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생애의 아이들 2막 - 1. "허드슨 강의 반짝임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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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생애의 아이들 2막 - 1. "허드슨 강의 반짝임처럼…"
  • 김태진 사무국장
  • 승인 2015.05.18 14: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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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태진 한국문화국제교류운동본부 사무국장(전 맨해튼한국학교장)
  허드슨 강(Hudson River)과 이스트 강(East River)에 둘러싸인 맨해튼(Manhattan)! 뉴욕 시의 중심부이자 '세계의 수도'라 불릴 만큼 세계 상업·금융·문화의 중심지로, 이곳을 상징하는 명물은 너무도 많다.
 
  세계 금융자본의 60% 이상이 거래되고 있는 월가(Wall Street)의 증권거래소.
  타임 스퀘어의 현란한 전광판처럼 관광객의 마음을 사로잡는 브로드웨이 뮤지컬.
  하늘을 찌를 듯한 마천루의 향연, 별빛처럼 가슴을 파고드는 찬란한 야경.
  빌딩 숲 속 거대한 쉼터, 맨해튼의 산소인 ‘센트럴 파크’.
  오 헨리의 ‘마지막 잎새’ 전설을 따라 파리 뒷골목의 낭만이 묻어있는 ‘아메리카의 보헤미아’, 그리니치 빌리지.
  만국기 앞세우고 세계를 지키듯 우뚝 서있는 UN 본부.
  횃불을 휘날리는 자유의 여신상.
  분수 광장을 품에 안고 시립극장·오페라·음악 공연의 장이 견고하게 펼쳐진 링컨 센터.
  125년 전통을 지켜가는 아름다운 위엄이 있는 카네기 홀.
  번화함을 자랑하는 5번가, 그곳을 따라 자존심처럼 나타나는 메트로폴리탄, 구겐하임 박물관......
 
  어디든 장터가 되고, 예술 공연의 장이 되어 호기심과 감성을 끊임없이 자극하는 곳.
 
  용광로처럼 24시간 쉬지 않고 돌아가는 열정의 도시, 노란 택시조차 명물이 되는, 마음이 젊은 사람은 사랑하지 않을 수 없는, 새록새록 새로우면서도 모든 이의 친구 같은 도시, 맨해튼......
 
  그러나 내게는 그 어떤 곳보다 나를 사로잡는, 살아있는 ‘정신’이 있는 곳, 간절하리만치 사랑하는 장소가 맨해튼 한 편에 숨 쉬고 있다. 매주 토요일마다 ‘한국’을 배우기 위해 모여든 아이들, 모국을 사랑하는 마음이 모여 있는 "맨해튼한국학교!". 그곳은 내게 있어 카네기 홀보다 품격 있는 자랑스러운 전통이며, 마천루의 반짝이는 야경보다 찬란한 자부심이며, 자유의 여신상 횃불보다 더 높이 올려 보이고 싶은 내 인생의 꺼지지 않는 가치이다.
 
  우리의 교포 후세들은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현지 학교에 다니고, 토요일은 한국어·한국문화 등 자신의 뿌리를 배우기 위해 ‘한국학교’에 다닌다. ‘맨해튼한국학교’는 1983년, ‘뉴욕한인경제인협회’가 세운 주말학교로, 맨해튼에 있는 정규학교를 토요일만 빌려서 운영하고 있다. 셋방살이의 설움 같은 것이랄까? 남의 학교에서 일주일에 한 번씩 한국의 보따리를 풀고 쌀 때마다 큰 나라에서 소수민족으로 살아가는 현실을 아프게 느낀다. 그럴수록 자존감을 더욱 동여매고, 2세들의 가슴에 모국을 심어주고 당당한 ‘한국계 미국인(Korean American)'으로 교육시키기 위한 열정이 분주하다. 그것이 진정 그들의 삶을 자신감 있는 풍요로움으로 채워 주리라는 확신과 희망이 있기에......
 
  그 열정의 장소를 떠나온 지금, 한강의 야경을 바라보고 있노라면 반짝이는 허드슨 강이 찰랑대며 넘나든다. 그 물결따라 ‘한국학교’가 반짝반짝 빛이 되어 안기고, 내 마음은 아이들과 처음 만났던 맨해튼 21번가로 달려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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