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질이 사랑한 한인 미술계의 자존심, 벌레작가 성상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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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라질이 사랑한 한인 미술계의 자존심, 벌레작가 성상원
  • 이석재 재외기자
  • 승인 2015.05.22 15:3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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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본기와 아이디어로 부딪혀온 21년 미술 인생

▲ 벌레 작가로 잘 알려진 성상원 작가.(사진=이석재 재외기자)

  지난달 8일부터 12일까지 상파울루 이비라뿌에라 공원 내 비엔날 전시장에서 남미 최대의 국제아트페어인 '2015 상파울루 아트페어'가 개최됐다.

  올해로 7번째를 맞는 이번 상파울루 아트페어에는 미국의 가고시안갤러리와 영국의 화이트큐브를 비롯해 전 세계 17개국에서 150개 이상의 갤러리들이 참가했다.

  이렇게 쟁쟁한 갤러리들이 참가하는 전시회에 한인으로서는 유일하게 3년 연속으로 참가해 동포사회의 시선을 사로잡는 이가 있다.

  브라질 미술계에서 벌레 작가로 잘 알려진 성상원(51) 작가가 그 주인공이다.
 
  한국에서 태어난 성상원 작가는 1984년에 브라질로 이민했다. 이민 후에 학업에 정진하려 했으나 언어적인 장벽에 부딪히며 힘든 생활을 하다 1987년 한국으로 돌아갔다.

  한국에서 미술공부를 시작한 그는 1991년 홍익대학교 시각디자인과를 졸업하고, 브라질에 미술에 대한 열정을 쏟고자 1994년 다시 브라질로 오게 된다.

  일러스트 프리랜서로 브라질에서의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한 그는 당시만 해도 생소한 아이템이었던 지점토를 이용한 광고로 아이디어 싸움이 치열한 광고 업계에서 점차 주목을 받았다. 그의 이름이 본격적으로 브라질 광고계에 알려진 것도 이때부터다.

  그러나 컴퓨터 기술의 발달로 3D 그래픽을 이용한 광고 디자인들이 쏟아져 나오면서, 그의 지점토 작품들은 서서히 잊혀 갔다.

▲ 성상원 작가는 벌레를 모티브로 한 작품으로 브라질 평단의 시선을 단번에 끌었다.
  이에 새로운 아이디어로 작품을 구상하던 성 작가는 2002년경 플라스틱 비누케이스와 바비인형 등을 이용해 벌레작품을 만들기 시작했다. 이때 만든 작품들로 그해 한국에서 열린 광주비엔나 전시회에 참여해 큰 호평을 받게 된다.

  성 작가는 한국에서의 호평을 현지까지 이어가고자 브라질의 유명 갤러리인 '토마스 콘'에 해당 작품들이 실린 카탈로그를 전했다.

  다행히도 '토마스 콘' 측은 그의 작품들에 관심을 보였고, 벌레 작품들을 전시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했다. 전시를 통해 그의 작품은 평단의 인정과 동시에 현지인들의 사랑을 동시에 얻었다. 특히 부유층 여성들이 많은 작품을 구입했다. 

  그때부터 성 작가는 광고가 아닌 벌레 작가로서 브라질 미술계에 이름을 알렸고 총 80여 종의 벌레 작품들을 만들었다.

  비누케이스를 이용한 벌레작품 이후 제작한 칫솔과 비누케이스를 이용한 벌레인형도 반응이 좋았다. 그는 계속해서 플라스틱 바구니를 이용한 작품들도 선보였다. 

▲ 작업 중인 성상원 작가.
  이번 아트페어에서도 다양한 소재와 기발한 아이디어를 이용한 작품들을 대거 출품했다. 이렇게 끊임없이 계속되는 작품활동에서 성 작가가 가장 중요시하는 것은 언제나 그랬듯 새로운 아이디어다.

  "예전에는 그림을 잘 그리는 화가들이 인정을 받았습니다. 하지만 시대가 많이 변했고 이제는 잘 그린 그림보다는 특별한 작품들을 선호하죠. 갤러리들도 그림 잘 그리는 화가보다는 아이디어가 풍부한 작가들을 원하고 또한 그들의 작품들을 전시, 판매하려고 합니다. 그러다 보니 이런 종류의 작품들이 계속해서 브라질에 느는 추세에요. 저 또한 지금도 새로운 아이디어를 내는 것이 가장 어려운 부분입니다."

▲ 상상원 작가가 운영 중인 갤러리 '누벵'.
  2009년 그는 상파울루에 자리한 삥예이로스 지역에 포루투갈어로 구름을 뜻하는 '누벵'이라는 이름의 2층짜리 갤러리를 오픈했다.

  구입 당시 원래 목적은 한 켠에서 그의 작품을 전시 및 판매하고 나머지 공간을 작업실로 사용하기 위함이었다. 그러나 점차 입소문이 퍼졌고, 전시할 곳이 마땅치 않은 신인 작가들이 전시를 의뢰하면서 전문 갤러리로 거듭나게 됐다. 현재 이곳에서는 15명의 작가들이 전시를 진행하고 있다.

▲ 성상원 작가의 작품을 감상 중인 현지인 관람객들.
  그처럼 주류사회에서 인정받는 동시에 많은 신인 작가들을 이끄는 것은 이민자로서 결코 쉽지 않은 일이다. 제2의 성상원이 되고자 미술을 전공하는 교민 학생들을 위한 조언을 요청하자 성 작가는 무엇보다 기본기를 강조했다.

  "우선은 기본기를 철저하게 배우는 것이 좋습니다. 저처럼 비누케이스와 기타 제품들을 이용해서 작품을 만드는 것이 언뜻 보기에 쉬워 보일지는 모르지만, 그 바탕에 미술에 대한 기본기가 없다면 절대로 가능한 작품들이 아닙니다. 우선은 기본기와 미술 공부를 철저히 하고 그러면서도 시대를 읽고 아이디어를 창출할 수 있는 능력을 기른다면 분명 브라질 미술계에 한인들의 입지가 커질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현재 세 딸을 키우는 딸 바보 싱글파더인 성상원 작가. 직접 만든 작품들이 인정받고 제값 받으며 자신의 작품 세계를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가는 것을 보면 정말 흐뭇하다는 그는 "꾸준히 작품 활동을 해 뉴욕에서 개인전을 여는 것이 꿈"이라고 포부를 전하며 인터뷰를 마무리했다.

  성상원 작가의 작품세계는 http://www.sang.com.br에서 만날 수 있다.

  상파울루=이석재 재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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