이해하지 못합니다. 외제차를 몰고 고속도로를 달리다가 교통경찰이 단속을 하면 다짜고짜 멱살을 잡곤 합니다. 부모가 고위층이면 이런 행동은 더 과감해집니다.

  중국도 한국처럼 노령화가 급속히 진행 중입니다. 중국의 젊은 세대들은 황제처럼 자랐고, 한국의 젊은이들은 출세하려고(?) 대학을 다녔는데 그 게 쉽질 않습니다. 양국의 젊은 층 실업 문제는 공통의 현상입니다. 노년 세대는 이런 틈새에서 글자 그대로 “평안”하질 못합니다. 그래서 중국이나 한국에서 누군가에게 인사를 할 때는 평안하냐? 보다는 별고 없냐? 가 좋을 듯합니다. 별고 없다면 좋은 겁니다. 여전히 며느리 밥상 차려 줄 정도로 건강하고, 여전히 자식 뒷바라지 할 정도로 직장에서 버티고 있다면, 그 게 별고 없고 평안 겁니다. 국어사전의 뜻대로 “걱정과 탈이 없는” 겁니다. 영혼의 평안과 노년의 평안은 양국 노후 세대들에게 아직은 과욕일 수도 있을 겁니다. 이 또한 제 생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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