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중국의 두마리 토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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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중국의 두마리 토끼
  • 이병우 총경리
  • 승인 2015.05.04 1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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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병우 총경리(상양 국신광전 실업 유한공사)
  싱그러운 5월입니다. 잠시 한국에 나와 보니, 요즘 한국의 사회 트렌드는 여행인 듯합니다. 휴가나 여가 시간에 책을 읽으면서 시간을 보내는 일은 이미 먼 옛날의 이야기고, 얼마 전까지는 웰빙이라는 이름으로 건강한 먹거리 문화가 유행을 한 적이 있습니다. 덕분에 보약으로 불리던 한약재가 자취를 감춘 것이 사실입니다. 수많은 한의원이 문을 닫거나 진료와 처방 아이템을 바꿔야 했던 겁니다. 그리고 지금은 여행입니다.

  “꽃보다 할배”라는 프로그램이 아주 인기리에 방영되고 있더군요. 그렇습니다. 70이 넘은 노인들이 유럽 명승고적지를 그야말로 휘젓고 다니는 세상입니다. 상상으로 그려 보았던 아름다운 이국의 풍경이 결코 낯설거나, 그곳으로의 여행이 불가능한 시대가 아닌 겁니다. 스마트 폰으로 검색하면 내일이라도 당장 출발 할 수 있는 여행사의 안내 일정표가 수두룩합니다. 삶은 점점 피곤하고 인생은 짧은 겁니다.

  저녁에 맛있는 먹거리로 심신의 피로를 달래는 것도 위로가 되겠지만 건강에는 좋은 것이 아닙니다. 떠나는 겁니다. 자신을 둘러싼 답답한 환경에서 탈출을 하는 겁니다. 특히 젊은 세대들은 더 넓은 세상을 향한 도전과 열정이 강합니다. 다만, 한국의 기성세대들의 형편은 그렇지 못한 것이 현실입니다. 경기는 불황이고 짊어져야 하는 짐은 여전히 무겁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그들에게는 아직도 맛있는 음식과 강과 산을 돌아다니는 일이 유일한 취미이자 일상의 탈출일 수 있습니다.

  뉴스를 보니 노동절 연휴를 맞이하여 수십만의 중국 관광객이 한국을 찾는다고 합니다. 사실, 중국 사람들은 여행을 무척 좋아합니다. 휴일과 연휴 기간에 중국의 관광지는 그야말로 인산인해입니다. 여행은 중국인들에게 자연을 벗 삼아 인생을 유유자적하게 보냈던 보통 백성들의 문화이고 전통입니다. 물론 중국에서 해외여행을 가는 사람들은 일부 부유층입니다. 일반 민초들은 꿈도 꿀 수 없는 일입니다. 그래서 중국의 많은 백성들은 여전히 먹는 일을 좋아 합니다. 삶의 낙이고 즐거운 위로이기도 합니다.

  그런데 중국의 “먹는 문화”가 반부패운동으로 형편이 말이 아닙니다. 부정과 부패를 방지 하겠다는 정부의 강한 의지는 좋지만, 그 파급 효과는 경제 전반에 불리하게 나타나고 있는 중입니다. 한마디로 실물 경기가 아주 안 좋다는 뜻입니다. 중국이라는 나라에 먹고 마시는 흥겨운 문화가 사라지는 것은 상상이 안 되는 일입니다. 아무리 바쁘고 설사, 부모님이 사경을 헤맨다 해도 때가 되면 먹어야 하는 중국 사람들에게 먹는 즐거움과 마시는 재미를 뺏는다면 이 건 문제가 된다고 봅니다.

  반부패 운동은 지금 중국 곳곳에서 이런 문제를 낳고 있다는 생각입니다. 제가 살고 있는 지방 도시만 해도 음식점의 경기는 거의 고사 상태입니다. 얼마 전에 평소 알고지내는 식당 주인에게 물어 봤더니, “울고 싶어도 울 수도 없는”심정이라 하더군요. 심각한 수준입니다. 북경과 상해는 말 할 것이 없습니다. 문을 닫아야 하는 곳이 한 둘이 아니라는 뜻입니다. 죽지 못해서 여는 겁니다. 그렇습니다. 중국은 지금 저녁마다 만석이 되던 고급 식당들이 속속 폐업을 하는 상황입니다. 공무원과 사업가들이 우선은 먹고 마시면서 관계를 맺어야 했던 식당이라는 장소는 된서리가 내린 상태입니다.

  굳이 사업 관계가 아니더라도 괜한 오해와 트집을 잡힐 수 있기 때문에 안 가는 겁니다. 그런 행동을 할 이유가 없는 겁니다. 그렇다고 현지에서 느끼는 공무원들의 부정과 부패의 정도가 확실하게 나아졌다는 느낌은 솔직히 없습니다. 오히려 더 진화했다고 하면 지나친 표현일까요? 아닐 겁니다. 중국 사람들에게 함께 모여서 마작하고 먹고 마시는 일은 수천 년의 전통인 겁니다. 이 문화가 바뀔 거라고 보는 사람은 중국에 아직 한 명도 없습니다.

  잠시 몸을 낮추는 겁니다. 그래서 요즘은 집으로 초대하는 형식의 접대가 많다고 합니다. 가정집을 화려하게 꾸며서 아예 접대장소로 사용하는 겁니다. 맛있는 요리와 술과 담배를 아파트 문을 잠그고 마음껏 먹고 마시고 피우는 겁니다. 가족끼리 모여서 밥 먹고 술 마시는 형식이 되는 겁니다. 누가 뭐라고 할 사항이 아닌 겁니다. 그런데 이 또한 아주 부유한 사람들만이 가능한 겁니다.

  급기야 지난 30일에 시진핑 국가주석 겸 당 총서기가 중국 공산당 중앙정치국 회의석상에서 "적극적 재정정책을 통해 공공지출을 늘리고 세금 및 비용을 인하하거나 절감해 나가겠다." "온건한 통화정책이 실물경제로 이어질 수 있는 채널을 강화해 나가야 한다."면서 유동성 공급확대를 말합니다. 중국에서 국가주석이 보통 총리가 관장하는 실물 경제의 구체적인 사안을 정치국 회의에서 직접 언급을 하는 것은 이례적인 일입니다. 실물 경제, 즉 백성들이 느끼는 경기 체감 온도에 문제가 많다는 의미입니다.

  한국에서는 총리가 취임 하자마자 반부패 칼을 뽑았다가 자기 칼에 자기가 맞고 쓰러진 웃기는 일이 일어났더군요. 하수들이 하는 행동을 총리의 막강한 권한을 믿고 휘둘렀던 겁니다. 칼을 겨누면 상대도 같이 칼을 겨누는 것이 중원의 법칙입니다. 그래서 고수는 아무 때나, 아무 곳에서나 칼을 뽑지 않습니다. 시진핑 주석은 하수가 아닙니다. 중국 최고의 고수입니다. 적당한 시기에 칼을 뽑았고 성공을 했습니다. 무수한 정적들이 그 칼에 추풍낙엽이 된 겁니다. 암살의 위협을 7번이나 넘겼다는 이야기도 있습니다. 철저히 통제가 가능한 사회주의 체제에서도 상대의 칼은 언제든지 본인을 노리고 있다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압니다. 그냥 앉아서 죽겠다는 고수는 한 명도 없는 법이니까요.

  아무튼, 중국이 반부패 정책을 어느 정도 성공(?)리에 마친 듯합니다. 덕분에 중국의 고급술과 담배 그리고 식당은 줄도산의 위기에 있기도 합니다. 백성들도 피곤한 기색이 역력 합니다. 드디어 시진핑 주석은 계절의 여왕인 5월과 노동절 연휴를 앞두고 실물 경제의 활성화를 들고 나왔습니다. 그러나 여전히 부패와의 싸움은 진행 중입니다. 먹고 마시는 것을 유난히 좋아하는 중국 백성들에게 반부패와의 전쟁과 실물 경제의 활성화는 중요한 일이고 국가의 우선순위 정책임에는 틀림이 없을 겁니다. 우리는 지금 중국의 두 마리 토끼를 잡으려는 모습을 주의 깊게 바라보는 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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